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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파는 아이들
데이비드 휘틀리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1월
평점 :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판타지 소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항상 나를 즐겁게 만드는 요인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만난 '슬픔을 파는 아이들'은 10대 작가가 쓴 화제의 소설이라는 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의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 극단적 자본주의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라 읽는 동안내내 이 소설을 정말 10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도시 아고라에서는 사고파는 것에 제한이 없다. 12살 이전의 어린이들까지 마음대로 거래가 이루어지며 더 이상 팔 것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 기쁨, 분노, 좌절, 희열, 추억 등을 비롯해서 작은 유리병에 담아 팔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사경을 헤맬때 마크의 눈 앞에 천사와 사신이 보인다. 천사의 이름은 릴리, 사신으로 보인 남자의 이름은 시오플러스 박사다. 사신을 세번째로 만나게 된 마크는 박사의 도움으로 전염병에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박사와 여자 노예 릴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마크의 아버지가 직접 시오플러스 박사에게 자신을 판 것을 알게 된 마크는 심한 배신감에 휩싸이게 된다.
가상의 도시 아고라에서는 12살이 되면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12살이 가지는 의미가 커서 '타이틀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이 날을 기점으로 자신의 인장 반지를 이용해서 모든 계약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자신의 노예 계약서에 싸인까지도 본인이 하는 것이다. 타이틀데이 날에 자신을 판 아버지가 보낸 소포 안에 인장이 새겨진 반지를 받게 된 마크... 스스로의 주인이 된 마크는 릴리에게 책 한권을 선물 받게 되지만 글을 모르는 마크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대신에 릴리가 해야 하는 부엌 일을 도와주기로 한다.
전염병에 걸린 마크를 몰래 사와서 실험용 약으로 병을 낫게 한 박사는 이 모든 사실을 릴리와 마크 세사람만 아는 비밀로 숨겨두고 싶었는데 이들이 사는 탑의 주인인 백작의 편지속에 마크의 글이 쓰여진 것이 들어가게 되고 이 일로 인해서 박사와 마크는 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마크는 한번도 좋은 기억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아고라의 도시로 나가기 싫어한다. 반면에 아고라의 도시에서 생활해 보고 싶었던 릴리는 자신과 마크가 서로 계약서를 맺으며 역활을 바꾸기로 하는데... 박사를 따라서 나간 릴리와 릴리 대신에 백작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마크... 이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풀려질지 다혈질의 백작으로 인해 마크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점성술을 잘 아는 백작은 마크를 교육 시키고 마크를 이용해서 아고라의 도시를 통치하는 1인자와 그의 동맹 세력인 천칭자리회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계획은 마크와 릴리와 그녀를 도와주는 소녀에 의해서 역효과가 나게 된다. 이일로 백작은 자취를 감추고 마크가 백작의 자리를 대신해서 탑의 주인이 된다. 릴리 역시 자신의 온전한 이름을 알려고 찾아간 보육원에서 뜻 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마크와 릴리의 행동을 주시하는 인물들이 있다.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의문만 남기는데...가상의 도시 아고라의 모습을 바꾸고 싶은 릴리와 점점 사람들의 감정에 무관심해지며 백작이 남긴 자리에서 부와 명예에 물들어 가는 마크... 마크를 교묘히 이용하며 지켜보는 의문의 사람들까지....
마크로 인해서 곤란에 빠지게 된 시오플러스 박사 일행.. 그들과 함께 지낸 마크의 아버지는 결국... 유약한 소년 마크에 비해 릴리는 의지와 신념이 강한 소녀다. 끝을 향해 가는 어려움에 처한 마크를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릴리가 최후에 선택한 방법은...
12살의 나이면 도저히 성인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나이다. 가상의 도시 아고라에서는 이런 어린 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어려움을 겪는데 정작 그들을 도와주어야 할 부모님이나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묘히 사기와 사건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저히 10대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우리의 우울하고 어두운 미래를 마치 영상으로 보는듯한 사실적인 묘사는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정말 미래에는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사고 파는 시대가 올 것인지 무섭다는 느낌이 절로 들게하며 앞으로 저자 데이비드 휘틀러가 어떤 작품을 내 놓을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게 만든다. '슬픔을 파는 아이들'이 영화로 나온다면 '눈 먼자들의 도시'만큼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