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을…
소재원 지음 / 책마루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딸에게 아버지와 아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다른가보다. 나 자신이 여자이고 어머니와 유독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는 기둥이나 버팀목이란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크게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생각들을 알려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이 지냈었다.

 

우리에게 국민 아버지로 통하는 탤런트 최불암씨와 얼마전 한 가수의 노랫말이 이슈가 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영이 아빠가 추천한 책 '아버지 당신을...' 비단 나의 아버지뿐만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남편의 아버지와 아들이 보는 아버지인 남편을 보게 된다.

 

책 속에는 두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72살의 서수철씨는 의사를 통해서 치매초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게 된다. 자신에게는 이런 병이 오지 않을거라 굳게 믿었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나타난 치매로 인해 그의 마음은 심란하다. 아들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고 싶지만 아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오히려 반대로 이야기 한다.

 

서수철의 아들 서민수는 직장에서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후배에게 한소리를 듣고서 퇴직한다. 이제 막 군대에 간 아들과 명문대를 졸업하고 눈높이만 높아져 좋은 직장이 아니면 취직도 않하려는 철 없는 딸을 둔 처지라 버티고 싶었지만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나오게 된 것이다.

 

서수철은 집과 조그마한 땅을 처분하여 힘들게 살고 있는 아들 서민수를 도와주려고 계획하고 자신의 치매가 더 심해지기 전에 양로원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잠시 아들과의 추억이 서린 곳으로 여행길을 떠난다. 옛추억을 떠올리며 찾았던 곳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도움으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고 할머니의 남동생인 할아버지를 만나 친구가 된다.

 

서민수 역시 가족들에게 미처 자신의 명퇴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무작정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집 나온 소년과 동행을 하며 가족과 함께 떠났던 여행지로 향하는데.. 그곳은 예전에 자신을 데리고 온 아버지와의 추억의 장소였던걸 나중에 알게 된다. 여행 동반자 소년을 통해서 아버지를 향한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서민수

 

잠깐의 시간 차이를 두고 부자는 같은 장소를 가도 계속 엇갈린다. 우연히 그들은 서수철의 아내이고 서민수의 어머니 묘 앞에서 만나는데...

 

서민수도 50이 다 되어가는 중년의 남자다. 중년의 남자가 자신이 힘들고 어렵다고 아버지에게 투정하는 모습이나 아버지를 떠올리는 모습은 잔잔하면서도 아련하게 느껴졌으며 부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똑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모습과 똑같다고 느꼈다.

 

젊은 우리는 말한다. 조금만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부모님에게 효도도 하고 호강시켜 드린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자신이나 자식들에게 쓰는 돈에는 어느정도 사용하면서 부모님에게 유달리 야박하게 구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아침에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은 이상은 여유란 것이 쉽게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어 보고나니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된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머리로는 항상 생각하고 반성도 하는데 실천이 쉽지 않은데 '아버지 당신을.....'을 읽으며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나이가 어느정도 드신 부모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좋고 불편하며 건강하시기만을 바라지만 막상 나 자신이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지며 투정어린 말로서 부모님을 힘들게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저자가 아버지에게 쓰는 글에서 작가 소재원씨가 만남을 가졌던 여자와의 대화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던 시기가 있었던 것을 반성도 하였고 소재원이란 분의 아버지는 행복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우리 아버지가 보시면 틀림없이 부러워할 것이기에... 저자가 미혼에 서른밖에 안된 사람이 그보다 연상인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읽는 내내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으며 찐한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자식이 되는 것 역시 중요한 것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먹먹한 가슴에 전해지는 잔잔한 가슴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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