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크리스마스
카마타 토시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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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처녀로 사람들이 불리우는 나이는 몇 살일까? 요즘은 주위에서 30살이 훌쩍 넘어서는 아가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여성들은 일을 사랑하고 일로 성공하고 싶어하며 스스로 즐기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을 갖게 할 때가 종종 있다.

 

20대에는 무엇을 해도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를 해도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고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틀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20대가 가지고 있는 생기발랄하고 아름다운 젊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열이 멋지다고 느낄때가 있지만 그만큼 실수와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쉽다.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20대의 자신보다 30대의 자신이 더 좋고 30대보다 40대의 현재의 모습이 더 좋다는... 그만큼 젊었을때는 열정은 넘치지만 삶에 대한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부족하여 사람들간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기 쉽기 때문에 모든것을 어느정도 지난 시기가 더 좋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었는데 '29세의 크리스마스'는 29살을 넘어서 이제는 노처녀로 불리우는 30살에 돌입한다는 것에 예민한 두 여자의 당당한 이야기다.

 

3년을 사귄 익숙한 연인 관계의 남자친구와 자신의 생일을 위해 맘 먹고 구입한 원피스와 명품 구두를 신고 근사한 저녁 시간을 보내려는 노리코는 자신이 시기상조라고 부르짖던 브랜드가 회사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며 판매중지되자 이 모든 것을 강력하게 밀어 붙였던 과장은 쏙 빠지고 대신에 자신이 실패를 뒤집어 쓴 것에 화가 난다. 아침부터 동전만한 원형 탈모를 발견한 것도 화가 나는데 회사에서 질책과 더불어 이쁘고 젊은 후배 직원에게 자신이 가려던 파리 콜렉션의 자리까지 뺏기게 되며 자회사 레스토랑의 점장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노리코의 베프 친구인 카메라맨 아야는 첼리스트인 아사바와 사랑에 빠졌지만 아사바는 자신에게 세계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부잣집 여자를 아내로 맞아 그녀의 곁을 떠난다. 남자가 떠난 후 심한 좌절감을 맛보았던 아야는 쇼핑을 하면서 허전한 마음을 채우며 결국에는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노리코는 명퇴한 아버지가 불편해서 자꾸만 겉도는 엄마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외동딸이라 2년 전에 겨우 독립할 수 있었지만 집에 있을 때에도 회사에서 인정 받으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능력 있는 결혼한 남자친구를 만나러 해외로 수시로 나갈 정도로 그녀는 열정을 불사르기도 했다. 현재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생일도 잊고 출장을 떠난다고 한다. 헌데 남자친구의 차를 보게 되고 젊고 싱싱한 여자를 차에 태워 떠나는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남자 친구가 보낸 청첩장을 보며 오기가 발동해 아야와 자신, 그리고 남자지만 여자친구같은 신타니와 함께 결혼식에 참석한다. 결혼식 도중 자신의 시선을 잡는 멋쟁이 남자를 보게 되고 그는 자신이 하려던 옛 남자친구에게 한방 먹여주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

 

점장으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아가는 노리코지만 자신이 하려던 일이 아니라 크게 기쁘지가 않다. 결혼식에서 보았던 멋쟁이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를 자극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둘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아야 역시도 결혼식에서 신타니가 마음에 들었던 여자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해주다 서로 그만 친구의 선을 넘게 되고 이는 결국...

 

우리나라나 일본을 비롯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결혼을 하는가보다. 노리코에게 마음을 뺏긴 남자의 집안이 보여주는 모습은 흔히 연속극에서 보는 졸부의 모습이고 이런 사람들에게 전혀 기죽지 않는 노리코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남자들과는 다르게 노리코가 사귄 남자는 결혼한 기혼자와 육체관계를 맺은 사실을 현재의 부잣집 남자에게도 전혀 굴리지 않고 당당하게 밝힌다. 노리코와 아야의 친구인 신타니가 반한 여자도 자신이 다닌 회사 상사와 갖은 긴밀한 관계를 의식한 상사가 결혼할 조건 맞는 남자를 소개해주고 그녀 역시도 이 남자와 결혼전에 신타니와 추억을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나 신타니 역시도 이 여자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에게 돌아오자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부모님에게 보여주러 가는 모습은 아직은 우리 모습과 너무나 달라 조금 놀라게 된다.

 

노리코의 현재의 사랑이 이루어질지 깨질지는 현재진행형으로 끝나며 아야 역시도 한번의 실수로 인해 가진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며 낳으려고 한다. 아이를 빌미로 남자를 잡지 않으려는 아야를 응원하는 노리코.. 두사람은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했던 20대를 지나 30대에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 영화 '싱글즈'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예전에 고 장진영씨가 출연한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기도하며 재밌다고 느꼈었던거 같다. 오래전에 쓰여진 원작 소설을 다시 만나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톡톡 튀면서도 경쾌한 느낌의 스토리로 인해서 줄곧 재밌게 읽었으며 어찌보면 무거운 이야기일수도 있는 내용을 작가만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인해 시종일관 밝은 느낌이다.

 

일본 작가의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카마타 토시오의 작품은 처음이다. 저자가 발표한 많은 작품들을 아직까지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조만간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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