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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얼마전에 핸드폰에 뜬 충격적인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7개월된 여자 아이의 얼굴이 30살 먹은 여인의 얼굴이라는.. 조로증..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빨리 어른으로 성장해 버리는 병... 17살 아름이는 80세의 몸을 가지고 있다. 겉모습뿐만아니라 내부 장기 또한 80대의 노인과 똑같아 그는 갖가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면 빨리 성숙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을 보면서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보면서 그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과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름이 역시도 너무나 성숙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더 마음이 아프고 짠하게 느껴졌다.
17살 고1이면 한창 이런저런 소소한 말썽과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좋을 나이다. 헌데 아름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증상으로 인해 친구 한명 제대로 사귀어 보지 못하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창 꿈 많은 사춘기에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다.
아름이의 나이보다 2배인 엄마, 아빠.. 체고에 다니던 아빠가 태권도 시합도중 심판의 불합리한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다 정학을 맞는 기간에 엄마와 만나 아름이를 만들게 된다. 엄마 역시도 내리 아들 다섯을 낳은 후 얻은 딸이라 아버지와 오빠들의 이쁨을 독차지하며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마음만은 순수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로 가수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품은 계획을 시도하려던 중 아빠를 만나 잠시 계획을 미룬다.
17살의 부모님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많지 않다. 처가집에서 생활하며 장인어른의 권유로 막노동도 하고 경제적 자립하기 위한 도움으로 스포츠용품 대리점도 하나 차려주지만 경기불황으로 얼마 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한다. 엄마도 식당에서 허드렛 일을 도우며 아름이의 병원비를 보태는 실정이다.
아름이는 마음이 아프다. 같은 나이 또래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사실에... 한번의 죽음 고비를 넘긴 아름이는 엄마의 동창생 남편이 있는 방송국에 출연하기로 한다. 어른도 생각하지 않는 성숙한 생각을 하는 아름이의 방송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아름이에게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그중 아름이의 마음을 흔드는 동갑내기 소녀의 메일... 아름이는 몇번의 고민 끝에 소녀에게 답장 메일을 보내는데....
사람들은 참 이기적이다. 어차피 산다는 것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실이라고 하지만 아름이가 가지고 있는 아픈 현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지... 나역시도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며 나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도 하고 반성도 해본다.
아름이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세살때 이유없이 아픈 병의 원인을 찾아 헤매는 시간을 비롯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밖에 다니지 못한 상태로 자신의 병원비로 인해 항상 일을 해야하는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에 아름이는 생각도 하고 손에 잡히는대로 모든 책들을 읽는다.
누구나에게 하루는 24시간이다. 아름이에게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니고 10배쯤 빠른 240시간은 아니었는지 아님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흐른 것인지... 매일 나에게도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난 허비하면서 보낼때도 있는데 이런 시간을 아름이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했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 책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코 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이렇게 목 놓아 펑펑 울어본 기억은 없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님의 심정을 안다는 말이 있다. 아름이는 엄마, 아빠의 부모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부모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가슴으로 다가온 책은 많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게 된 책인데 두고두고 몇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저자 김애란씨는 장편소설이 처음이라고 한다. 어쩜 이리도 글을 매끄럽게 쓰는 작가가 첫 작품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올지 궁금하고 나온다면 빨리 읽고 싶다. 아무래도 이 책은 소장하고 싶어 사야할거 같다.
누구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웠던 아름이를 만나 행복했다. 더불어 아름이와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옆집 치매걸린 60대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농담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