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회장의 그림창고
이은 지음 / 고즈넉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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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소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해서 한동안 풍자소설을 찾아서 읽었던 적도 있었다. 사회 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도덕성을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일반 서민들이 가지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주기 때문이다.

 

'박회장의 그림창고'는 제목에서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3-4년 전에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신정아 사건과 재벌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이것을 사법권의 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의 고가의 미술품으로 바뀌어 수집한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에서 벗어나 일반 서민들도 다 아는 이야기다.

 

흔히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허나 가난 때문에 공부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사람에게는 가난도 죄가 될 수 있다. 어릴적에 똑똑했던 사람도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며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다가 잘 풀리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안 좋은 방향으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학교 다닐때부터 1등을 도맡아 했으면서도 홀로 자신과 한쪽 다리가 아픈 동생을 위해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안해본 일 없이 다하면서 가장 역활을 하는 여자 소미... 엄마와 아픈 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동창생 진구는 한편으론 의지도 되지만 착하기만하고 생활력이 떨어지는 진구로 인해 화가 나기도 한다.

 

어머니의 수술비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채를 쓰게 되고 원금보다 눈떵어리 불어나는 이자로 인해 더이상 버티지도 못하고 능글맞고 비열한 사채업자에게 자신을 저당 잡힐 지경까지 이르게 소된 소미는 동생을 돌보는 진구를 보며 화가 폭발하고 만다. 소미가 처한 상황을 눈치 챈 진구는 소미의 남동생과 함께 하나의 계획을 짜는데 이것이 황당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사회에 대한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내를 두고 5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3번의 띠 동갑이나 어린 프랑스에서 공부 했다는 비밀을 간직한 미모의 큐레이터 이사벨에게 빠진 박회장은 그녀의 도움으로 비자금을 고가의 미술품으로 바꾼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 한점과 돈봉투를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 대표로 있는 정치인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주위에 눈을 의식해 정치인과 이사벨 둘이 만나기로 한다.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진구 일행과 자동차 사고로 마주친 이사벨은 화가 나는 상황을 주체하지 못하며 폭발하다 그만 진구일행에게 핸드백과 그림이 든 상자를 빼앗기게 된다.

 

100억대의 그림보다 정치인에게 건네려는 봉투 속에 든 편지로 인해서 급해진 박회장과 진구와 남동생이 가져온 돈이 의심쩍지만 모른체하며 우선 사채업자에게 벗어나려고 돈봉투를 받으며 급한 불을 끄는 소미.. 진구와 남동생이 잠시 모습을 감추며 떠난 후 그들이 가져온 돈과 그림에 대한 것을 파악하게 된 소미는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박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미는데...

 

자신속에 억눌렸던 감정이 시원하게 폭발하며 소미가 대기업의 회장에게 던지는 말한마디 한마디는 통쾌하면서도 시원하다. 박회장이 소미를 잡으려고 풀었던 조직 폭력배와 박회장을 옭아매려는 또 다른 의문의 남자들... 소미일행과 박회장과의 머리싸움.. 여기에 사회악이라고 말해야 할 사채업자가 조폭들에게 당하는 모습은 재밌고 유쾌하다.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책을 읽는내내 유쾌하다. 사건 해결과 더불어 얼굴이 나타나는 의문의 남자들을 부리는 형님의 정체가... 태어날때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 기득권층이라는 그들의 얼굴 뒤에 가려진 모습은 고상하고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좀 더 많은 사회풍자 소설이 나왔으면 한다. 지금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을 기업들의 비자금... 이책이 영화로 나와도 재밌을거란 생각도 들었으며 모처럼 웃으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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