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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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 중에 가장 중심에 있는 '코' 코만 변해도 모든 얼굴이 달라 보인다고 할 정도로 코는 그 사람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저자 소네케이스케의 호러 소설 '코'는 표지만 보아도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건드리는 작가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 이기심, 폭력성 등 나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코'는 총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사고 팔고 한다는 설정은 우선 공포스러웠다. 개인이 가지는 있는 조건들과 더불어 학벌, 인맥 등 모든 관계를 수시로 주식 현황으로 나타나고 사랑과 신뢰, 믿음, 존경으로 이루어져야 할 모든 관계가 주식이란 휴지 조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미래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갈수록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드는 우리에게 던지는 작가의 신랄한 비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불량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 충고 때문에 위험에 처한 취객.. 공사중인 건물들 틈에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놓여진 남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남자에게 수갑을 채운 청년은 자신의 안전과 그가 속한 조직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남자에게 풀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여자는 남자의 구조요청을 자신의 종교에서 보여주는 메신저로 생각하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 나이든 사람은 오히려 남자에게 자살하는 것이 낫다는 식으로 삶을 포기하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세번째는 '코' 제목이다. 인간이 두가지 형태의 집단으로 분리되어 있다. 돼지코를 연상 시키는 우수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코..돼지와 날카롭고 높은 콧날을 가지고 있는 텐구.. 살기 위해 돼지가 되기로 결심한 텐구들과 텐구이면서 돼지에게 협력하며 먹고 사는 비열한 텐구.... 이야기의 중심에 아내의 죽음으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자신보다 딸을 잘 키워줄 사람에게 맡기는 의사인 내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주변인들이 보여주는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토리는 빠른 형식으로 진행되어 있고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 코 보다는 처음에 나온 주식시장에 놓인 인간이 맨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습은 충격이였다.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연인관계를 지나 약혼까지 하게 되지만 출세를 위해서 그녀를 버리고 높은 위치에 있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던 주인공... 예술을 자유분망한 성격의 형이 저지른 범죄와 연달아 이어지는 불행한 사건으로 결국 자신의 모든것을 내놓아야 하는 모습.. 여기에 남자에게 친절로 접근하지만 결국 각자의 이익을 위해 남자를 속인다.

 

책을 읽는동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란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과 폭력성, 잔인성 등은 상상을 초월하며 나중에는 분노하는 마음까지 들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코'는 커다란 두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대단한 신인이 탄생 했다고 말한다. 아직은 저자 소네 케이스케의 책은 처음이라 말하기 모호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면을 표현하는 남다른 재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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