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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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나온 신경숙 작가님의 '모르는 여자들' 작가님 특유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책을 읽는내내 시종일관 먹먹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가 8년 만에 출간한 '모르는 여자들'는 7편의 마스터피스라고 칭해도 좋을 단편 걸작들이다. 

 

'세상 끝의 신발'은 자신의 유년시절에 간직하고 있던 혈연이 관계가 아닌 의형제로 맺어졌다고 말해도 좋을 작은 작은아버지의 딸 순옥언니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떠오리는 이야기다. 순옥언니의 부츠를 몰래 숨기며 신발이 없으면 하룻밤 더 자고 갈거라고 생각 할 만큼 순옥언니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세월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며 가족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화분이 있는 마당' 오래도록 연인 관계를 유지하던 남자는 인터뷰어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에게 그녀와의 미래를 떠올릴 수 없다고 이별을 통보한다.  남자 친구의 이별로 인해서 말더듬이가 된 여자.. 자신의 집 옆으로 이사오는 사진작가 k.. 그는 앞마당에 여러가지를 화초를 심으며 자신이 출장을 떠나며 그녀에게 마당의 화초를 부탁하는데 주인공은 화초를 돌보며 서서히 자신을 회복해 가는 도중 마당에서 우연히 만난 미지의 여인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녀는....

 

'그는 지금 풀숲에서' 유달리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다. 주인공은 '외계인손증후군"을 왼손에 가지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다. 맞선으로 만난 여자와 세번만에 청혼하고 결혼한 남자.. 까탈스러운 시어머님 수발을 다 들으며 묵묵히 성실한 삶을 살아온 아내가 갑자기 희귀병?에 걸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왼손으로 인해서 아내가 겪어야 했던 고통을 외면한 남자... 그는 아내의 왼손에게 수시로 따귀를 맞는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아내 역시도 이런 자신을 감당할 수 없어 친정으로 내려가는데..... 여동생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자신이 한번도 아내에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못한 여러가지를 떠올리며 서서히 아내가 그와 결혼해서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두어진 후에' 자폐증을 앓고 있던 형과 엄마와 할머니.. 세 사람은 강도에게 끔찍한 살해를 당하는데 경찰은 오히려 범인으로 혼자 남은 동생을 의심한다. 자신에게 속해 있는 모든 가족을 잃어버린 남자의 방황... 그에게 인간의 따뜻한 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무뚝뚝하게 친절을 베푸는 여자.. 여자와 그녀의 가족을 보면서 용기를 내는데...

 

'모르는 여자들'는 자신이 20년 전에 떠난 남자 채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받게 된다. 병원에서 아픈 상태의 남편을 수발 들고 있는 여자는 지나간 사랑을 만나야하나 말아아야하나 고민을 하게 되고 채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에게 내미는 노트 한권을 통해서 채의 가정사를 알게 된다. 채는 궁금하다 20년 전 약속 장소에 나와 놓고도 자신을 보고 도망갔던 여자의 심정이....

 

'모르는 여인들'의 주인공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대 보다는 30대가 좋고 30대 보다는 40대가 나쁘지 않다는 말... 난 가끔씩 딱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때가 있는데 주인공은 오히려 지금이 좋다고 한다. 주인공은 불안정한 상태의 연애 심리를 가지고 있던 시절에 비해 연애 감정에서 멀어지니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비록 낭만이나 애틋하며 두근거리는 연애 감정은 사라졌어도 자신에게 남아 있는 쓸쓸한 자유가 오히려 더 자신을 평화롭게 한 다는것을...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전함과 공허함, 상실감, 쓸쓸함과 불안전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모르는 여자들.. 나나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간직한 이야기들을 튀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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