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 -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박금숙 지음 / 부광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애니메이션  '슈렉'을 본 사람이라면 피오나 공주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접했던 공주들은 하나같이 다 미모에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한다. 성격 또한 착하고 순종적이며 멋진 왕자님들은 동화책의 공주들과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물론 이들의 결혼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 요즘이야 이뼈지고 싶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이들을 보는 시선도 거부감이 없다.

 

'행복한 동행'의 작품위에 작은 소제목으로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쓰여 있어 저자 자신을 슈렉의 피오나 공주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공주 캐릭터에서 벗어나 자존심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는 대장부 같은 피오나 공주... 책을 읽으며 저자가 피오나 공주를 닮은 모습일거라 상상을 하게 된다.

 

행복한 동행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의 이웃들이 보여주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라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ㄱ도 했으며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잔잔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저자 박금숙씨는 파워블로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평범한 하루의 일상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 놓은 것이 일기 같은데 이런 글들을 모르는 타인들과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타인과의 소통을 인터넷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은 마음도 든다.

 

여러가지 사연들 중 결혼하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남편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데 저자의 남편은 자신의 생일 저녁에 며칠 있으면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자 쑥 돈봉투를 건네며 "사고 싶은 사"라는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말을 건네는 것이나 피오나가 결혼 후 엄마처럼 비상금을 챙겨 두었다가 남편이 힘들때 내밀었더니 아내의 돈을 안 쓴다며 저자의 기대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했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왜 자꾸 옆지와 겹쳐지는지..ㅎㅎ

 

마트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 주려는 아가씨의 진짜 목적을 보면서 기분이 씁쓸했으며 피서철 밀리는 해수욕장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미리 지퍼를 내리고 기다리는 유쾌한 할머니들의 모습은 나를 박장대소하게 했다. 언니가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 동승해서 처음 먹어본 돈까스를 먹을 줄 몰라하는 나를 보며 언니의 남친의 짓궂은 장난이나 결혼 후 한번도 자신의 생일 챙기지 못하는 언니를 보면서 자신도 결혼 초 비슷한 일을 겪으며 11월말 되면 언니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는 글에는 저절로 공감이 가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나역시도 결혼하고 특별히 생일을 기억하지 않고 지낸다. 친정에 살 때부터 아침에 미역국이 올라오면 그냥 누구의 생일인지 알게 될 때도 있었는데 결혼 후 남편도 자신의 생일은 내가 챙기니 신경을 안 쓰지만 내 생일도 잊어 먹어 이제는 결혼 초 처음에 가졌던 서운함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어쩌다 한번씩 기억해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이외에도 갈수록 심해지는 건망증으로 이제는 나보다 식구들이 가스나 문 단속을 더 챙기는데 저자 역시도 나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건망증을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 나의 일상과 닮아 있어 편안하면서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저자의 블로그를 찾는 이유가 거창하거나 멋진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 같고 내 주변의 이야기 같은 공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삭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을 한다. 이웃과 정을 쌓고 나누는 것은 이웃과 내가 서로 양보하고 보듬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연결될 때 가능하다. 행복한 동행을 통해서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이웃을 생각해 보고 나와 내 가족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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