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에릭 엠마뉴앨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대화가 있을까 싶은 책을 만났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열살 소년 오스카...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슬픔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오스카의 마음에 드는 유일한 한사람... 나이 지긋하신 장미 할머니만이 오스카를 예전과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이다. 욕을 예사롭게 구사하는 장미 할머니의 직업은 프로레슬러였다고 밝히며 하느님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권해준다.

 

오스카는 일요일만 자신을 방문하는 부모님이 평일에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오스카의 마음도 모른채 부모님은 오스카의 담당 의사에게서 오스카의 병에 대한 심각성을 듣게 되고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한다.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오스카는 슬프다. 어디론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고만 싶은 오스카... 오스카는 청소담당 아줌마의 사물함에 몰래 들어갔다가 잠들게 되고 큰 소동이 일어난다.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장미 할머니 말씀대로 하느님에게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편지에 쓰는 오스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지나고 사랑하는 청색증을 앓고 있는 소녀와 키스도 하고 결혼도 하며 마흔 살이 넘어 다른 여인에게 갖는 호기심 어린 행동으로 인해 사랑하는 소녀에게 상처를 주는 등... 오스카는 짧은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생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느님에게 편지 속에서 오스카는 성장해 간다. 결코 하느님에게 보내는 편지의 나이만큼 살아갈 수 없지만 하루를 10년 같이 매일매일 성장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의젓하고 용감하다. 오히려 어린 환자들의 고통과 죽음 앞에서 심한 좌절감을 갖게 되는 담당의사를 위로하고 안심 시키는 오스카.. 누가 오스카를 열살의 소년으로 볼 수 있을까 싶다.

 

사랑하는 가족이 회복되지 힘든 불치병에 걸리면 온가족이 심한 상실감에 힘들어 한다. 오스카처럼 죽음을 앞 둔 아들을 보는 부모님 마음이야 찢어지는 슬픔이겠지만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오스카는 오히려 더 현명하고 아름다우며 유머있고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종교서적이 아닌데도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풍기지만 오스카의 눈을 따라 삶을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차분해지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오스카의 천진난만한 편지는 죽음을 앞둔 소년이란 느낌보다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책을 읽은 기억이 없었는데 우연히 예전에 읽었던 소설 '내가 작품이였을때'가 저자의 작품이란걸 알게 되었다. 다른 형제들보다 외모를 비롯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주인공이 선택한 죽음으로 선택한 자살 앞에서 만난 남자로 인해서 차라리 작품을 되기로 한 주인공..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 자신의 자아와 삶에 대한 깊은 반성과 이해를 하면서 작품이 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주인공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이다. 저자만의 독특한 문체가 느껴지는 책을 쓴다는 것을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에서는 죽음이란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시종일관 차분하지만 재미와 유머가 느껴지는 책이다. 누구나 태어나면 시간의 차이를 두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스카도 부모님이 나중에 죽는다는 생각을 못하다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고 부모님을 이해하고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짧지만 아름다운 소년 오스카를 통해서 죽음과 삶..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정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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