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성(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야한 상상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섹스에 대해 좀 더 과감해지고 노골적으로 변한 묘사로 인해 곤혹스러운 기분을 느낄때도 있었는데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은 시종일관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구레.. 이름부터 남다르다. 낡고 허름한 2층짜리 목조건물 빌라의 나이 70 살을 넘긴 주인 아저씨의 이름이다. 고구레 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연애는  다채롭다.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기 위한 섹스를 하든 섹스를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든 다 나름의 사연은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오히려 이런 유쾌한 섹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자꾸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첫사랑의 여자 마유를 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아무말 없이 떠난 남자가 무작정 자신을 기다릴거라 믿었던 여자에게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그녀와 새롭게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다. 이들 세 사람은 짧지만 함께 먹고 자고 하는 일상을 나눈다.

 

죽음을 앞두고 있던 친구를 방문한 고구레 아저씨.. 그는 친구가 섹스가 하고 싶어 아내에게 말했다가 거절당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섹스가 하고 싶어진다. 그냥 동물적인 섹스가 아니라 마음의 위로를 얻는 섹스가 하고 싶은 마음에 빌라를 찾는 마유의 남친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이 도움이 뜻밖에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인기가 많은 젊은 여대생에게 알려진다. 자신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여대생은 일부러 더 미친듯이 세명의 남자와 섹스에 몰입하고 그녀를 지켜보는 위층 사는 남자로 인해 자극을 받게 된다.

 

애견 미용사로 일하는 여자가 지하철을 기둥 옆에 자라는 버섯 모양이 남근처럼 생긴 것에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자신도 모르게 남근 버섯을 감추려는 그녀에게 어느날 야쿠자 남자가 말을 거는데...

 

마유가 일하는 플라워샵의 주인 여자는 남편이 끊여주는 커피로 인해서 그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묵묵히 참아낸다. 일주일에 한번씩 플라워샵에 들러 꽃을 사는 여자 백조로 살아가는 니지코 역시 자신의 남다른 재능으로 인해 음식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진실을 보는 능력이 있다.

 

마유를 스토커하는 옛 남친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하는 니지코..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는 사진사 나미키는 니지코를 통해서 마유를 스토커하는 집착에서 벗어나 다시 여행을 떠나며 다시 돌아올때 변화된 자신의 마음을 니지코에게 전하기로 한다.

 

고구레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평범함과는 차이가 나는 사람들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섹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야하고 대범한 표현들을 상상하고 그렇게 쓰여진 책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고구레빌라 사람들은 남의 방에서 일어나는 섹스를 훔쳐보는 관음증, 변태, 불륜... 온통 섹스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한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징그럽고 싫다기보다 이해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일본의 좋아하는 작가 중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 드는데 이 책의 저자 미우라 시온은 요시모토 바나나를 잇는 가장 참심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니 미우라 시온의 작품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그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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