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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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판 설록 홈즈를 만났다. 우리의 암울했던 일제치하 1932년 경성을 주 무대로 설홍주라는 명탐정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설홍주 탐정은 '경성탐정록'에서 그 이름값을 톡톡히 발휘한 탐정으로 당시의 시대 여건상 범인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자신만의 추리와 조사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총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피의 굴레'는 범인의 시선이나 설홍주 주변인.. 같은 하숙집에 사는 왕도손의 시선으로 먼저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  첫번째 단편 '외과의'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이용 본인을 사랑한 한 여인을 살해한 후 흔적을 지우는 방법이 너무나 잔인하다. 보통의 사람으로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범인... 완벽하다고 믿었던 살인은 설홍주 탐정의 세심하고 과학적인 논리와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 놓은 덫으로 밝히진다.

 

'안개 낀 거리'는 한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파렴치한 인간을 보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한 범인...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설홍주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한 레이시치 경부에게서 대략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설홍주 탐정은 조사와 추리로 범인을 꼼짝 못하게 하지만 범인이 자신의 죄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설홍주 탐정은 진실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가진 사람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이자 3번째 단편인 '피의 굴레'는 설홍주 탐정이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믿음이 흔들렸던 편이다. 사람은 선하다는 믿음을 가졌을만큼 설홍주 탐정은 자신의 추리와 조사를 통해 범인을 색출해 내지만 '피의 굴레'에서는 자기의 어린 자식과 아내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던 사람을 통해 설홍주 탐정은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슬퍼한다. 조선인 남편에게서 받은 고통을 오히려 일본인 남자에게 위안을 받게 되며 일본인 남자는 집안 가족들이 자신에게 가해오는 모든 것을 물리치고 조선인 여인과 그녀의 아들을 품어준다. 일본인 아버지의 떳떳한 아들로 살고 싶었던 남자와 그를 사랑한 미모의 여인... 한 순간의 선택으로 어쩔 수 없이 두남녀의 사랑이 슬픈 결말을 맺게 된다.

 

마지막 '날개 없는 추락'은 설홍주 탐정이 당시의 내무장관 김구 선생님의 비서직을 맡고 있는 형님으로 인해 사건을 의뢰했던 경부 역시도 나중에는 설홍주를 걱정하며 사건에서 손을 떼기를 바라지만 설홍주는 끝내 일본 군에 정보를 제공했던 죽은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을 밝혀낸다.

 

설홍주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멋지다. 고전 추리소설의 주인공 설록 홈즈를 연상시키는 그의 모습과 추리력.. 일반적인 고전 추리소설에서 나타나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설홍주라는 매력적인 탐정을 통해서 이야기는 좀 더 흥미진진하고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우울하고 암울한 시기였던 일제 치하에서 당시의 경성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책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벌써 설홍주라는 매력적인 탐정에게 빠졌는데 다음편은 언제 나올지 궁금하며 될 수 있으면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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