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그와 함께 밥을 먹었다
조경아 지음 / 미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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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인사처럼 밥 먹자는 이야기를 건넨다. 그 속에 진심을 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건성으로 인사치레 정도로 건네는 말이다. 저자 조경아씨는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차를 마시자는 말이 아닌 밥을 먹는다는 것은 친교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한다. 가만히 그 말을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건넨 밥먹자는 단순한 말이 가진 의미가 갑자기 커다랗게 다가왔다.

 

저자 오경아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먹은 밥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아내고 있다. 그녀 역시도 에세이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상 사람들과 밥 먹은 이야기를 내려고하니 마땅하게 붙일 말이 없었다는 글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으며 먹는 것으로 충분히 복스럽고 복이 들어올거 같은 사람도 있는데 대왕사신기로 인기를 얻어 이제는 여배우로 인지도가 높은 이지아씨는 전혀 의외의 털털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 놀랐다. 이지아씨가 태왕사신기를 통해서 인기를 얻기 전이지만 밥에 대한 남다른 에티켓을 보여주는 그녀의 테이블 매너는 나 역시도 배워보고 싶고 그녀의 인간됨이 엿보여 평소에 이지아씨에 대해 크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책을 통해 급호감이 생겼다고 말하고 싶다.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박정자씨는 오히려 여배우로서 가려야할 것은 가리는 배우 자체라는 느낌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지만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컨트롤하는 모습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확고한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도 무너지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편한 친구 같은 존재인 엄마와 다른 어머니라는 호칭을 가진 사람과의 식사... 남자친구의 멋쟁이 어머님을 보고서 놀라는 모습이나 결혼후 시댁에서 여러 식구들과 같이 살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결혼을 갓 했을때 나의 모습이 떠오르게 한다. 시부모님.. 그중에서 시어머님이 무섭고 어려울수록 자꾸 실수가 많아진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만큼 잘 보이고 싶고 이쁜 받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시어머님의 입에서 나온 닭발이란 말에 생전 처음 달발을 삶고 냄새를 없애고 만들어 시어머님 앞에 내 놓았을때 맛있다는 한마디... 이 때 저자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을지 짐작도 가고 그 이후로 시어머니와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저자의 암에 걸린 친정 어머니가 좋아해서 늘 빠지지 않았던 젓갈류... 분위기 있는 식당도 좋지만 편안한 사람 냄새나는 성내식당에 대한 글을 보며 우리집 식구들도 젓갈류를 즐겨 먹는데 전혀 부담감 없이 가볼 수 있는 곳이라 급호감이 생겼다.

 

저자는 'GQ' 'W'의 에디터 조경아씨.. 그녀의 직업 특성상 평범한 사람들은 거의 만날 수 없는 연예계에 종사한 사람들이나 부모님, 남편과 밥을 먹은 이야기는 먼저 호기심을 갖게 했다. 매일 근사한 식사를 할 것만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소탈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의 처음이자 어느 도시의 이름처럼 보였던 '해기스'.. 양이나 송아지의 내장을 다져 오트밀과 섞어 그 위장에 넣어서 삶는 스코틀랜드의 최고 요리라는데 박상원씨와 이문세씨가 해기스를 먹으며 행복해했던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했다.

 

음식은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에 따라서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한끼 때우는게 아니라 서로 정을 쌓고 친밀감을 높이며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식으로 식사를 했는지 생각해보고 앞으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과는 좀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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