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얼굴의 소년은 같은 또래 소년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자신을 상대로 위험한 놀이를 하여도 소년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다. 남들처럼 살고 싶었던 소년... 절대 남들과 똑같이 될 수 없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 아직은 어린 소년이 가지고 있는 바람의 왼팔의 총솜씨는 집안 내력이다. 저자 와다 료는 잘 모르는 작가다. 허나 그의 첫 작품 '노보우의 성'이 일본에서 서점가 2위를 기록하며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으며 일본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만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노보우의 성은 개성 있는 등장인물로 인해서 20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호평을 받았으며 퓨전소설가로서 와다 료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바람의 왼팔'은 전쟁 속에서 인간의 속성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일본의 센고쿠(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도자와 가문과 고다마 가문간의 싸움을 배경으로 도자와 가문의 무장인 한에몬은 결혼도 하지 않고 도자와 가문을 위해서 공을 세우는데 사력을 다한다. 그는 자신과 마음으로 결혼을 약속한 죽은 스즈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간다. 고타로는 할아버지 요조와 산속마을에 살면서 사냥을 하며 지낸다. 열한살의 어린 나이치고서는 180cm나 되는 키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연히 고다마 가문의 적장 기베에에게 입은 상처를 안고 피신하던 한에몬은 고타로의 도움을 받게 되고 고타로는 한에몬에게 사격 시합에 출전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서로 상대의 용맹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싶은 한에몬과 기베에는 전쟁 중이라 상대를 죽여야하는 입장이면서도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한에몬의 용맹스런 행동으로 위험에 빠진 기베에는 할 수 없이 이름을 떨치고 있는 닌자를 고용하게 된다. 기베에가 고용한 닌자에 의해서 한에몬측의 식량 창고는 불길에 휩싸이며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전면적을 치르게 되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 한에몬은 사격시합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고타로를 데려오라는 영주의 명을 받게 된다. 고타로를 데리려 간 한에몬은 요조 할아버지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결국..... 저자가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고 일본 역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보다 한에몬이 무장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글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손자 고타로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랬던 요조 할아버지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누구보다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까닭에 조금 모자란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고타로 역시 남들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무사로서 멋진 영웅적인 삶을 살고 싶었던 한에몬, 기베에를 비롯 많은 무장들은 자신의 가문을 의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어 놓는다. 센고쿠 시대에는 규칙과 규율에 억매이지 않고 자신이 모시고 싶은 주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과 계급과 계층을 떠나 자유로운 의사 표현도 가능하고 평민들 역시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의 왼팔'을 통해서 일본의 센고쿠 시대상을 조금은 알게 되었고 남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와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며 고타로의 삶이 안쓰러웠다. 저자 와다 료의 첫 작품인 '노보우의 성'은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니 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