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서양미술사 -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시대별 대표 명화로 한눈에 보는 미술의 역사
김찬용 지음 / 땡스B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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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양미술사의 핵심을 충실하게 설명한 똘똘한 입문서를 만났다. 전업 도슨트 김찬용의 《한 번쯤은, 서양미술사》(땡스B, 2025)이다. 저자는 '대중의 미술화'를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고대, 고전, 중세 시대는 과감히 건너뛰고, 곧장 우리에게 친숙한 르네상스 사조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낭만주의 풍경, 라파엘전파, 사실주의, 아카데미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와 상징주의, 빈 분리파와 아르누보, 야수주의, 입체주의까지 두루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미술사보다는 예술 창작 과정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화가들의 미완성 스케치나 초벌 그림, 메모 노트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미술 애호가의 안목을 키우는 첫 단추로 친절한 미술사 입문서는 언제나 환영이다. 세계적인 명화(아주 잘 그린 그림 또는 유명한 그림)들을 접할 때 사조를 알면 역사적 배경 파악은 물론 작가의 의도를 비롯해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미술 감상의 안목을 키우는 첩경이 바로 미술사 공부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예술 사조는 무엇인가. 나는 낭만주의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한국인의 심미적 취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조 역시 낭만주의 아닐까 싶다. 낭만미는 삼국 시대 풍류도에서 연원한 우리네 전통 정서와 잘 어울린다. 예술 사조는 '살부' 경향이 강한데, 낭만주의는 신고전주의를 아비로 삼고 사실주의를 형제로 삼는다. 잘 알다시피, 낭만주의는 이성보다 감성, 합리성보다 비합리성, 감각성보다 관념성, 동일성보다 차이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을 낭만주의 화풍의 대표작으로 소개하고, 아울러 낭만주의 사조의 하위 개념으로 인물보다 자연을 중심에 둔 독일과 영국 출신 화가들의 작풍을 '낭만주의 풍경'으로 구별한다. 가령 숭고미가 매우 인상적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와 산업혁명(증기기관차)의 아이러니를 드러낸 윌리엄 터너의 〈비, 증기, 그리고 속도〉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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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희 최광희입니다
최광희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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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밀한 가족사를 얘기하는 영화평론가의 글은 처음 접한다. '미치광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영화평론가의 책《미치광희 최광희입니다》(크레타, 2025)를 흥미롭게 읽었다. 유머가 양념처럼 뿌려진 신변잡기 에세이다. 간혹 〈매불쇼〉 시네마지옥 코너에서 중절모를 쓰고 있는 저자 모습은 얼핏 봤어도 그가 '정통파' 영화평론가인 줄은 몰랐었다.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애호가 수준 아닌가 여겼더랬다. 뭐, 아직도 저자의 진지한 영화평론은 한 줄도 읽은 바 없으니 애호가나 덕후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책에는 뭔가 자기만의 철학과 딸깍발이스런 고집이 느껴지는 갬성이 장난 아니다. 특히 도덕 교사로 중학생 꿈나무들을 지도하면서도 이른바 '정답이 있는 삶'과는 다른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언가를 추구하고 그것을 성취하며 사는 삶은 근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처럼 도망치듯 사는 길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과 ‘하기 싫은 건 참지 않는다’는 정반대로 보이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참느니 도망치는 것도 삶의 방편이고, 그 길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다."(32, 33쪽)

나는 영화를 사랑해야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지식을 사랑해야 철학자가 될 수 있듯이 말이다. 글재주가 있는 먹물들은 평론 쪽에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나도 한때 영화평론을 멋지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무식하게 '하루 한 편 365일 영상 수련'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내 영화 사랑은 쉽게 물리고 마는 성질의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름 넘게 카레만 먹고 지냈다고 하기에 나도 할 수 있다 여기고 대뜸 도전하다 실패한 적이 있는데, 영화도 쉽게 물리고 말더이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자의 한 언론 인터뷰를 찾아보니, 나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뒤늦은 위안과 위로를 주는 대사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평론은 기본적으로 거리두기에서 시작돼요. 평가 대상과 거리를 둬야 하는데 평론가들이 그 대상과 붙으려고 하죠." 영화평론도 정치평론처럼 비판적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그렇구나' 싶었다. 사랑이 아니라 비판이 먼저라는 소리다. 아무튼 영화라는 영상매체에 쉽게 물리는 내게 실망한 내게 위안을 주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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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뇌과학 -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작은 연습 53가지
엠마 헵번 지음, 노보경 옮김 / 이나우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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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냉면, 떡볶이, 육개장. 내게 즐거움을 주는 음식들이다. 미각적 차원을 넘어 기분 좋은 설렘과 따스한 추억이 함께 녹아든 음식들이다. 직접 만들기도 어렵지 않은 가정식이기도 하다. 식도락은 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을 말할 때 가장 자주 언급하는 예다. '죽고 싶지만 떡뽁이는 먹고 싶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식사'와 '사료'의 차이도 행복의 여부를 따질 때 적절한 판단 기준이 되어준다. 자신의 일용할 양식이 정성껏 차린 한 끼 식사인지 아니면 허겁지겁 뱃속으로 때려넣는 사료인지가 매일의 행복감을 가늠케하는 확실한 기준이 된다. 그래서그런지 영국의 심리학자 엠마 헵번은 뇌과학에 기대어 '행복 샌드위치'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그런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기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요리는 재료 선별이 중요한데, 행복 샌드위치도 마찬가지다. 일단 우리 뇌는 위협에 민감하고, 나쁜 감정을 오래 간직하며, 보상에는 중독되기 쉬운 성향이 있다. 즉각적인 만족이나 큰 즐거움을 찾다 보면 오히려 권태나 허무, 지루함이나 우울감과 같은 '쾌락의 역설'에 빠지기도 쉽다. 뇌의 기본 모드는 생존이지 행복이 아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이 어렵고 지속적인 행복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무리 좋은 단어도 지나치게 남발되면 가치가 대폭 하락한다. 저자는 '행복'이 바로 그런 가치하락의 단어라고 보고, 대신에 '안녕감(wellbeing)'이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내가 보기에, 행복이 주로 기쁨과 즐거움, 쾌락과 연동된 단어라면, 안녕감은 마음의 평화와 생활수준, 자존감과 연동된다. 저자는 안녕감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두루 소개한다. 가령 경외감 경험하기, 일상 속 기쁨의 순간 만들기, 감정 인식하고 분류하기, 유연하게 생각하기,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기, 나의 이야기 재구성하기, 역경에서 의미 찾기 등 다양하다. 이들 행복 레시피는 생각의 방향을 전환하고 가치관을 조절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돕는 실용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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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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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한다면, 다음 세 가지 원인 때문이다. 핵전쟁의 위협,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파괴, '합리적 담론의 장'의 붕괴. 비판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이를 우리 인류가 당면한 세 가지 핵심 위협으로 언급한다. 지구 종말을 알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자정까지 100초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초비상 사태다. 과연 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문명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다. 이제 진지하게 기후 정의를 실천해야 할 시기다. 그동안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이나 해결책이 없진 않았다. 경제학자 로버트 폴린이 주장한 '글로벌 그린 뉴딜'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폴린은 화석연료 이후의 시대를 정의롭고 평등하게 전환해 나가면서 동시에 번영할 수 있는 경제 모델로 글로벌 그린 뉴딜 프로그램을 강조한다. 이는 그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 전세계적 규모로 추진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그린 뉴딜의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소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5퍼센트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 둘째, 녹색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이 실업의 고통과 경제적 불안정의 우려에 노출되지 않게 한다. 셋째, 지속 가능하고 호혜 평등한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취업 기회 확대와 전 세계 노동자와 빈곤 계층 등 대중의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기후 안정화의 중요한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촘스키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슈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강조하는데, 모두 재원조달의 규모와 방법에 관련된 문제다. 하나는 '화석연료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노동자들과 지역 사회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저소득 국가들이 추진하는 그린 뉴딜 프로그램을 고소득 국가들이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합리적 담론의 장'은 핵 위협이나 기후 재앙과 같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확대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합리적 담론의 장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계급 불평등의 심화, 사회 인프라의 붕괴,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정치 세력의 부상, 지정학적 강경 노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 뉴스, 황당한 음모론, 큐어넌(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유래한 미국의 극우 음모론의 일종), 부정선거 주장 등이 그러한 물증이다.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 정책이 우익 급진화와 정치적 권위주의의 부활을 촉진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신파시즘을 초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 정책이 초래한 주요 결과 중 하나는 사회 질서의 붕괴입니다. 그 붕괴는 극단주의, 폭력, 증오, 희생양 만들기 같은 현상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며, 이 틈을 타 권위주의적 인물들이 '구세주'의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조성됩니다. 우리는 지금, 신파시즘의 한 형태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있습니다."(120쪽)

촘스키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특징이 바로 '제약 없는 계급 전쟁'이라고 단언한다. 지난 40년 동안, 경제 권력을 쥔 이들과 그들의 정치적 하인들이 잔혹한 형태의 계급 전쟁을 벌여 왔다.

"계급 전쟁이 심화할수록 자본주의의 핵심 논리는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윤과 권력을 극대화하려면, 자신과 가족을 포함한 모두의 미래조차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생명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며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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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
오가와 히토시 지음, 곽현아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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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오가와 히토시는 시민을 위한 열린 철학을 실천하는 대중철학자다. 신간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이든서재, 2025)은 그동안 철학과 사상을 멀리한 장삼이사가 일상생활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철학 개념을 소개한다. 이 책은 백 개의 철학 개념으로 채워진 '가정용 공구상자'에 비유할 수 있다. 저자는 일단 철학적 사고과정을 '의심한다, 관점을 바꾼다, 재구성한다' 삼단계로 파악하는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연함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실을 사랑하되 오류를 수용하라." 프랑스의 계몽 철학자 볼테르의 말이다. 이 말을 정직하게 실천하려면 통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틀을 뒤집는 생각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저자 오가와 히토시가 제공하는 철학적 의심의 공구상자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플라톤의 이데아, 장자의 만물제동, 바타유의 성스러운 것,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 멘더빌의 꿀벌의 우화 등 다양한 구성을 자랑한다.

책의 구성은 '일반적인 문제를 의심하는 50가지 방법'과 '개개인의 문제를 의심하는 50가지 방법' 두 파트로 나뉜다. '기존과 다른 사실을 제시하라'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판단을 중지하라'는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 '요소로 분해하라'는 데리다의 탈구축, '움직임으로 세상을 보라'는 들뢰즈의 생성 변화 등이 일반적 의심 기술로 소개되고,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노직의 자유지상주의, '몸과 마음은 다르다'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초인사상, 하이데거의 다자인 존재론 등이 개인적인 의심 기술로 소개된다. 그런데 저자의 이런 구분이 크게 의미있어 보이진 않는다.

나는 현상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의 '에포케(판단중지)'야말로 철학적 의심의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가령 진실의 우물을 들여다본다고 치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관점이나 선입견, 습관적 이해와 같은 기존 정보를 일단 내려놓는, 판단을 보류하는 행위인 에포케가 없다면, 출렁이는 물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고, 우물에 비친 제 모습을 진실이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 정보의 소음을 걷어내는 에포케가 없다면 우물 바닥의 돌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당연함을 의심하고 진실한 경험만으로 사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속에서 대상의 전체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바로 '현상학적 환원'이다. 에포케를 계기로 현상학적 환원을 하고 나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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