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역사를 만나다 - 역사에 정도를 묻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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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는 기록하고 보존하고 재현한다.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 사마천은 '술왕사, 지래자', 즉 '지난 일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안다'는 말을 남겼다. 역사공부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다. 역사공부는 과거 역사를 보는 관점, 현실에 대한 인식,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준다. 사마천의《사기》에 정통한 저술가 김영수의 말대로,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역사학자가 중시한 '지난 일' 가운데 정치와 외교, 전쟁이 우선이다. 가령 사마천은 유방과 항우의 초한쟁패에 주목했고,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주목했다. 두 전쟁 모두 치열하고 흥미진진했던 터라, 오늘날에도『홍문연』이나『300』처럼 영화로 끊임없이 각색되곤 한다. 『홍문연』에선 항장이 책사 범증의 지시로 패공 유방을 죽이려던 장면이 '항장무검, 의재패공'이란 고사성어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고, 중국 당국의 외교 멘트로 활용되곤 한다. 『300』은 스파르타 레오니다스 왕이 스파르타군 300명을 이끌고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정예부대의 침략을 막으려다 전멸당하는 내용이다.

역사와 정치는 상호보완적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는 '지난 일'에서 명군의 길과 혼군의 길, 전투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들, 그리고 부국강병의 요결이나 흥망성쇠의 비밀을 파악하고자 했다. 비판적인 역사인식을 지닌 묵객들은 말한다, 정치판에 선 정치인이라면 '역사의 심판'이라는 말을 가장 명심해야 한다고.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을 체감한다면, 민생 정치에 게으를 수 없고, 각종 불법 비리의 유혹에 흔들릴 수 없다. 이 책엔 15편의 역사 칼럼이 실려 있다. 취지는 "역사에 정치의 바른 길을 묻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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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근대사 100장면 1 : 몰락의 시대 - 진실을 밝혀내는 박종인의 역사 전쟁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 1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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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박종인은 역사를 움직이는 근본 동력으로 '지성'과 '교류'를 꼽는다. 그리고 근대성의 특징으로 부와 군사력과 공동체 그리고 교류를 지목한다. 잘 알다시피, 서구에서 근대의 시작은 18세기다. 당시 유럽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발달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의 근대 맞이는 백 년이나 뒤늦었고 준비도 초라했다. 저자에 따르면, 19세기 말 근대를 맞던 조선 사회는 정작 '지성과 교류' 이 두 역사 동력이 부재했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저자의 강도 높은 비판은 이른바 성군과 혼군을 가리지 않는다. 조선 후기 성군의 대명사는 정조대왕이다. 여기에 딴지를 걸 지식인과 대중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문예부흥을 일으킨 위대한 군주 정조가 정작 "성리학 이외 학문은 철저하게 탄압하고 사상 검열을 한 지식 독재자였다"고 비판한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 붙는 '문예부흥의 군주'나 '개혁 군주'라는 수식어가 기실 과대포장이라는 주장이다.

정조가 등장하는 사극에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식인 무리로 '백탑파'가 있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이덕무, 유득공 같은 북학파 지식인들이 그러하다. 이들 가운데 이덕무, 유득공, 서상수처럼 서얼 출신으로 규장각 검서관에 등용된 유생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등용한 것이 지적인 학술 진흥 차원이 아니라 '배우'를 키우는 그런 오락적 재미 차원이라는 정조의 술회가 가히 충격적이다.

조선 후기 혼군의 대명사는 고종이다. 젊은 정치 엘리트들이 일으킨 갑신정변에 대한 고종의 사후 조치만 보더라도 고종은 혼군의 대명사가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보수 지식인은 고종을 '개명군주'로 찬양한다. 국사 교과서에는 "고종이 헤이그밀사를 파견했다", "을사조약을 고종이 반대했다"는 애국지사적 차원의 고상한 말들이 나오지만, 정작 "조선은 러시아 보호국이 되기를 원한다"고 고종이 애원한 사실이나 "을사조약 직전 고종이 일본 공사 하야시로부터 뇌물 수수"라는 추악한 비리 사실은 빼먹었다는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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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이타주의자 -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앞서가는 사람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장혜경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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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범한 가장 큰 오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계산적인 인간상에 있다. 경제학자가 허무맹랑한 소설을 쓴 셈이다. 사회학자나 인류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 호모 레시프로칸스(상호성 인간)다. 살만한 인간다운 사회는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정글 사회가 아니라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는 공생 사회다. 공생 사회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친절과 신뢰는 우리 유전자에 내재해 있다. 석기 시대부터 공동 육아와 공동 사냥의 문화로 배태되어온 오랜 진화의 괜찮은 결과물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관계를 통해 증폭되고 재생산된다. 가령 자선은 새로운 자선 행위를 불러오고, 친절과 배려는 또 다른 친절과 배려를 불러오고, 신뢰는 또 다른 신뢰를 키운다. 우리는 친절의 대인 효능, 신뢰의 사회적 효능을 망각하곤 하는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처럼, 우리의 상호성 관계는 공명체처럼 작동한다.

"사람들은 조건부 이타주의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이타적 행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이 한 집단을 협력으로 이끌 수도,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224쪽)

우리는 호모 레시프로칸스다. 상호적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부추기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사회의 다양성, 네트워크화, 그리고 자원보다는 정보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지식 경제 기반이다. 이런 새로운 경제를 '무중력 경제'라고도 부른다. 유럽의 인문주의자 슈테판 클라인은 미래의 무중력 경제에선 나눔 정신과 이타심의 재능이 훨씬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타주의자는 관계에서 자란다. 그 관계의 동심원은 진화론자가 애초에 주장했던 것보다 더 넓고 크다. 가령 유전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이타적인 행동이 친척 간에만 유익하다는 협소한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 화학자 조지 프라이스는 이타적인 행동은 혈연과 지연 관계를 넘어서 민족 집단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집단 간의 경쟁이 집단 내부의 경쟁보다 심할 경우, 이타적 성향이 강한 집단이 이기적 성향의 집단보다 우위를 점한다고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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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대드 - 철학자 아버지가 성찰하는 부모에게 전하는 365일 삶의 지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현주 옮김 / 청림Life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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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임금 노릇, 선생 노릇, 부모 노릇이 하나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어느 노릇이나 쉬운 건 단 하나도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 다 희생과 사랑과 헌신이 기본 설정값인 노릇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중 가장 어려운 노릇을 굳이 꼽자면 나는 당연히 '부모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나 백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뛰어난 참교육자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이들이 과연 자녀들에겐 좋은 부모나 훌륭한 부모였는지 따져보라.

가령 '인도 민족의 스승'이라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의 경우를 보자. 20년간 비폭력불복종 투쟁을 가열차게 이어온 간디는 세계사에 영롱하게 빛나는 탁월한 정치 지도자이자 위대한 철학을 몸소 실천한 대중적 스승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타고르가 '위대한 정신'이라는 뜻으로 '마하트마'라 부른 그런 간디다. 하지만 사적으로 간디는 매우 큰 약점이 있었다. 바로 부모 노릇에 철저히 실패했다는 점이다. 인도 민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어도 아들 하나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던 간디에게 부모 노릇과 양육의 길은 정치적 투쟁이나 민중교육보다 더욱 힘겨운 여정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가 부모 노릇과 자녀 교육에 대한 신간을 펴냈다. 지금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새내기 부모라면 '최애서 리스트' 일순위에 오를 그런 책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테마를 다룬, 1년 365일 다이어리 형식의 자기계발서라서, 날마다 혹은 달마다 부모 노릇에 대한 점검과 성찰이 필요할 때 매우 요긴한 기준점 혹은 참조점이 되어준다.

"아이들은 스펀지이기도 하면서 거울이기도 하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부모라고 부를 수 없다." 정말 하나같이 가슴 속에 쏙쏙 박히는 말이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부모들, 자녀의 진정한 팬이 되는 방법을 알고 싶은 부모들,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부모들에게 정말 강추하는 바다. 양육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그런 구원군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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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복을 풀다 - 구글X 공학자가 찾아낸 불안을 이기는 행복 코드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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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작가 모 가댓은 우리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로 '생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삶에서 견뎌야 하는 가장 가혹한 상황보다 우리 머릿속의 작은 목소리가 우리 기분과 감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고로 생각의 재구성과 생각의 파수꾼이 행복의 첩경이다.

공학도 출신답게, 저자는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 우리가 뇌에 특정한 정보를 입력하고 특정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항상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 뇌/컴퓨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고, 스트레스와 긴장 국면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저자는 컴퓨터과학과 신경과학에 근거해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내재된 사고 과정을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훈련볍을 알려준다.

가령 저자는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 끊임없이 뚝뚝 떨어지는 거짓된 정보"를 '감춰진 도화선'이라고 부른다. 감춰진 도화선의 대명사는 매스 미디어다. TV채널, 소셜 미디어, 리얼리티 방송, 인터넷 등이 오늘날 가장 강력한 '오염된 정보원'이다. 오염된 정보원을 청소하고 감춰진 도화선을 제거하는 기본 작업이 바로 똘똘한 정보 다이어트 혹은 정보 단식이다. 스스로 부정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행복은 우리의 초기 설정값이다. 우리 뇌에는 행복을 위해 최적화된 네 개의 주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경험하는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 몰입하게 하는 프로그램, 베푸는 프로그램이 그러하다. 이들 네 가지 프로그램은 꾸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업그레이드의 요령은 학습하기 전에 존재하고, 행동하기 전에 학습하는 것이다. 저자의 슬로건을 빌면, '존재하라, 학습하라, 행동하라'이다. 우리 뇌 안에서 꼬리를 무는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집착을 피하려면 행동하기 전에 학습하고 학습하기 전에 존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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