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설계하는 리더들 - 최고의 협업과 성과를 실현하는 소프트 스킬은 무엇인가 성장의 모멘텀 시리즈 3
로버트 치알디니.마커스 버킹엄 지음, 신예용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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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양 중세의 리더는 '3학4과'를 공부했다. 3학은 문법, 수사학, 논리학이고, 4과는 대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이다. 3학은 오늘날로 치면 필수 교양과목 정도가 되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의 교양은 3학을 벗어나지 않는다. 자, 현대로 눈을 돌려 보자. 미래를 짊어질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맞춤형 커리큘럼을 짠다면 어떤 과목을 넣어야 할까. 답이 눈에 보이는가.

전통을 자랑하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이 이에 대한 깔끔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로버트 치알디니, 크리스 앤더슨, 빌 버처드 같은 대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최고의 협업과 성과를 실현하는 소프트 스킬"에 주목하여 커리큘럼을 짠 것이다. 비즈니스 리더가 갖추어야할 중요한 소프트 스킬의 핵심은 일과 삶의 균형, 설득, 멋진 강연, 비즈니스 글쓰기, 불안 극복, 가면 증후군, 피드백, 사회적 스킬, 윤리적 경력, 목적 찾기, 리더십 강점, 신뢰 등이다. 어딘지 모르게 중세 3학과 겹치는 대목이 많다고 느껴질 것이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불안감과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는 법 등 마음건강과 관련된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는 정도다.

나는 리더의 소통 능력과 글쓰기 능력에 주목한다. 소통에는 설득의 과학과 멋진 강연의 기술, 즉 화술이 포함된다. 설득은 리더의 필수 도구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호감, 상호성, 사회적 증거, 일관성, 권위, 희소성 여섯 가지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 있고 매력적으로 의견을 발표하는 화술 역시 리더의 필수 도구다. 훌륭한 강연을 하기는 어렵지만 망치기는 정말 쉽다. '강연을 망치는 10가지' 같은 팁이 매우 실용적이다. 한편, 비즈니스 글쓰기는 이른바 '8S'라 불리는 8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단순한 문장, 구체적인 표현, 놀라운 정보, 감동적인 언어, 매혹적인 구성, 명쾌한 아이디어, 사회적 콘텐츠, 스토리텔링이 그런 대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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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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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명확하고 당연해서 도리어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이치들이 존재한다." 중국 작가 완웨이강은 그런 "누구나 다 아는 이치"를 "0차원적 이치"라고 부른다. 가령 '돈이 있는 삶이 더 낫다, 똑똑한 사람이 성적이 더 좋다, 예쁘게 생긴 사람이 더 인기가 많다, 건장한 사람이 싸움을 더 잘한다' 등이 바로 그런 0차원적 이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0차원적 이치를 살짝 뒤집으면 1차원적 이치가 된다. 가령 '돈이 없는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가 그러하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문학과 영화가 이런 1차원적 이치를 즐겨 담는다.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이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처럼 말이다. 하지만 1차원적 이치는 객관적인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돈이 많은 사람이 실제로 더 행복하다.

대부분의 0차원적 이치는 알아도 쓸모가 없다. 단 아주 유용한 0차원적 이치도 존재한다. 가령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스타플레이어의 존재가 그렇다. 공연계에서 유명한 이른바 '록스타 원리'다. 스타로커와 일반로커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스포츠 영화는 록스타 원리 같은 0차원적 이치보다는 1차원적 이치를 더 즐겨 채택한다. 예컨대 '팀의 단합이 중요하다, 스타플레이어가 개별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팀 안에 스타플레이어가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등이 대표적인 1차원적 이치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축구의 손흥민, 피겨의 김연아, 배구의 김연경을 떠올려보라. 정작 감독보다 스타플레이어가 훨씬 중요하다. 팀에 스타가 있으면 강력한 전투력이 상승할 뿐 아니라 팀원의 능력도 강화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스타 효과 혹은 록스타 원리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릇 높은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스타에 의존해야 한다. 물리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에 따르면, 대학이 학술계의 슈퍼스타를 교수로 초빙하면 그 대학 전체 학과의 과학연구 성과를 54%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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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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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바운더리'를 보자마자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를 떠올렸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모여든 고슴도치들이 서로 밀착하자마자 뾰족한 가시 때문에 다시 떨어지게 되는데 다들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점차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된다는 이론 말이다. 외로움과 불안, 상실감과 죄책감, 무료함과 지루함 때문에 해로운 대인관계의 수렁에 빠져든 이들에게 바운더리가 해로운 관계의 질곡에서 탈출하는 발판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운더리가 단지 이런 기능만 갖고 있을까.

심리학자 김현은 바운더리를 마음건강 관리의 가장 기본 단계로 파악한다. 바운더리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적·심리적·물리적 공간", 즉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외부의 압력이나 자극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마음의 보호막이자 안전지대다. 바운더리는 직역하면 '경계선'이지만, 실은 "가장 나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정하는 마음의 공간"을 뜻한다. 저자는 이처럼 바운더리를 대인관계(가령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선을 설정하는 건강한 거리두기 기능보다도 훨씬 넓은 정신건강 개념으로 활용한다. 저자가 보기에, 마음건강을 위한 두 축은 바운더리와 자기자비 마인드셋이다.

저자는 바운더리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인간관계의 바운더리, 책임감의 바운더리, 일과 쉼의 바운더리, 감정의 바운더리, 이상과 현실 간의 바운더리다. 개인적으로 책임감의 바운더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착한아이증후군이나 장녀 콤플렉스 같은 수많은 역할과 책임에 짓눌리다 탈진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가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핵심은 자기비판과 자책"이라고 강조한다. 자책감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비판적인 생각을 부풀리는데, 과도한 헌신, 책임감, 완벽주의, 흑백사고, 재앙적 사고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책임감에서 거리를 두는 바운더리를 설정하려면 자기자비가 핵심적인 축이 된다. 자기자비는 소중한 타인을 돌보듯 자기를 돌볼 줄 아는 태도다. 자기자비를 익히는 데 중요한 요소는 마음챙김(내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친절함(내 고통을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다), 보편적 인간성(내 경험을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정상화한다)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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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 살면서 한 번은 읽어야 할 부모와의 관계 정리 수업
가와시마 다카아키 지음, 이정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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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대다수 문제는 그 뿌리가 부모 자녀 관계에 있다. 부모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커서 부모에게 통제당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게 묶여 있는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에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문제와 갈등을 겪게 된다. 일본의 심리상담사 가와시마 다카아키의 말대로, "부모와의 관계는 모두의 숙제다."

통제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다. 이들은 자녀를 통제하고 말과 행동을 조종하기 위해 자녀들의 약점을 공격한다. 효도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권에 기대어, 자녀의 부모 봉양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을 들먹이고, 자녀 내면의 수치심과 죄책감의 버튼을 꾹 눌러댄다. 통제적인 부모는 다음 네 가지 사고방식을 자녀들에게 주입시킨다. "자녀는 부모에게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문제 있는 부모는 다음 네 가지 주요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상실에 대한 불안, 고독과 고립에 대한 불안, 무가치와 무능에 대한 불안, 자유를 침해당할 것이라는 불안이 그러하다. 독이 되는 부모는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 쪽은 상실에 대한 불안, 고독과 고립에 대한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고, 아버지 쪽은 무가치와 무능에 대한 불안, 자유를 침해당할 것이라는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가 최악이다. 콤플렉스를 지닌 부모는 가치관, 감정, 책임이라는 세 가지 영역을 노린다. 즉 독이 되는 부모는 자녀에게 가치관, 감정, 책임을 강요한다. 부모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가치관, 감정, 책임의 영역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것이 포인트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꼭두각시처럼 굴지 말고, 나(자녀)의 가치관과 부모의 가치관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부모의 감정을 살피느라 제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부모의 감정과 내 감정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끝으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그만 던져버리고, 나(자녀)의 책임과 부모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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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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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여자다. 이 말은 아마도 로맨스 소설이나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엄마와 딸의 실제 관계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냉전상황보다 못한 엄마와 딸이 적지 않다. 엄마가 자녀를 보호하는 울타리일 수도 있고, 딸의 성장과 행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사노 요코에게 엄마 시즈코 상은 냉랭한 벽과 같은 존재였다. 남보다 못한 그런 애증과 반목의 관계였다.

엄마 시즈코 상은 현실적이고 생활력이 강했지만 장녀 요코에게는 꽤나 모질고 거칠고 냉랭했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던 요코는 네 살 무렵, 자신이 내민 손길을 엄마가 매정하게 뿌리쳤던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분명 그때부터 엄마를 향한 증오감이 서서이 싹을 틔었을 것이다. 엄마의 냉대와 불신 그리고 모멸은 그 증오의 싹에 거름이 되어주었다.

저자가 결혼을 서두르고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것도 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 아니었을까. 엄마와의 비뚤어진 관계는 진행형이다. 거의 관계를 끊다시피 했지만,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값비싼 실버타운에 모시게 된다. 의외로 얌전한 치매였다. 툭하면 집을 나가고 화를 내고 통장을 누가 훔쳐갔다는 그런 의심을 하지 않는, 또 간혹 흐린 정신에 장녀 요코에게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살가운 말을 던지기도 하는 그런 귀여운 치매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받았다고 느꼈다. 갑자기 온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온화해졌다. 나는 용서받았다. 어떤 인지를 넘어선 큰 힘이 작용한 용서였다. 나는 작아지고 뼈만 남은 엄마와 몇 번이나 서로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 감기가 나았을 때의 아침 같은 기분이 들었다."(254쪽)

부모님의 관계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감당한 이런저런 생활고,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와 남동생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비롯해 자기 가족의 생활사를 이렇게 여과없이 과감히 들려줄 수 있는 작가의 강심장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요코 여사는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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