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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ㅣ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4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외 옮김 / 동녘 / 2024년 6월
평점 :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그게 바로 '자기 서사'의 출발점이다. 자서전, 일기, 편지, 구술사, 사소설 등이 대표적인 자기 서사 장르인데, 자기 서사의 출발점이 자기에 대한 진실 말하기/글쓰기라면, 그 종착지는 주체적인 실존 윤리 및 생활 미학의 완성이다. 자기 서사는 말과 글을 기반으로 한 자기변형의 기예를 선보인다. 나는 자기 서사가 궁극적으로 자기 배려와 자기 인식의 윤리적 실험실이라고 생각한다.
걸출한 프랑스 사상가 미셸 푸코의 이론은 진실, 권력, 윤리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있다. 진실과 권력이 푸코 전기 사유의 축이라면, 윤리와 자기 배려는 푸코 후기 사유의 핵심 테마다. 자기 배려 윤리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 문헌으로 《성의 역사》《주체의 해석학》《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동녁, 2024)는 1982년 5월 31일부터 6월 26일까지 토론토 빅토리아대학교에서 개최된 '기호학 및 구조 연구회 제3회 국제하계학교'에서 푸코가 행한 일련의 강연과 세미나의 녹취록본이다. 토론토 강연의 주제는 자기 배려의 기예, 더 넓게 말한다면, '자기 수양'과 '자기해석학'과 결부된 주체화의 문제다.
"푸코는 주체의 계보학, 주체와 진실의 관계, 고대 그리스-로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라는 세 차원에 힘입어 토론토 강연의 주제를 정할 수 있었다."(16쪽)
주체성의 수레를 굴리는 두 바퀴가 자기 인식과 자기 배려이며, 두 바퀴가 굴러가는 길은 권력-지식의 시스템으로 포장된 길이다. 푸코 후기 사유의 문제의식은 자율적인 주체성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율과 타율, 인식과 배려, 권력과 지식의 나선적 순환을 두루 거쳐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주체화다. 푸코는 주체화의 측면 가운데 자기 배려 주체의 형성 과정을 중시했지만, 자기 배려와 타자 배려의 상호의존적 대화를 통한 새로운 윤리 주체의 형성이라는 전반적인 청사진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
푸코는 서구 역사에서 진실 말하기를 축으로 하는 자기 배려 윤리의 세 가지 모델을 소개한다. 바로 소크라테스-플라톤 모델, 로마제국 초기 모델, 그리스도교 모델이다. 플라톤의 문헌 《알키비아데스》에 근거한 소크라테스-플라톤 모델은 자기 배려와 자기 인식을 동일시하면서, 자기 배려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한다. 로마 제국 초기 모델은 푸코가 간주하는 자기 배려 윤리의 황금기였다. 스토아학파의 자기 수양 담론은 교육적 기능보다는 자기 배려의 비판적 기능, 투쟁적 기능, 의학적 기능을 더욱 강조했다. 그리스도교 모델은 주체 내면의 탐색과 해석으로 간주되는 '자기해석학'의 기반인데, 자기 배려보다 다시 자기 인식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