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 - 16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500년 화학사
후지시마 아키라 외 지음, 정한뉘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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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같은 한파에 외출할 때는 핫팩이 요긴하다. 살살 흔들기만 했는데 오랫동안 따뜻하다. 핫팩 온도는 평균 40도라고 하는데, 대체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럴까 궁금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핫팩 안에는 철가루, 활성탄, 나트륨 등이 있다고 한다. 주재료인 철이 산소와 만나면 산화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때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의 발생을 활성화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부재료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산화반응, 그래 이런 게 바로 화학이다. 연금술에서 자라난 화학은 역시 생활밀착형 학문이다.

16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500년 화학사를 들려준다는, 매우 용감한 책을 접했다. 입문서라면 도가 튼 일본 과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라서 믿음이 간다. 난생 처음 본 화학사 관련서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총 16장으로, '화학의 기초, 수소·산소의 발견과 플로지스톤설, 탄산가스·질소의 발견과 라부아지에, 주기율, 물리화학 분야의 세 선구자, 전기화학, 열역학과 화학 에너지, 방사선화학, 반응속도, 화학결합, 광화학, 고분자화학, 유기화학, 양자화학, 표면 분석, 유기 화합물의 구조 결정'의 순이다.

각 장마다 세 명의 화학자가 등장한다. 가령 전기와 관련된 화학의 하위 학문인 '전기화학'을 예로 들면,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볼타,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 독일의 발터 헤르만 네른스트가 대표적 인물로 등장한다. 1800년 볼타가 구리와 아연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볼타 전지를 발명했는데, 덕분에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는 전기분해 연구로 나트륨(Na),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스트론튬(Sr) 등의 원소를 발견했고, 데이비의 조수 출신이던 패러데이는 1831년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했다.

물리학에 뉴톤과 갈릴레이가 있다면, 화학에는 라부아지에와 멘델레예프가 있다. 프랑스의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했고,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주기율표를 발표했다. 라부아지에는 1789년 최초의 근대 화학 교과서인 『화학원론』에서 질량 보존의 법칙을 언급하고, 물질의 궁극적인 구성 및 요소를 '원소'로 명명했으며 수소, 산소, 질소 등 33종의 원소를 분류했다. 라부아지에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화학자'로도 유명한데, 단두대에서 처형된 다음 날 수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의 머리를 떨어뜨리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같은 머리를 얻으려면 한 세기로도 부족할 것이다."

한편, 주기율표는 모든 원소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표로, 1870년대 당시 알려져 있던 63종의 원소를 원자량과 성질에 따라 나열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 자리를 빈칸으로 두었는데, 빈칸에 들어갈 미지 원소의 성질까지 정확히 예측했다. 가령 멘델레예프가 명명한 에카붕소, 에카알루미늄, 에카규소는 훗날 각각 스칸듐(Sc), 갈륨(Ga), 저마늄(Ge)이라는 이름의 원소로 발견되었다. 원자번호 101번에는 그의 이름을 따 멘델레븀(Md)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자번호 113번 원소는 일본인 연구자 모리타 고스케가 발견했는데, 니호늄(Nh)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공학도 출신의 배우 윤소희가 방송에서 주기율표 20번까지 외우는 암기법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 '허허, 리베비씨는 엔오플네요, 나마알씨는 인황염아라, 카칼슘.'

잘 알다시피, 주기율표의 가로줄은 '주기', 세로줄은 '족'이라고 하는데, 현재 총 7주기 18족이 있다. 영국의 윌리엄 램지는 희토류 원소를 발견해 18족 원소의 존재를 증명했다.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 크립톤(Kr), 제논(Xe), 라돈(Rn) 같은 비활성 기체가 그러하다. 18족 원소는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화학 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여 비활성 기체라고 부른다. 책은 비활성 기체의 전자 개수를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전자껍질에도 K 껍질, L 껍질처럼 기호가 있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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