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스토리의 비밀 - 인물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이 만드는 이야기의 힘
앤서니 멀린스 지음, 이민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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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집처럼 구조가 있다. 이를 서사 구조 모형이라고 한다. 특히 장르나 형식에 관계없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감동과 여운을 주는 특정한 이야기 구조가 있다. 작가든 독자든 다들 발단(1막), 전개(2막), 결말(3막)의 '3막 구조'와 출발, 입문, 귀환으로 나뉘는 '영웅의 여정'을 그런 대중적인 이야기 구조의 전형으로 이해한다. 영웅의 여정 모델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이론에 기대고 있는데, 영웅이 일상 세계에서 출발해 비범한 신비 영역으로 들어가 일련의 모험과 도전을 거쳐 마침내 귀환하는 이야기다. 동서양의 고대 신화, 《의천도룡기》 같은 중국 무협지, 《귀멸의 칼날》 같은 일본의 애니,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할리우드 대작 모두 그런 영웅의 여정 패턴을 바탕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보글러 같은 작가는 현대의 이야기가 대체로 고대 신화의 서사 패턴을 반복한다고 주장하면서, 영웅의 여정 패턴을 12단계로 나눈 적이 있다.

"요약하면, 영웅의 여정은 낯선 임무를 강요받은 영웅이 의심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욱 강하고, 훌륭하고, 심지 굳은 사람이 되어 귀향하는 이야기다. 이것은 우리가 미지의 세계에서 두려운 존재를 마주하더라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극적이고 감정적이면서 희망찬 이야기다. 결말은 항상 해피 엔딩이다."(11쪽)

그런데 호주의 시나리오 작가 앤서니 멀린스는 다소 식상한 영웅의 여정 패턴 대신에 '아크(Arc) 분석'이라는 새로운 틀로써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극본 같은 이야기를 분석할 것을 요청한다. 아크는 본래 활처럼 둥글게 휘어진 호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나 캐릭터의 변화를 나타내는 곡선적인 흐름을 뜻한다. 아크는 이야기에 형태와 구조를 부여하고 주인공의 감정선을 드러내며 주제를 암시하는 강력한 도구다. 물론 저자도 영웅 서사가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 문화 현상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장편 시리즈와 다중 인물의 서사가 중심이 되고, 그만큼 복잡한 비선형 구조에 반영웅 캐릭터들이 북적대는 스토리에서는 아크 분석이 훨씬 효용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아크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등장인물이 '변화형 인물'인지 '불변형 인물'인지를 구별하는 캐릭터 분석이다. 구별의 기준은 인물의 변화, 갈등과 선택에 있다. 다른 하나는 이야기 결말의 희비극 상황에 따라 아크를 크게 '낙관적 아크', '비관적 아크', '양면적 아크' 세 가지로 나누는 일이다. 영화 〈쇼생크탈출〉처럼 "인물의 성격이 긍정적으로 보이며 결말에 이르러 갈등이 봉합되고 모든 상황이 잘 풀린다면 낙관적 아크라고 할 수 있다." 비관적 아크는 이야기가 끝나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 〈버닝〉처럼, "인물의 내면 선택이 갈등을 못 풀고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결말을 맞는다". 양면적 아크는 인물의 앞날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나빠 보이기도 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처럼, "주인공의 내면이 달라져도 갈등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양면적 아크는 달콤씁쓸한 진짜 인생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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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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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가운데 최악은 가짜 의료 뉴스다. 한때 구충제 메가도스 요법이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설이 시중에 퍼진 적이 있다. 실제로 간독성이 있는 구충제를 영양제 먹듯 먹던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구충제 얘기가 싹 물 건너 갔다. 구충제 항암 효과는 정녕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삿된 의견에 불과했을까. 한편, 비타민씨 메가도스가 항암과 항노화에 효과가 있다는 설은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 나도 2년 정도 비타민씨 메가도스를 했었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정말 완전히 무력했고, 신장결석이 일어나는 부작용까지 발생했다. 비타민씨 메가도스 항암효과는 '케바케'일 수도 있지만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비타민씨 메가도스 신도다. 왜 직업을 막론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비타민씨 메가도스의 신봉자들일까. 과학과 종교의 결합도, 종교와 정치의 결합만큼이나 위험하고 해롭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기껏해야 시간 낭비이고, 최악에는 불확실성을 일부러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반면, 의견은 사실에 근거할 수 있지만 객관성을 검증해야 하는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의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그 같은 의견을 갖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므로 이를 공격하는 것도 무의미하다."(11쪽)

내가 '사실'로 믿는 것은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지 어언 십년 째.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사십 대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다. 심혈관 예방 효과보다 위장관 출혈 같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예방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대장암 예방 효과까지 있다니 금상첨화다. 그럼, 커피는 어떠한가. 한쪽에선 발암물질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한쪽에선 심혈관질환 예방과 대장암 예방 효과가 좋은 맛있는 기호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커피의 이해득실은 사실과 의견 그리고 해석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중적인 사례다.

독일의 신경심리학자 옌스 포엘은 먼저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그리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실이 의견의 근거가 되는 것이 옳지만, 때로 의견이 사실을 다루는 방법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실제로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도 위험하고(과학으로 포장된 '가짜 연구', '가짜 저널'도 적지 않다), 삿된 의견이나 궤변이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믿음도 위험하다. '대안사실' 운운하는 반지성주의 진영이 바로 그런 부류다.

물론 과학 내부에서도 사실과 의견이 자주 충돌하곤 한다.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은 거개가 관찰, 가설 테스트, 해석 및 전달이다. 보다 나은 판단과 해석을 위해서라면, 각 단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가령 인간이 지닌 관찰력과 기억력의 한계, 과도한 확신이나 관찰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편향 등이 사실과 의견의 혼동을 낳는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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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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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는 언제나 대중의 오해를 사기 마련이다. 아포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독일 철학자 니체도 그러했다. 일반적으로 니체 사상을 생철학이나 실존주의의 선구로 보지만, 때론 병적인 허무주의, 급진적 주관주의, 상대주의로 왜곡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니체 철학을 통해 니체의 삶과 사상을 알아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삶과 사상을 알아가는 일이다.

니체 가라사대, "단지 그대의 삶만을 읽고, 거기서 보편적인 삶의 난해한 상형문자를 이해하도록 하라." 마치 알쏭달쏭 고대어로 써놓은 것 같은 우리 삶의 도판을 이해하려면, 모든 가치의 전도와 운명애와 같은 참다운 용기가 필요하다. 니체의 운명애 개념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마주한 역경을 성장의 강장제로 받아들이고(잘 알다시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강조한다.

니체 철학은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약과 같아서 진정 효과와 자극 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향을 제시한 니체의 아포리즘 정선집으로, 편저자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는 브레히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책을 소개해온 독일의 유명 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이다. 니체의 아포리즘은 '자아, 행복, 사랑, 재능, 정치, 사유, 평판, 자유'라는 8개의 키워드에 방점이 찍혀있다. 아포리즘 뒤에는 책의 번역자 홍성광의 해설글 '니체와 초인은 누구인가?'가 나온다. 니체의 삶과 대표작은 물론, '니체에 대한 오해와 소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려주는 등 니체 사상을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다수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에서 파생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니체의 조언은 어떠할까. "자신과 친구에게는 성실하고 적에게는 용기를 가져라. 패자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그 밖의 모든 경우에는 언제나 예의를 지켜라." 니체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예찬한 '비도덕주의자'로 자처한 바 있다. 그런데 앞의 조언은 오늘날의 눈으로 보아도 무척 도덕적이다. 니체가 말한 '비도덕'은 부도덕(죄, 타락, 일탈)과는 전혀 다른 맥락인 것이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화두인데, "인간은 한번 타락하면 항상 짐승보다 더 아래로 가라앉는다"라는 니체의 말을 만수에게 들려주고 싶다. 니체의 아포리즘이 실업 스트레스에 무너져내리는 양심에도 어느 정도 진정 효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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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빅쌤의 팡팡 터지는 한 단어 영어회화 - 한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영어가 터져 나온다!, 저자 동영상 강의 + 원어민MP3 파일 + 말하는 영어 일상 일기 부록
하이빅쌤(빅토리아 신) 지음 / 타인의취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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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회화 별 거 아니다', 이런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선 '패턴 구문'이 정답이다. 원어민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패턴에 친숙해야 한다. 단기간에 영어 회화 실력을 확 끌어올리는 첩경이 바로 필수 패턴이다. 프로 선수가 경기 전에 늘 하는 몸풀기 루틴이 바로 네이티브가 실생활에서 매일 쓰는 필수 패턴이라고 보면 된다. 각 학년마다 꼭 알아야 할 필수 어휘가 있는 것처럼 회화에도 그런 필수 패턴이 있다. 회화 난이도를 따진다면 그리 높진 않다. 하지만 '쉬운 영어'가 두루 통하는 법이다. 난이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복 노출을 통해 반드시 몸으로 체화해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는 게 더욱 중요하다. 영어 회화에 '완성'이란 건 없다. 그저 부단한 '반복'과 '응용'만이 있을 뿐이다.

'최고의 영어 발음 티처'로 불리는 '하이빅쌤' 빅토리아 신이 왕초보를 위한 영어 패턴 교재를 펴냈다. 꼭 알아야 할 핵심 단어(가령 'Look')와 이 단어가 포함된 핵심 패턴(가령 Look at, Look out for, I'm looking for, I'm looking foward to)을 소개하고, 원어민들이 이들 패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일상적인 대화문이 제시된다. 저자는 외국어 습득 이론을 정립한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센의 원리를 강조하는데, "불안감이 적은 상황에서 내용을 이해하며 받아들일 때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단어로 만든 패턴들만을 활용했다는 점이 책의 강점이다.

패턴의 정확한 의미와 뉘앙스를 설명하는 저자의 가이드가 따라붙고, 큐알코드가 있어 패턴의 모든 예문을 저자와 원어민의 목소리로 녹음한 MP3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핵심 패턴이 들어간 다양한 예문을 연습할 수 있도록 응용 및 심화표현을 제공한다. 핵심 패턴이 들어간 대표 문장을 가지고 한국 학습자에게 꼭 맞는 소리가이드를 해주는데, 한국인들이 자주 틀리는 발음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연음의 원리를 이해하고 강세를 주어 발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하이빅쌤의 찰떡같은 노하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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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 모아나 Moana - 국내 유일 전체 대본 수록! Disney·Pixar Best Collection 시리즈
강윤혜 해설 / 길벗이지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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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서 읽기에 흥미가 없는 이들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게 바로 만화영화 대본이다. 특히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명작이 아닐 수 없다. 디즈니 애니는 슬랭이나 욕설 등의 거친 표현들이 거의 없고, 의학이나 법정 영화같이 특정 분야의 어려운 표현이 들어 있지 않아, 초등학생부터 일반 성인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모아나』는 남태평양 모누투이섬에 사는 족장의 딸 모아나가 부족의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모험에 나서는 내용이다. 반신반인이 나오는 폴리네시아 창조신화를 배경으로 여성 영웅의 성장담을 잘 그린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주제, 내용, 그림, 음악, 대사 모두 훌륭하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모아나』 대본 전체를 담았는데, 영어 대본은 왼쪽에, 해석과 단어 풀이는 오른쪽에 있다. 영어 잡지사 기자 출신의 저자 강윤혜가 번역과 해설을 맡았다. 책의 특색이라면 대본에서 뽑은 중요한 표현 100개를 수록한 워크북과 전체 스크립트 북을 녹음한 성우의 오디오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초등 고학년을 자녀로 둔 학부형이라면 문장이나 단어가 어렵거나 생소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책의 난이도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유명한 게 '다섯 손가락의 법칙'이다. 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자녀에게 그 페이지를 읽힐 때 모르는 단어가 다섯 개 이상이면 그 책은 접는다는 것인데, 혹여 '다섯 손가락의 법칙' 운운하며 이 멋진 책을 패스한다면 그건 정말 성급한 판단이다. 홍기(마오리족 등 남태평양 제도의 원주민들이 이마와 코를 맞대고 하는 전통적인 인사), 투이가(사모아 등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이 머리에 쓰는 장식), 타파 천 같은 폴리네시아 생활문화와 깊이 연관된 단어들은 모두 우측 하단에 풀이와 해설이 붙어 있다. 호기심 많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아나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돕는 '바다 길잡이' 멘토들, 가령 탈라 할머니와 마우이의 대사가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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