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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심서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중일 삼국에서 정치인의 이상적인 롤모델로 첫째 가는 인물이 제갈량이다. 제갈량(181-234년)의 자는 공명, 호는 와룡, 낭야군 양도현 사람으로 위·촉·오 삼국시기의 걸출한 정치가다. 잘 알다시피, 제갈량은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비유한 바 있다. 확실히,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삼국지 덕후들은 '와룡'과 '봉추' 내지는 제갈량과 사마의를 서로 비교하길 좋아하는데, 군사전략 분야에선 봉추 방통과 사마의가 기실 제갈량보다 낫다고 보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덕후들이 과연 제갈량이 남긴 병법서 《심서(心書)》까지 보았는지 궁금하다. 《심서》는 《무후심서》라고도 불리는데, 장수의 덕목, 재능, 용병, 지략 등 리더십의 핵심 조건들과 군사조직 운용술을 기술하고 있다. 손자나 오자를 숭상하는 오늘날의 전략전술 덕후가 보아도 분명 탄복할 만한 그런 내용이다.
국가의 안위와 전쟁을 다루는 고대 병법서는 오늘날 경영인의 눈으로 읽으면 비즈니스 철학과 조직 운영, 리더십의 핵심 조건을 알려주는 비법서가 된다. 병서에서 말하는 병권(兵權)이 곧 리더의 권위와 권한을 말하고, 장재(將才)와 장기(將器)는 리더의 품격과 그릇 혹은 리더십 덕목을 말한다. 병법서가 강조하는 장수의 자질과 리더의 품격은 '인의예지신'의 덕목과 상통한다. 가령 제갈량은 리더의 일곱 가지 덕목을 강조하는데, '의지, 변화, 식견, 용기, 성품, 청렴, 신용'이다. 제갈량보다 앞서 손자는 '지략, 신의, 사랑, 용기, 엄격함'을 장수의 덕목으로 강조한 바 있다.
리더의 여러 자질들 가운데 제갈량이 가장 강조한 것은 덕목과 절제다. 한편, 리더가 피해야 할 두 가지 치명적인 요소로 '교만'과 '인색'을 꼽았다. 이외에도 경솔함, 말 많음, 이기심, 불공정, 감정적 대응 등이 리더가 피해야 할 것들이다. 제갈량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핵심으로 '금지, 예의, 노력, 신의'를 강조하고, 무능한 리더는 원칙의 부재, 공감과 소통의 실패, 동기부여의 실패, 공정성의 부재로 몰락한다고 강조한다.
삼국지 덕후들은 성어 '읍참마속'이나 위연의 모반을 거론하며 제갈량이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인 지인지감에 약했다고 평한다. 사람의 성향과 기질을 알아보는 능력이 주군인 유비나 동료인 방통에 못 미친다고 말이다. 하지만 《심서》에는 인재를 어떻게 가려쓰고 리더의 핵심 참모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갈량의 혜안이 잘 드러나 있다. "재능은 쓰임에 따라 빛나고, 자리는 사람에 따라 정해진다." 진정한 리더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강점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