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따뜻하게 대접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노래하는 코끼리를 고치러 온 저 사람은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아. 걸음걸이는 마치 딴 세상을 걷는 사람 같고, 우리도 저 사람이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게끔 해 주어야지. 하지만 우린 영어를 몰라. 저 사람은 샨 말을 못하지만 노력하고 있어. 길에서 마주칠 때면 솜 태태 카라고 하고, 음식이 맛있을 때면 킨 와인이라고 하지. 솜 태태 카는 고맙다는 뜻인데 말이지."

"누가 그걸 알려 줘야 되는 건데. 그 사람은 그게 안부 인사로 하는말인 줄 알고 있잖아."
- P325

아, 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현의 진동으로 포착할 수 있다면, 
종이에 기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말로는 불가능하지. 
음악을 표현할 때 쓰는 언어는 
무한한 음의 영역에 비해 너무 왜소해.
하지만 우리에겐 그것을 기록할 방법이 있지. 
음악에 있어서 불충분한 부분은 
단지 말에만 한정돼 
언제든 기호와 음계의 도움을 빌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그 밖의 다른 소리들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고, 
그 소리들은 기호나 대본에 기록할 수도 없지.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 
왼쪽에 있는 여울물에서는 
사내아이 셋이서 공놀이를 하는데 
공이 자꾸만물이 깊은 곳으로 떠내려가고, 
아이들의 엄마나 누이로 보이는 샨 여자가 
빨래를 하면서 아이들이 공을 찾으러 
헤엄쳐 가면 야단을 치는 거야.
공은 또 떠내려 가고 또 찾으러 가고, 
공을 잃어버리고 수영하러 가는 그ㅈ사이에는 
아주 특이한 웃음이 울려. 
그것은 피아노에게도, 오선지에게도, 기보법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소리지. - P362

"당신 말을 들으니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요. 제게도 아내가 있었죠. 딸도 하나 있었고, 단 하루 동안 제 딸이었던 조그만 아기였어요 샨 속담에, 사람이 죽는 것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다 했기때문이라는 이 세상에 살기에는 너무 선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을 들으면 딸아이가 생각나요."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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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비가 온다.
비 오는 날 조명없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적부터
비오는 날 구름이 만들어준 자연 조도와
종이의 질감이 딱 들어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날.

오늘은 일에서 벗어나 책만 읽고 싶지만,
읽는 생활을 하려면
경제적 활동이 필수이기에 현실과 타협한다.

피아노, 비, 구름, 누런 종이책
오늘도 좋은 날이네.

"여기 있습니다. 드레이크 씨."

에라르가 창으로 들어온 빛 속에 서 있었다. 

피아노 뚜껑의 매끄러운 표면은 방의 조잡한 배경막 앞에서 유동체처럼 보였다.

에드거는 피아노에 손을 얹었다. 
한동안 말없이 서서 쳐다보기만하던 에드거는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믿을 수가 없어. 정말로.....이건 아주………"

에드거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이 피아노를 안 지 이제 두 달이 다 되었는데, 
정글 속에서 걷다가 우연히 본 것처럼 놀랐어요. 
미안합니다. 
이렇게 충격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아름답군요." - P282

에드거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군요. 전 가끔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물어야 맞을 것 같군요."

"전 그런 점이 오히려 좋습니다. 
우린 사고방식이 비슷한 것 같군요. 
피아노에는 다른 악기와는 구별되는 무엇이 있어요. 
뭔가 당당하고 찬양할 만한 것이 말이죠. 
그 점은 제가 아는 샨 사람들끼리 
자주 토론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들 말로는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영광스러운 기분이 든다더군요. 
피아노는 가장 융통성이 있는 악기여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 P283

그날 밤 에드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에드거는 누에고치 같은 모기장 안에 누워 
손가락을 비볐다. 
검지 안쪽에 새로 생긴 굳은살이 만져졌다. 
캐서린을 그것을 조율사의 굳은살이라고 불렀는데, 
계속해서 줄을 당겨서 생기는 것이었다.
에라르를 생각했다. 
분명 더 아름다운 피아노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들어 올려진 뚜껑에 그 모습이 비치는 살윈 강의
이미지 같은 피아노는 본 적이 없었다.
캐럴이 그러한 풍경이 되도록 계획했거나
피아노와 어울리는 방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97

"일하고 있을 때 뭐 보이는 거 있어요?"
그들이 결혼한 직후 캐서린이 피아노 옆에서 들여다보며 물었다.

"뭐가 보여?"
"알잖아요. 뭐든, 피아노, 줄, 나."
"물론 보이지, 당신이."
에드거는 캐서린의 손을 잡아 입 맞췄다.

"에드거, 당신도 참.
전 당신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묻고 있어요. 
전 지금 진지하다고요. 
일하는 동안 보이는 거 있어요?"
"왜 안 보이겠어. 그런데 왜?"
"당신이 꼭 다른 곳으로, 
음의 세계 같은 곳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서요."

에드거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참 신기한 세계겠다." - P310

"선생님에겐 누군가가 있겠죠."
"있어요."
화제가 캐럴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며 에드거가 천천히 말했다.

"캐서린이에요."

"좋은 이름이네요."

"네…… 그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너무 익숙해져서 이젠 그게 이름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지만요. 
어떤 사람을 아주 잘 안다는 건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거죠."

킨 므요가 에드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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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 2023-04-18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는 비가 그쳤어요
비가 오면 책을 못 읽어요
창밖이 자꾸 시선을 끌어댕기거든요~^^

조명없이 책 읽는 것 저도 넘~~~좋아요
⛱️ ☂️ 🌂

싱글오이 2023-04-18 12:10   좋아요 2 | URL
저는 오후 출근이라 우산 받쳐들고 비 구경 갑니다 :)
멋진 하루 보내세요.
 

하지만 ‘이곳에 음악과 문화를 가져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 

이곳에도 예술과 음악이 존재하니까. 
그들만의 예술, 그들만의 음악이 말이지. 
버마에 그런 것들을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야. 

그러한 일은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지. 

사실, 이 나라 사람들을 우리의 신민으로 
만들려 한다면 유럽 문화의 정수를 그들에게 알리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닌가? 

바흐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
노래는 군대와 다르지 - P214

"그럼 저 아래 농부들도 샨족인가요?"
"아뇨, 다른 종족이에요."
킨 므요가 노크 레크에게 버마 어로 물었다.

"이 계곡에서 사는 팔라웅 족이라는군요. 자기 부족만의 고유한 말과 옷, 음악이 있고요. 사실 저도 상당히 혼란스러워요. 산들은 각각자신들만의 부족을 데리고 있는 섬과 같아요. 고립되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서로 달라지죠. 팔라웅, 파두앙, 다누, 샨, 파오, 와, 카친, 카렌, 카렌니……… 그런 부족들은 꽤 큰 부족에 속한다고 할 수있어요."

"전혀 몰랐어요. 산 섬이라… 멋지군요."

"앤서니 캐럴식 표현이죠. 그는 산을 다윈의 섬 같다고 말해요. 여기에서 변화하는 것은 새의 부리가 아니라 문화죠. 그는 그 점에 관해영국 학술원에 편지를 써 보냈어요." - P227

수주일 동안 이 순간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 왔다. 마침내 샨스테이츠가 제국의 영토가 되었을 때, 역사가 기억하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말이 필요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에드거 드레이크입니다. 피아노를 고치러 왔습니다." - P238

눈앞에 보이는 땅은 흩어진 나무와 덤불숲에 덮여 완만한 경사를이루며 강으로 이어졌다. 
모래로 이루어진 강둑에는 카누들이 나란히 매여 있었다. 

달빛이 눈이 시도록 밝았다. 
달의 토끼를 찾아보았다. 
지중해를 건넌 이후로 며칠 밤을 찾았던 토끼였다. 
이제서야 처음으로 토끼가 보였다.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달아나려고 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토끼가 달 한쪽에서 뛰었다. 
달 아래 숲은 빽빽하고 어두웠으며, 
살윈 강은 물결 속에 하늘을 품고 소리 없이 흘렀다. 
기지는 조용했다. 
그곳에 도착한 이후로 킨 므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자러 간 것 같았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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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이라고요?"
투박한 스코틀랜드 억양의 남자가 외쳤다.
"이런 제기랄, 내가 방금 들은 이름이 캐럴 맞소?"
"그런데요. 왜그러시죠?"
왁자한 웃음소리에 놀라며 에드거가 물었다.
"왜냐고요?"
스코틀랜드 인이 웃으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모두 들었지? 우린 이 배에서 사흘을 보냈어. 이 친구에게 풋볼 얘기나 해 달라고 조르면서 말이지. 그런데 오늘은 자신이 그 의사와 친구라고 하는군."
그들은 모두 웃으며 서로 잔을 부딪쳤다.
"저, 친구는 아니고, 그게………."
에드거는 말을 정정했다.
"하지만 모르겠군요. 왜 모두들 흥분하는 거죠? 
그 사람을 아십니까?"
"그 사람을 아느냐고요?"
병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람은 트웨트 느가 루만큼이나 전설적인 사람이오. 젠장, 여왕만큼이나 전설적이라고요."
다시 잔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진이 돌았다.
"정말입니까?"
몸을 기울이며 에드거가 물었다. - P157

"노래요. 그 사람이 플루트로 연주한 노래가 무슨 노래였습니까?"

"그 노래는 샨 족의 사랑 노래였어요. 
샨 족의 소년이 애인에게 구애를 하는데, 
그 소년은 늘 같은 노래를 연주하죠. 
대단한 노래는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종의 기적이 일어났어요. 
나한테 얘기해 주었던 그 병사에게 캐럴이 훗날 말해 준 거라는데, 그 누구도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리게 해 주는노래를 연주하는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더군요." - P162

킨 므요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속삭임 같기도 했지만 
유리병 입구에 바람을 불어넣을 때 나는 소리처럼 
깊은 울림이 있었다. - P177

"배들이 물에 떠 있는 연꽃 같군요."
"상인들은 그 연꽃 위에서 우는 개구리 같고요."
그들은 수로를 지나는 배들을 구경하며 작은 다리 위에 섰다. 

킨 므요가 물었다.

"선생님께선 피아노를 고치러 이곳에 오셨다고 들었는데요?"

에드거는 그 질문에 놀라 주춤했다.

"그래요,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자신들의 말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많은 것을 알아낼 수있는 법이죠."

에드거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생각되나요? 피아노를 고치러 이렇게 멀리까지 온다는 것이 말입니다."

에드거는 수로로 눈길을 돌렸다. 
배 두 척이 멈춰 서서, 노란 향신료를 저울에 달아 작은 자루에 담고 있는 여자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자루에서 새어 나간 노란 가루가 꽃가루처럼 검은 물 위에 떠 있었다.

"그다지 이상하진 않아요. 앤서니 캐럴은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안다고 믿으니까요."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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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때의 일입니다.
무심코 간다타가 고개를 들어 피의 연못 위를 바라보니그 적막한 어둠 속 멀고 먼 천상에서 은빛 거미줄이 마치 사람 눈에 띄는 것을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한 줄기 가느다란 빛을 발하며 스르르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간다타는 그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 거미줄에 매달려 끝없이 올라가면, 분명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잘하면 극락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이제 바늘산에서 쫓겨 다닐 일도 없고 
피의 연못에 가라앉을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한 간다타는 재빨리 
그 거미줄을 두 손으로 꽉 움켜잡고 죽을 힘을 
다해 위로 위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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