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문득 언제가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의 내가 떠오를때가 있다.삼월의 찬 바람을 견디던 분홍색 벚꽃이랑 하염없이 올려다 보던 교토의 나,이층버스에 매달려 한여름의 하이드파크를 향해 ‘굿바이’라고 읊조리던 나,험악한 인상의 공항경차루앞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설명하무리 진땀 빼던 두바이의 나,해협을 건너 아마쿠사로 가던 배에서 돌고래떼에 시선을 빼앗겼다는.그때마다 나는 에게 참 낯선 사람이었다.4p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더 많은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수 있을때,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75p

알면 달라보인다.즉 생각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결국에는 세상을 바꾼다.그래서 여행지에서 생각한다.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를 둘러싼 세상이 바뀐다고.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은 모르면 늘 똑같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세상은 날마다 달라지고 있을것이다.그런데도 한결같이 같은것처럼 보인다면,내가 모르는게 있다는 뜻이다.178-179p


노르웨이 관광차에서 주체한 팸 투어에 참가한 적이있다.
나만 수첩을 꺼내 피오르의 풍광을 메모할뿐 다른사람은 모두 사진기에 담을 멋진 풍경을 찾아 이리 걷고 저리 뛰고 있었다.열심히 사진을 찍고 돌아온 어느 여행의 경우 , 사진으로 남은 기억은 면도날처럼 날카롭다.하지만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나 어디서나 풍기던 이국적인 냄새 혹은 여행지의 전반적 느낌 같은건 송두리째 기억에서 잘려나간다.
기억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만든다.포토샵이 시진의 노출을 보정하듯 기억은 과거의 판단을 보정한다.좋았던 시절은 더 또렷하게,나빴던 시절은 더 흐릿하게 .그제야 우리는 어떤삶을 살았느냐고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느냐, 더 나아가서 어떻게 말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235p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응 바라본다.여행자의 시선으로,새롭게,신기하게.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까 나도 바뀐다.그러므로 여행이 끝났으니,비로소 여행이 시작된다.25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공항에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의공항에서 #최갑수여행에세이  
 
매일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그것은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는 일이다.
그것은 깊은 먹구름 같은 것이기도 하고
눈앞을 달리는 가랑비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나는 때로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 고백이다.12p 
 
저녁이면 보랏빛 노을이 수평선 너머에서 번져온다. 해변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시간이다.물결이 일때마다 세상은 보라색으로 넘실댄다.노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라.지구가 단지 단단한 바위덩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맑은 눈을 가졌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자그마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수도 있다.52p 
 
인도 임팔에서 코히마로 가는 길 주유소 에 잠깐 내려 보았던 밤하늘 같은  이마를 밝히던 북극성이며 카시오페이아 그 별빛 들은 지극히 무의미 하지만, 그 별빛들이 아니었다면 고난한 먼지의 밤길을 어떻게 견디라고 있었을까요.별빛 하나로도 생을 더듬 거리며 건너가는 사람이 세상에는 있답니다.69p 
 
날개짓처럼 사뿐하던 이별의 궤적을 바라보며 이별이란 해어지려고 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 밀려온 파도가 물러나듯 그저 만남이 끝났을 뿐이라는것을 알게 됐다.86p 
 
어느새 저녁이 되어 ‘어이 수고했어’하며 서 있곤합니다.그럴때 손을 털고 베란다 앞에 가서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감각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왜냐고 묻는다면 이런일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약간은 노곤한 몸으로 노을 앞에 서면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도 가슴깊은 곳에서 서서히 타오릅니다.99p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보니 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같은 에스프레소라도 커다란 홍차잔에 마시면 맛이없고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것 같았습니다. 모든 내용은 각자에게 알맞은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시는 시시라는 형식속에 들어가야 아름답고 축구는 축구장에서 해야 재미있죠.아마추어는 책상과 탁자를 만들지만 프로페셔널은 공부를 위한 책상,회의를 위한 탁자를 만들죠. 상당기간의 숙련을 필요로 합니다.어쩌면 내용보다 형식을 더 고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122-124p

가질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때 스트레스와 불만이 쌓이더라구요.안되는게 있고, 가질수 없는 게 분명 있더라구요.그걸 인정하고 구분하고 받아들이니 인생이 좀 심플해지더군여.132p

모두다 가질순 없다.하나를 가지고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가질수 없다는 생각으로 살면 생이 심플해지고 편해진다.그만큼 시야도 넓어진다.무지개가 뜨면 그 이유를 부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떄론 무지개를 즐기는 것도 필요핮하지 않을까.한손은 쥐고 한손은 펴자.149p

여행을 떠날때 준비를 치밀하게 하는 편입니다.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세밀하게 동선을 짜고, 비행기와 버스, 열열차 시간표를 거듭 확인 합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숙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식당과 먹을거리 정보를 검색합니다.그리고 날짜별로 프린트해서 수첩에 붙입니다.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더군요.비행기는 연착이라서 환승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야 합니다.숙소에 도착하니 인터넷 보던 것과는 전혀 딴판입니다.프런트직원은 불평을 쏟아놓는 내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끝입니다.나보고 어떡하라고.꼭 가보라고 했던 식당은 사라져 버렸네요.날씨도 엉망입니다.다행스러운건 방금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손바닥을 지나 심장으로 전해지는 온기.그레 역시 저는 그다지 정교한 인간은 아닌것입니다.여행이 다시 한번 그걸 깨닫게 해 주네요.일정대로 되면 여행이 아니고 뜻대로 된다면 인생이 아니겠죠.153p

마음속 풍선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그 풍선을 잡고 있는 우리의 뒤꿈치가 살짝 올라갔던 그날 “아 이번 여행이 영원히 멈추지 않았으면•••••.” 199p

어김없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새벽 타종소리와 함께 눈을 떴을때, 숙소 밖으로 몰려든 자욱한 우유빛 안개를 보며 내속에 무언가가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도하곤 했다.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음악을 비로소 찾아 듣게 됐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기도 했고 손에 따뜻한 조약돌 하나를 꼭 쥐고 서있는 기분 같기도 했다.서서히 돋아났던 시간들.206p

어찌 모든 여행이 아름답지 않을수 있을까.궤적은 사라지고 흔적은 소멸하는데,어찌 모든 인생을 걸고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

“얘야 여행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 얻을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지.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얻었을때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도 가르쳐 준단다.그러니 계속 걸어가려면.”238p

오랜 여행에 돌아와 빨래를 담그고 손톱을 깍는다.우리는 더 낙관적이 되었고 많은 그리움을 만들었지만,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남겨 두는 법도 배웠다.그리움이 커져 하나의 큰 파도가 되고 그 파도가 밀려들어 우리의 발목을 따듯하게 적실것이다는 것 알게 됐다.
260p

인생이란게 묘하네요.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프라하에서 이렇게 실망스런 기분으로 앉아있으니까요.시간이,세월이 그렇게 만든다고 같습니다.한때는 그렇게 갖기를 닿기를 열망했던 것들이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그 욕망들은 어느새 빛이 바래 서랍 깊숙한 곳에 버려져 있습니다.27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의밥상 #공지영에세이


거름이 많아도 농사가 안돼.먹을게 많은데 애쓰며 꽃 피우고 열매를 맺겠내냐고.순자르기를 해서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거야.그러면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성장의 거름이 고통이라는 진리가 사람이 아니라 식물,호박에 이르는 우주적 원리였단 말인가.23p

새벽 강어귀에 앉아 모든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듯했다.
이 나이에 이르러 이젠 안다.싦은 실은 많은 허접한 갓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내 남은 생에 소망이 있다면 그중 무엇이 허접하지 않은지 식별하는 눈을 얻는 것인데 그중 나는 몇개의 건져 올리는 기분이었다.그것들은 살아 푸르른 숭어 같았다.85p

고작 말리는데 보통이 아니예요 만져줘야 해.만져서 늘 모양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지.그런데 이 곶감은 만져 줄수록 더 힘이 빠져요. 우리의 인생처럼 ..136p

잘 익는 것은 나중에.안 익는 것은 먼저 알았지 그게 평등이야 138p

차비가 없어서 못오고 시간이 없어서 못오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못 오고 버리지 못하는게 있어서 못오지.우린 그걸 다 넘어서서 여기 온 사람들이야.그러니 모든것들을 즐겨도 돼.193p

지난 여름이 용광로 처럼 뜨겁지 않았다면 오늘 부는 이 가을 바람이 그리 고맙지 않았으리라.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채움에는 기쁨이 없겠지.309p

지리산의 구수하고 소박한 밥상 행복하게 잘 먹었습니다.작가님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날 산 가방과 원피스는 오랫동안 버리지 못한다고 같다.내가 낯선 도시에 적응하고 있었다는 증거물이기 때문이다.13p

나처럼 살지 않기 위해 뉴욕에 왔는데, 이곳에서도 나처럼 살고 있었다.낯선곳에 오니 내가 누구인지가 한국 보다 훨씬 더 잘보이는 것만 같았다.28p

당신 수업이 정말 좋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다. 답변은 내 수업은 학생들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가 어메이징하다면 수업을 듣는 너희들이 어메이징 하기때문이다.이 수업의 핵심은 춤을 즐기는 겁니다. 동작을 잘하는 건 그 다음이예요 .70-71p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곤 책을 통해 쌓는 지식이라기보다는 체험이었다.몸으로 배운건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15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경청傾聽 -‘경’은 傾사람 한자 인을 향해 머리가 기울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한자로 상대방 앞으로다가가 귀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청’聽을 풀이라면 귀 이 임금 왕 열십 눈 목 마음 심으로 이뤄진 형태다.임금처럼 진득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눈을 크게 뜨고 사람을 바라보면 상대의 마음마저 얻을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린 늘 상대를 안다고 여기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 한다.
이 책을 보면서 곰곰 생각해 봤으면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본 적이 있는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본적이 있는지,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헤아려본적이 있는지,누군가와 마음을 터 놓고 대화를 나눌만한 상대가 있는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귀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34-39p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기 상황에 맞게 리액션을 주고 받으면서 반응을 끌어내고 , 그 반응이 솟아난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 서로 마음을 탐험하고 헤아릴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곳이 필요하다.
몸이 아닌 마음을 누일곳이.나역시 세상살이에서 생기는 근심과 답답함을 주변사람과 나눌때가 있다. 이때 형식적인 위로 보다는 마음의 장막을 먼저 풀어헤치고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어”라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이들의 위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그런 적당히 따듯한 말을 접할때 마다 ‘하나의 상처와 다른 상처가 초대되거나 맞 닿을래 우리가 지닌 상처의 모서리는 조금씩 마모되는데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주고 받는 대화는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같다.상대가 건네는 말에 맞장구를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대화의 물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그 언어의 물결에 진심을 실어서 보내면 상대방의 날카로운 상처가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찌르지 않을 테고, 전보다 덜 아파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비록 상처를 완벽히 지울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다.54-57p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vacancy 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에서 유래했다.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다.진정한 쉼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수 있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중요한 것은 말을 잘 하는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나눌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8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