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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항에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밤의공항에서 #최갑수여행에세이
매일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그것은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는 일이다.
그것은 깊은 먹구름 같은 것이기도 하고
눈앞을 달리는 가랑비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나는 때로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 고백이다.12p
저녁이면 보랏빛 노을이 수평선 너머에서 번져온다. 해변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시간이다.물결이 일때마다 세상은 보라색으로 넘실댄다.노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라.지구가 단지 단단한 바위덩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맑은 눈을 가졌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자그마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수도 있다.52p
인도 임팔에서 코히마로 가는 길 주유소 에 잠깐 내려 보았던 밤하늘 같은 이마를 밝히던 북극성이며 카시오페이아 그 별빛 들은 지극히 무의미 하지만, 그 별빛들이 아니었다면 고난한 먼지의 밤길을 어떻게 견디라고 있었을까요.별빛 하나로도 생을 더듬 거리며 건너가는 사람이 세상에는 있답니다.69p
날개짓처럼 사뿐하던 이별의 궤적을 바라보며 이별이란 해어지려고 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 밀려온 파도가 물러나듯 그저 만남이 끝났을 뿐이라는것을 알게 됐다.86p
어느새 저녁이 되어 ‘어이 수고했어’하며 서 있곤합니다.그럴때 손을 털고 베란다 앞에 가서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감각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왜냐고 묻는다면 이런일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약간은 노곤한 몸으로 노을 앞에 서면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도 가슴깊은 곳에서 서서히 타오릅니다.99p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보니 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같은 에스프레소라도 커다란 홍차잔에 마시면 맛이없고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것 같았습니다. 모든 내용은 각자에게 알맞은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시는 시시라는 형식속에 들어가야 아름답고 축구는 축구장에서 해야 재미있죠.아마추어는 책상과 탁자를 만들지만 프로페셔널은 공부를 위한 책상,회의를 위한 탁자를 만들죠. 상당기간의 숙련을 필요로 합니다.어쩌면 내용보다 형식을 더 고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122-124p
가질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때 스트레스와 불만이 쌓이더라구요.안되는게 있고, 가질수 없는 게 분명 있더라구요.그걸 인정하고 구분하고 받아들이니 인생이 좀 심플해지더군여.132p
모두다 가질순 없다.하나를 가지고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가질수 없다는 생각으로 살면 생이 심플해지고 편해진다.그만큼 시야도 넓어진다.무지개가 뜨면 그 이유를 부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떄론 무지개를 즐기는 것도 필요핮하지 않을까.한손은 쥐고 한손은 펴자.149p
여행을 떠날때 준비를 치밀하게 하는 편입니다.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세밀하게 동선을 짜고, 비행기와 버스, 열열차 시간표를 거듭 확인 합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숙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식당과 먹을거리 정보를 검색합니다.그리고 날짜별로 프린트해서 수첩에 붙입니다.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더군요.비행기는 연착이라서 환승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야 합니다.숙소에 도착하니 인터넷 보던 것과는 전혀 딴판입니다.프런트직원은 불평을 쏟아놓는 내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끝입니다.나보고 어떡하라고.꼭 가보라고 했던 식당은 사라져 버렸네요.날씨도 엉망입니다.다행스러운건 방금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손바닥을 지나 심장으로 전해지는 온기.그레 역시 저는 그다지 정교한 인간은 아닌것입니다.여행이 다시 한번 그걸 깨닫게 해 주네요.일정대로 되면 여행이 아니고 뜻대로 된다면 인생이 아니겠죠.153p
마음속 풍선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그 풍선을 잡고 있는 우리의 뒤꿈치가 살짝 올라갔던 그날 “아 이번 여행이 영원히 멈추지 않았으면•••••.” 199p
어김없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새벽 타종소리와 함께 눈을 떴을때, 숙소 밖으로 몰려든 자욱한 우유빛 안개를 보며 내속에 무언가가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도하곤 했다.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음악을 비로소 찾아 듣게 됐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기도 했고 손에 따뜻한 조약돌 하나를 꼭 쥐고 서있는 기분 같기도 했다.서서히 돋아났던 시간들.206p
어찌 모든 여행이 아름답지 않을수 있을까.궤적은 사라지고 흔적은 소멸하는데,어찌 모든 인생을 걸고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
“얘야 여행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 얻을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지.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얻었을때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도 가르쳐 준단다.그러니 계속 걸어가려면.”238p
오랜 여행에 돌아와 빨래를 담그고 손톱을 깍는다.우리는 더 낙관적이 되었고 많은 그리움을 만들었지만,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남겨 두는 법도 배웠다.그리움이 커져 하나의 큰 파도가 되고 그 파도가 밀려들어 우리의 발목을 따듯하게 적실것이다는 것 알게 됐다.
260p
인생이란게 묘하네요.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프라하에서 이렇게 실망스런 기분으로 앉아있으니까요.시간이,세월이 그렇게 만든다고 같습니다.한때는 그렇게 갖기를 닿기를 열망했던 것들이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그 욕망들은 어느새 빛이 바래 서랍 깊숙한 곳에 버려져 있습니다.27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