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1 세계문학의 숲 17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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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의 표현을 했다는 것에 믿을수 없었다.

마치 현재 시대에 1860년의 주인공 드니즈 그녀가 건너온 느낌이다.

그녀가 해고를 당하고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가치판단의 기준이었던 그 시대가 지금 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놀라왔다. 그래서인지 과거를 탐색하는 과정이기 보다는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투자자와 경영자의 이해관계,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경영방침과 광고, 서비스로까지 확장되는 백화점의 역동적인 운영시스템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 근로자들의 복지나 직장 내 파벌, 줄서기 따위의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관행도 소설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는 돈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자문하는 인물의 모습도 오늘날과 같다. 옥타브 무레와 드니즈 보뒤의 관계는 오늘날 수없이 변주되고 있는 신데렐라 신드롬의 판박이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같은 맥락에서 졸라가 천착한 당대 사회의 세밀한 묘사에 문학적 의의를 두고 있다. 이 소설은 세계 최초 백화점으로 알려진 봉마르셰 백화점을 모델로 거대 자본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19세기 중후반의 파리의 모습을 그린다. 파리의 중심에 세워진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번영을 바탕으로 변화해가는 당시 상업 메커니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소비자들의 욕망과 무기력하게 몰락해가는 소상인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추며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드니즈는 아침부터 엄청난 유혹을 느끼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지켜보았을 뿐인데 그녀가 코르나유에서 6개월 동안 본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거대한 백화점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면서 동시에 매료시켰다.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갈망 속에는 결정적으로 그녀를 유혹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큰아버지 가게에서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것은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음습하고 후미진 가게에 대한 본능적인 경멸과 반감 같은 것이었다.

(44쪽)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에는 여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백화점은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여성의 마음을 빼앗고자 애썼다. 화려한 쇼윈도로 여성을 현혹한 다음, 사시사철 이어지는 바겐세일의 덫으로 그녀를 유혹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육체 속에 새로운 욕망을 주입했다. 그 모든 것은 여성이 필연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유혹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알뜰한 주부로서 구매를 시작했다가 점차 허영심이 발동하면서 마침내 유혹에 홀딱 넘어가고 마는 식이었다. 백화점은 엄청난 물량의 판매를 통해 호화스러움을 대중화시키고 무시무시한 세력으로 소비를 촉진했다. 그럼으로써 가정을 황폐화하고, 날로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는 유행의 광기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게끔 부추겼다.

(133쪽)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우산살에 실크 천 쪼가리만 떡하니 붙여놓으면 되는 줄 알다니! 그것들은 손잡이를 무더기로 사들이지. 몽땅 똑같이 찍어낸 것들을…그러니까 그 값밖에 못 받는 거라고! 내 말 알겠어? 예술은 이제 다 죽어버린 거야!"

(317,318쪽)



드니즈는 농담처럼 말하면서 탄탄한 논거들을 제시했다. 제조업체의 대리인, 출장 판매원, 판매 대행업자 등과 같은 중개인들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제 제조업자들은 백화점을 떠나 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백화점이 고객을 잃으면 그들 또한 파산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정적으로, 상업의 방식이 필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스러운 세태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막을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좋건 싫건 모두가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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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15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필드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백화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랐어요^^* 졸라는 백화점 내부사정을 어쩜 이렇게도 잘 알고있었을까요!ㅎㅎ😆

가필드 2022-02-15 20:30   좋아요 3 | URL
답금 감사합니다 미미님 저도 강남 신세계백화점과 현재 저의 욕망들이 떠오르더라구요 😅

책읽는나무 2022-02-15 18: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책도 재밌다고 소문 자자하더라구요?^^
목로주점 완독하면 백화점을 읽을까? 사다 놓은 제르미날 읽을까? 고민 중인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다 보니까 책 순서가 있는 것 같아 또 고민하게 되더라구요ㅋㅋㅋ

가필드 2022-02-15 19:57   좋아요 4 | URL
아 순서가 있군요 그레이스님 리뷰 참조해야 겠네요 나무님 덕분에 파도타기 들어갑니다 ^^ 인물들의 심리들도 잘 표현한거 같아요

mini74 2022-02-15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재미있게 읽은 ㅎㅎ 예전 신애라 나오는 드라마도 생각나더라고요. 결말이 우울하지 않아 더 좋았어요. 졸라 책 결말은 다 ㅠㅠ 좀 그렇지요 ㅎㅎ

가필드 2022-02-15 23:14   좋아요 2 | URL
미니님 아직 일편만 읽었는데 해피앤딩은 아니군여 댓글 감사합니다 신애라 나오는 드라마 무얼까 궁금해지네요 늦은밤인데 평안한 시간 되세용

mini74 2022-02-15 23:16   좋아요 2 | URL
헉. 해피엔딩인데요 ㅠㅠ 죄송해요. ㅠㅠ 신애라 나오는 드라마가 아주 옛날 드라마인데 백화점이 배경인 이야기거든요 ㅠㅠ

가필드 2022-02-15 23:20   좋아요 2 | URL
미니님 괜찮아요 예상은 좀 되었던거 같아요 신애라님 주인공에 백화점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있었군요 해피앤딩이라 다행이네요 이웃님들 덕분에 읽을거리가 한번에 풍족해지는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