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소의 말들 -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
최은숙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면서 한번씩 생각한다. 억울한 사람들의 고통과 용기에 대하여, 진실에 불을 밝히는 낯선 이들의 호의와 선의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바람대로 조사관으로서의 나의 손이 여전히 따뜻한지를. 내가 가는 길이 좋은 선례가 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142)​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이번 브런치북 대상작 중 제일 먼저 만나게 된 책은 『콜센터의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이 책 『어떤 호소의 말들』을 만났다. 왜인지 '말' 시리즈 운명같은 이 느낌.

2002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의 사건 너머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중간중간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진 사건들의 이면도 볼 수 있었고, 책을 읽으며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어 다 담기지 못한 생략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을, 따뜻한 말을 건네는 마음을 갖고 싶다. 
슬프고 아픈, 억울한,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의 이 문장이 인류의 약속이 되기 전까지 모든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지 않았다. 존엄은 쟁취된 것이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마치 하늘에서 툭 하고 존엄함이 떨어져 인간의 뼛속에 박힌 것처럼, 우리가 우리를 존귀한 존재라고 믿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모두가 존귀할 수 있었다. (...)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34)​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이경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그런 거 하고 싶습니다. 항상 뭘 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열심히 말입니다. 못 하는 거 말고 안 하는 거 같은 거,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205)​


철거를 앞둔 강남의 한 아파트에 모이게 된 네 남자.
실업자 민용, 공시생 연후, 복학 못한 고학생 저커, 집 나온 아저씨 이안, 그리고 고양이 유로.
근데 우리 유로, 분량이 너무 적은거 아닙니꽈!

아픈 청춘의 이야기에 나도 조금은 울컥했다. 서로가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를 감싸안으며 품어주는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역시 사람은 혼자가 아닌, 내 옆의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

깜깜했던 하늘에 초록빛 푸른빛 오로라가 일렁이며 하늘을 밝혀내는 시간.


둘은 서로 피하면서도 찍고 찍힌다. 남겠지. 이런 사진은. 저커는 민용과 어깨를 걸고 셀카를 찍는다. 이런 건 너무나 어색하지만, 어색해서 둘 다 웃는 건지 찡그리는 건지 모를 표정이 되어버렸지만, 남기고 싶다. 지금, 여기, 우리. (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아이들처럼 어밀리아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평화를 반대한다거나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무 할 말이 없었을 뿐. 평화에 대해 아는 게 뭐지?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어밀리아가 아는 사람 누구도 평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57)​


다들 처참한 일이다, 끔찍한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영영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일이, 언제나 그렇듯, 그다음의, 새로운, 과격한 죽음에 묻혔다. (153)​


1969-1994년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둘러싼 혼란기가 배경이다.

트러블과 함께 처음부터 드러나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 가족, 선생으로부터 겪는 보호가 아닌 억압과 폭력 그리고 혐오가 고스란히 노출되며 자란다. 그리고 일상적인 죽음의 모습까지. 이런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고 시기 또한 끊어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사이 생략된 일들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겹다.

마지막에 희망의 한줄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이 이런 끔찍하고 상상조차 힘든 일들과 비틀리고 비틀려있는 사고방식, 당연한듯 폭력에 무뎌지며 무감각해지는 모습이 그들의 일상이었다는 것에 참 아득해진다.



내가 들여다보는 건 분명 글자인데 행간에는 십자포화가 쏟아진다. (...) 페이지마다 쌀알만 한 평화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에서, 읽는 동안 머리가 울리고 영혼은 옥수수처럼 털릴 테니까. _구병모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110)​


사회주의자, 빨갱이, 뼛속까지 유물론자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아버지의 장례기간동안 문상객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돌아보며, 아버지의 삶을 돌아본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아버지의 여러 친구들에게 전해듣는 아버지의 삶,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의 기억들을 통해 아버지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아픈 역사 속 애틋함, 담담함, 짠한, 다양한 감정들이 가득 녹아져있다.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건네는 마지막 인사. 아버지의 덤덤한 표정이 계속해서 아른거리고, 아버지의 구수한 사투리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하다. 

나는 아빠의 어떤 얼굴만 보았을까? 아빠가 지나온 삶에 대해서 내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나의 기억 속 아빠의 얼굴들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아빠에게 어떤 딸인가? 주말엔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지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2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울의 중점 나비클럽 소설선
이은영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묘하게 환상적이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이 자욱하다. 한 편 한 편이 끝나면 이게 과연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소설 속에서 암시하고 있는 것들을 쉬이 짐작하기 어려웠다. 소재가 참 강렬했고,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