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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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110)​


사회주의자, 빨갱이, 뼛속까지 유물론자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아버지의 장례기간동안 문상객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돌아보며, 아버지의 삶을 돌아본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아버지의 여러 친구들에게 전해듣는 아버지의 삶,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의 기억들을 통해 아버지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아픈 역사 속 애틋함, 담담함, 짠한, 다양한 감정들이 가득 녹아져있다.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건네는 마지막 인사. 아버지의 덤덤한 표정이 계속해서 아른거리고, 아버지의 구수한 사투리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하다. 

나는 아빠의 어떤 얼굴만 보았을까? 아빠가 지나온 삶에 대해서 내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나의 기억 속 아빠의 얼굴들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아빠에게 어떤 딸인가? 주말엔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지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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