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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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처럼 어밀리아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평화를 반대한다거나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무 할 말이 없었을 뿐. 평화에 대해 아는 게 뭐지?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어밀리아가 아는 사람 누구도 평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57)​


다들 처참한 일이다, 끔찍한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영영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일이, 언제나 그렇듯, 그다음의, 새로운, 과격한 죽음에 묻혔다. (153)​


1969-1994년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둘러싼 혼란기가 배경이다.

트러블과 함께 처음부터 드러나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 가족, 선생으로부터 겪는 보호가 아닌 억압과 폭력 그리고 혐오가 고스란히 노출되며 자란다. 그리고 일상적인 죽음의 모습까지. 이런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고 시기 또한 끊어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사이 생략된 일들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겹다.

마지막에 희망의 한줄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이 이런 끔찍하고 상상조차 힘든 일들과 비틀리고 비틀려있는 사고방식, 당연한듯 폭력에 무뎌지며 무감각해지는 모습이 그들의 일상이었다는 것에 참 아득해진다.



내가 들여다보는 건 분명 글자인데 행간에는 십자포화가 쏟아진다. (...) 페이지마다 쌀알만 한 평화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에서, 읽는 동안 머리가 울리고 영혼은 옥수수처럼 털릴 테니까. _구병모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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