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이랑 x 이가라시 미키오 콜라보 에세이
이랑.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황국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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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질문할 게 더 이상 없다면, 더 이상 질문하기를 멈춘다면 저는 어떤 사람이 될까요? _20, 이랑


아티스트 이랑 X 보노보노의 이가라시 미키오의 콜라보 에세이

공통된 지인의 소개로 서로를 알게 되고, 이창독 감독이라는 연결점으로 우정이 시작된 두 사람.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도, 나이대도 다른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일상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첫 만남 이후 코로나로 만남이 무기한 연기되어 편지와 라인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를 통해 '이랑'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다.
음악하는 이랑, 영상을 만드는 이랑, 그림을 그리는 이랑, 글(소설과 에세이)을 쓰는 이랑 등 다재다능한 그녀의 모습에 그녀가 궁금해진다.

보노보노 캐릭터는 알았지만, 역시나 이번 기회에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도 알게 되었다.
그가 그려내고 싶은 만화,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모습에 조금은 친근해진 것같다.

두 사람의 편지를 읽으며, 학창시절 펜팔 쓰던 추억이 많이 생각났다.
편지지 하나 고를 때조차 설레며 어떤 편지지에 무슨 색 펜으로 쓰면 좋을까하며, 편지지 속에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으며 많은 이야기를 담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편지보다는 카드에 간단한 메세지조차 적는 것이 어려워진 것같다. 

사실 다른 국적에 연령대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소통을 이어갈지 궁금했는데, 같은 예술인이라 통하는 것이 많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닮아있어 둘의 주고 받은 편지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내고, 그 누군가는 자신을 이해해주며, 편지라는 매개체로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은 더욱 깊어질거라 생각하니, 너무 부러워진다. 
표지의 두 사람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우정도 변함없이 이어 나가기를.



저는 그런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귀한가 하면, 저에게 귀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귀하며, 고난을 겪고 있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귀합니다. 고난을 겪을 때일수록 자신이 누군가에게 귀한 존재임을 잊지 않기를. 무엇보다,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프라이드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_248, 이가라시 미키오

저는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도 하나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와 이랑 씨 사이를 오간 이야기들과 거기에서 탄생한 말들도 편지를 읽은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어냈으리라 믿어요. 정말이지 언어는 어디서나 싹을 틔우는 식물 같습니다. 설령, 시들어버리더라도 거기에 자리 잡은 뿌리와 씨앗에서 또 다른 싹이 돋아나지요. 어쩌면 오직 이런 방식만이 '지금과 다른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253, 이가라시 미키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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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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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을 기점으로 그는 머릿속에 웅대한 계획을 구상했다. 그것은 평생 읽은 소설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더 읽고 난 뒤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신이 책을 들기만 하면 한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끊기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존 자신도 휩쓸려 들어가서 외부의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_9


로즈 의류회사의 영업부 매니저 존과 그의 아내 마리아.
로즈의 사장인 빈센트와 그의 아내 리사.
거래처 고무농장 주인 레이건과 그의 연인 에다.

여섯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인듯 하지만 그들 각자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린 『마지막 연인』

첫 중국문학이라 조금 어색하며 펼쳐들었다.
사실 중국소설이라 중국의 분위기가 글 속에서 드러나겠다 싶었는데, 웬걸 소설 속 배경도 가상의 공간이라 중국의 분위기는 느껴볼 틈이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세계의 구석구석에는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_506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몽환적인 느낌이 그득하다.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글의 흐름에 나를 맡겨야한다.
초반엔 자꾸 문단을 되풀이하며 해맸는데, 이 책은 자연스레 분위기에 휩쓸리며 읽어나가야 한다.
소설 속 배경인 가상의 도시도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듯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상상이고 꿈인지 몽롱해진다.
난 그들의 그림자인 내면 상태를 쫓아가지만, 그들은 쉬이 알려주지 않으며 난 그들의 공간에 갇힌다.

그들은 그들이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았을까?
그들은 그것으로부터 해방했을까?
그들은 그들의 세계를 구축했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엮어졌고, 나는 공교롭게도 책의 세계 속 풍경이 되었다.

찬쉐가 '중국의 카프카'라는데, 사실 카프카도 아직 도전해보지 못해서, 내공이 부족했다.
환상 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준 『마지막 연인』으로 조금은 나의 세계가 확장되었기를.
내공을 쌓고나서 다시 펼쳐들면 그들의 세계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거기에서 왔어. 하지만 그 길로 다시 가라고 하는 건 불가능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나는 길을 다시 새로 찾아야만 해. 너도 찾아야만 해." _166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죠.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사람은 서서히 사라져요." _372

"대니얼, 평생 혼신의 힘을 쏟아 자신의 이야기의 숲으로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할까?"
"그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지만 날마다 우리와 함께 있어요." _503


[에세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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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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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제는 웃으며 돈이 좋다고 말하자."
돈은 정말로 좋은 것이고 우리를 더 우리답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 _9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체질 개선 프로젝트

재테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여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재테크 에세이가 있다!

어려운 경영경제서가 아닌 작가님의 경험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형식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부터도 쫄보라.. 주식이나 코인 등의 투자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지만,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
오히려 사회생활 초반에는 관심이 많았던 것같은데, 점점 바쁘다는 핑계, 돈이 없다는 핑계, 괜히 잃을까 두려워 제대로 시작할 생각을 못한 것같다.

돈에 대한 생각을 틀어줌과 동시에 정말이지 평범한 사람들이 시작할 용기와 동기부여를 복돋아준다.
특히나 작가님의 경험과 더불어 절반 분량을 차지하는 3장의 "돈터뷰"도 놓칠 수 없는 핵심이다.
돈터뷰의 첫 질문이 "당신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인데, 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고, 15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돈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경험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나의 돈 공부의 시작점이 될 책 『돈독한 트레이닝』

"돈"
사실.. 다들 좋아하시죠?
다같이 웃으며 돈이 좋다고 말하자구요!


+) 그리고 머니 트래커
센스있으면서 너무 유용해서 바로 사용했네요.


일단 움직이세요. 그리고 뭐든 가볍게 시작하세요. _104

좋은 멘토는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고, 내게 도움을 준 하나의 영상이 될 수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확장해나가야 하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임을 기억하자. _132

실은 모두가 필요로 하고 좋아하면서 대놓고 말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
돈과 명예.
내 친구들이 더 유명해지기를, 경제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그렇게 손에 쥔 돈과 명예를 또 다른 예술인들을 위해 쓸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돈을 사랑할 것이다. _140


[미디어창비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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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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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최고의 책. 쇼코의 미소로 내게 들어왔고, 밝은 밤으로 나를 적셨다. 최은영 작가님의 후속작이 기다리고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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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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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함으로써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의식이 조건화-종종 왜곡되어-된다는 걸 깨닫기 시작할 때, 그때가 바로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시점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문제, 빈곤 문제, 흑인 문제, 그리고 즉 여성 문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연하기 여기기에 앞서 누가 이런 '질문'을 만들고 있는지, 과연 어떤 목적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시해야 한다. _32


1971년 페미니즘 미술사의 신호탄이 된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그리고 30년 후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30년 후』까지.

당시 생각의 전환으로 파격적인 이 주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는지, 이를 계기로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요즘 잘못된 것들에 반복되어 지쳐있는 와중에 꼭 짚고 가야할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오늘날 페미니즘 미술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제목에서 우리가 크게 봐야할 단어는 '왜'가 아닌 "위대한"이다.
우리가 흔히 많이 보는, 많이 아는 명화들의 유명 화가들은 대부분 남성 화가이다. 나부터도 여성 화가를 떠올리면 한 명, 두 명 떠올리다 만다.

당시 여성에게는 여성스러움을 요구하는 사회였고, 이 여성스러움은 가정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
미술이라는 예술은 보통 미술가 아버지의 도움을 기초로 하고, 교육이 필수적인 요소였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인체드로잉 훈련 중 누드화가 필수 과정이었으나, 여성에게는 남자 모델이든 여자 모델이든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업에 들어갈 수 없었고, 들어갈 수 있을 때조차 모델의 신체 일부는 옷으로 가려진 상태여야 했기에 진정한 수업의 역할이 아니였다.
이밖에도 막혀있는 제도 속에서 결국 여성은 부차적인 종목으로 한계를 둘 수 밖에 없었다.
여성은 재능의 한계가 아닌 교육이라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도 속에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이라도 이 잘못된 것들을 내 안에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무척 들었다.
당연한 것에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알아야 하지만 제대로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을 상기하며,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페미니즘적 개념이 잘못되어 있다기보다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반 대중이 공유하고 잇는 생각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한 개인이 자기 감정상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사적인 삶을 시각적인 용어로 바꾸는 과정이 곧 예술이라는 순진한 생각 말이다. 예술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뿐더러 위대한 예술은 더욱 그렇지 않다. 예술은 형태라고 하는 자기일관성 있는 언어로 만들어진다. 이때 형태는 일시적으로 규정되는 관습이나 계획, 그리고 표기체계로부터 자유롭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는 의존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학교교육이나 도제식 교습, 또는 독학으로 오래도록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습득하고 탐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_29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란 드물고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내적으로 자기연민과 죄책감이라는 악마와 싸우는 동시에 외적으로는 조롱하고 가르치려드는 괴물과 씨름하는 것은 더 힘겨울 것이다. 싸워야 하는 대상이 미술작품의 질적인 차원을 높이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단순히 소모적인 투쟁이기 때문이다. _87

나는 지금이야말로 미술계에서 페미니즘과 여성의 위치가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는 과거의 업적뿐만 아니라 미래에 놓여 있을 위험과 어려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들의 작품이 보이고, 글로 읽히도록 우리의 모든 재능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이다. _115


[아트북스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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