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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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함으로써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의식이 조건화-종종 왜곡되어-된다는 걸 깨닫기 시작할 때, 그때가 바로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시점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문제, 빈곤 문제, 흑인 문제, 그리고 즉 여성 문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연하기 여기기에 앞서 누가 이런 '질문'을 만들고 있는지, 과연 어떤 목적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시해야 한다. _32


1971년 페미니즘 미술사의 신호탄이 된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그리고 30년 후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30년 후』까지.

당시 생각의 전환으로 파격적인 이 주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는지, 이를 계기로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요즘 잘못된 것들에 반복되어 지쳐있는 와중에 꼭 짚고 가야할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오늘날 페미니즘 미술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제목에서 우리가 크게 봐야할 단어는 '왜'가 아닌 "위대한"이다.
우리가 흔히 많이 보는, 많이 아는 명화들의 유명 화가들은 대부분 남성 화가이다. 나부터도 여성 화가를 떠올리면 한 명, 두 명 떠올리다 만다.

당시 여성에게는 여성스러움을 요구하는 사회였고, 이 여성스러움은 가정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
미술이라는 예술은 보통 미술가 아버지의 도움을 기초로 하고, 교육이 필수적인 요소였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인체드로잉 훈련 중 누드화가 필수 과정이었으나, 여성에게는 남자 모델이든 여자 모델이든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업에 들어갈 수 없었고, 들어갈 수 있을 때조차 모델의 신체 일부는 옷으로 가려진 상태여야 했기에 진정한 수업의 역할이 아니였다.
이밖에도 막혀있는 제도 속에서 결국 여성은 부차적인 종목으로 한계를 둘 수 밖에 없었다.
여성은 재능의 한계가 아닌 교육이라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도 속에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이라도 이 잘못된 것들을 내 안에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무척 들었다.
당연한 것에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알아야 하지만 제대로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을 상기하며,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페미니즘적 개념이 잘못되어 있다기보다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반 대중이 공유하고 잇는 생각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한 개인이 자기 감정상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사적인 삶을 시각적인 용어로 바꾸는 과정이 곧 예술이라는 순진한 생각 말이다. 예술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뿐더러 위대한 예술은 더욱 그렇지 않다. 예술은 형태라고 하는 자기일관성 있는 언어로 만들어진다. 이때 형태는 일시적으로 규정되는 관습이나 계획, 그리고 표기체계로부터 자유롭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는 의존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학교교육이나 도제식 교습, 또는 독학으로 오래도록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습득하고 탐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_29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란 드물고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내적으로 자기연민과 죄책감이라는 악마와 싸우는 동시에 외적으로는 조롱하고 가르치려드는 괴물과 씨름하는 것은 더 힘겨울 것이다. 싸워야 하는 대상이 미술작품의 질적인 차원을 높이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단순히 소모적인 투쟁이기 때문이다. _87

나는 지금이야말로 미술계에서 페미니즘과 여성의 위치가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는 과거의 업적뿐만 아니라 미래에 놓여 있을 위험과 어려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들의 작품이 보이고, 글로 읽히도록 우리의 모든 재능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이다. _115


[아트북스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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