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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ㅣ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평점 :

작년을 기점으로 그는 머릿속에 웅대한 계획을 구상했다. 그것은 평생 읽은 소설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더 읽고 난 뒤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신이 책을 들기만 하면 한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끊기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존 자신도 휩쓸려 들어가서 외부의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_9
로즈 의류회사의 영업부 매니저 존과 그의 아내 마리아.
로즈의 사장인 빈센트와 그의 아내 리사.
거래처 고무농장 주인 레이건과 그의 연인 에다.
여섯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인듯 하지만 그들 각자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린 『마지막 연인』
첫 중국문학이라 조금 어색하며 펼쳐들었다.
사실 중국소설이라 중국의 분위기가 글 속에서 드러나겠다 싶었는데, 웬걸 소설 속 배경도 가상의 공간이라 중국의 분위기는 느껴볼 틈이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세계의 구석구석에는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_506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몽환적인 느낌이 그득하다.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글의 흐름에 나를 맡겨야한다.
초반엔 자꾸 문단을 되풀이하며 해맸는데, 이 책은 자연스레 분위기에 휩쓸리며 읽어나가야 한다.
소설 속 배경인 가상의 도시도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듯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상상이고 꿈인지 몽롱해진다.
난 그들의 그림자인 내면 상태를 쫓아가지만, 그들은 쉬이 알려주지 않으며 난 그들의 공간에 갇힌다.
그들은 그들이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았을까?
그들은 그것으로부터 해방했을까?
그들은 그들의 세계를 구축했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엮어졌고, 나는 공교롭게도 책의 세계 속 풍경이 되었다.
찬쉐가 '중국의 카프카'라는데, 사실 카프카도 아직 도전해보지 못해서, 내공이 부족했다.
환상 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준 『마지막 연인』으로 조금은 나의 세계가 확장되었기를.
내공을 쌓고나서 다시 펼쳐들면 그들의 세계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거기에서 왔어. 하지만 그 길로 다시 가라고 하는 건 불가능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나는 길을 다시 새로 찾아야만 해. 너도 찾아야만 해." _166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죠.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사람은 서서히 사라져요." _372
"대니얼, 평생 혼신의 힘을 쏟아 자신의 이야기의 숲으로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할까?"
"그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지만 날마다 우리와 함께 있어요." _503
[에세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