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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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킬킬거리다 눈물이 왈칵 솟는다.

 

최기봉 선생님, 유보라 선생님, 두식이들과 공주리...

책 속의 인물들이 오래된 친구처럼 바로 친근해지는 것은

내가 지나왔던 학창시절,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지기 때문이다.

 

'저 선생님은 애들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선생님을 하실까?'

의문스러웠던...

가르치는 일에 열의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저 야단만 치고

심지어는 종 치는 시간을 애들보다 더 고대하시는 듯한

늘 굳은 표정의 연세많으신 선생님들...  

 

웃으면 참 다정하고 이쁘실 것 같은데

교실에서는 늘 화만 내시고

송곳처럼 뾰족뾰족, 고드름처럼 찬 기운만 똑똑 듣는

눈이 쭉 찢어져 올라간 듯한 착각을 주는 무서운 선생님들...

 

'계속 저러기도 힘들겠다.' 싶게

매일 한결같이 지각하고, 준비물 빠뜨리고, 숙제 안해오고, 공부는 늘 뒷전이면서

학교에서는 장난치느라 제일 바쁘고 제일 신난 말썽꾸러기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도 웅얼웅얼 알아듣기 힘든 대답만 돌려주던,

늘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던...

그래서, 1년 동안 매일을 보면서도 대화다운 대화 한번 나눈 기억이 안 나는 여자아이들...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옛기억의 한 켠에서 걸어나온 듯하다.

 

'도대체 왜 저럴까?'

'너무해.'

'으이그, 답답해.'

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그 많은 시간을 한 공간에서 매일 마주하면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주는 것도 두려워,

평생을 '혼자'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최기봉 선생님...

선생님께 이름 한번 불리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그 자신, 정말 열심으로 노력했지만

무관심에 상처만 컸던 유보라 선생님.

 

우리 안엔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입고, 죽고 싶을 만큼 슬프고, 외로운...

그렇게 여린 아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회 안에서 요구받는 역할에 맞추어 강한 척, 대범한 척, 너그러운 척 가면을 쓰지만

어릴 때 필요한 만큼 사랑받지 못했던 상처는 우리가 자라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자라

우리 마음 저 깊이, 이젠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로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리고 지금 상처를 주는 그 사람 또한

나와 똑같이 상처입은...가엾은 한 아이인 것이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고 가벼운 이 동화책을 덮으며

내가 지나온 오래 전 그 교실들의 모두가 참 그리워진다.

미워했던 애들, 선생님들에게...이렇게 다 늦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아이들도 느꼈으면....

그래서, 더 따스이 마음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야 할 아까운 시간들을 소중히 썼으면 좋겠다.

 

'나를 찾는 특공대'는 결코 나 혼자 할 수 없기에...

서로 나누는 따스한 애정과 소망만이 '나'를 '나'로 살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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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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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이가 잠잘 시간이 다가올 때엔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 할 책 한 권이 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올 때엔 꼭꼭 숨겨두셔요.

안 그러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



자, 처음에 이 책을 보면 물론 아이들의 눈은 똥그래지죠.

귀여운 동물 그림들이 책에 가득하거든요~

당연히...자기도 그려보겠다고 합니다.

"그래...그런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하나만 그려보자."

아이는 고민하면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씩이나 넘겨보며

속으로 생각하겠죠.

'엄만 너무해! 16가지 동물이나 있는데, 하나만 그리라고 그러고...'



어려운 선택 끝에 간택받은 것은 역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입니다.

'잘 그리고 말 테다!!!'하며 입을 앙다물고 색연필을 꼭 부여잡고 그리고 있죠.

순서대로 설명되어 있어 그림그리기가 한결 쉬워요~

옆에서 눈으로 따라그리는 것만으로 엄마도 그림에 자신감이 붙네요..





"와, 잘 그렸네!! 자, 이제 자자!!"

그랬더니, 아이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하고선

하나만 더 그리겠답니다.

그러라고 할 수 밖에요...

이번엔 토끼를 그리겠답니다.

음...그리는 순서랑 바탕은 비슷한데 느낌은 완전히 다른 토끼네요~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엔 '그림을 너무 일률적으로 그리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저의 과한 걱정이었나 봐요.





"자, 이제 진짜 자자!!"

그렇지만, 우려했던 사태가....

꼭 하나만 더 그리고 자겠답니다.

실랑이 끝에 엄마는 포기합니다.

아이는 이 책에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순록'이 그리고 싶답니다.





뿔을 그리며 좌절을 좀 느꼈습니다만, 엄마의 격려를 받으며 완성했어요.

"그래!! '눈의 여왕' 그림책에 나왔었던 순록이네. 기억나지?"

"사슴이랑 뭐가 달라요?"

"응, 순록은 사슴보다 더 크고, 힘도 세고...눈 덮힌 추운 곳에 살아."





짜잔~~~~

이렇게 세 마리 동물이 완성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뻐하는 고양이에겐 귀랑 꼬리 끝에 리본까지...



"자, 이제 자자!!"했더니...

아직 뭐가 더 남았답니다.

그렇죠...





이렇게 자르는 것까지....

그 사이에 고양이 한쪽 귀엔 꽃도 달렸습니다.

이 책의 '호랑이' 부분에 배경으로 꽃 그림이 있었거든요.

그걸 그려 오려붙여준 것이죠...

역시 편애 받는 고양이..^^:

순록의 뿔은 가위질 과정에서 희생당했습니다만....



이제, 인형놀이하고 나면 자겠죠?



네....

결국 이 책을 펼치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동물들 자야 할 시간 지났다고 재우고 "잘 자!" 인사시킨 다음

아이는 자러 갔습니다.



아시겠죠?

이러니, 꼭!!

잘 시간이 다가올 땐 이 책을 책장 저 높이 숨겨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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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아파! -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법 인성교육 보물창고 12
헬렌 레스터 글, 린 먼싱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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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까맣고 키도 작고 통통했던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외모에 대해서만은 자신감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어르신 한 분께서 "너 이쁘다. "하셨는데

기분 좋고 말고를 떠나서 당황하다가 입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에요. 안 예뻐요."였다.

100% 진심으로.......

내 뜻밖의 반응에 그 분도 당황하셨다.

참 기분좋았어야 할 칭찬을 그 분의 배려섞인 위로였다고 한참 동안 생각했었다.

아주아주 긴 시간이 흐른 후, 그 때 그  말씀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였든,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였든...그 분께서 보신 '이쁨'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하마순'을 보며 그 날의 내가 떠올랐다.

하마순은 정말 훌륭한 하마다.

하마로서 아주 바람직한 덩치와 힘을 가졌고,

빨리 가라앉기 시합에선 늘 일등이고,

힘센 턱을 가졌고 아무리 아파도 울지 않는다.

 

그치만, 하마순의 마음은 여린 풀잎보다 더 여리다.

누군가가 칭찬으로 하는 말에서도 상처를 받는 하마순....

막무가내로 울어버리는 하마순에게 다른 하마들도 더이상 말을 걸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여림에 있어 하마순을 능가하는 존재가 나타나니,

그건 심술궂기로 이름난 코끼리 삐딱코였다.

하마순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고 실컷 하마순을 놀려대던 삐딱코는 결국 하마순의 말 한 마디에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그런 삐딱코의 눈물을 닦아주며 하마순의 눈물이 멎는다.

 

참, 근사한 '세상의 원리'다.

나 자신을 강하게 다잡을 순 없어도

타인을 위로하고 보듬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자신도 치유받는다는 것.

 

강한 척, 센 척을 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은 알고 보면 다 여리다.

그 약함을 드러낼 용기조차 없을 만큼 약한 것일 뿐이다.

'눈물을 펑펑 쏟는 커다란 심술꾸러기' 삐딱코를 보며

그것이 우리 마음 속 모습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그 모습이 참 이쁘다고도....

 

우리는 참 자주...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그렇게 참 자주... 그 기분을 잘 알 수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꽁해지고 화내는 모습도

나 또한 그랬었던 어떤 때를 기억하며

조금만 토닥여 준다면

아팠던 이상, 한 순간에 따뜻하고 굳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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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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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에게 드디어 자신만의 방이 생겼다.

이 '방'은
'방'이라는 단어는
열다섯 소녀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

내가 처음 내 방의 문을 잠그고 싶었던 때가 이 때였었지 싶다.
내가 처음 방 안의 내 물건들을 누가 보고 만지는 것이 싫어졌던 때가 이 때였었지 싶다.
내가 처음, 책상의 열쇠 달린 서랍 하나에 일기장이니 '보물'들을 꽁꽁 숨겨놓고 꼭 잠그고 다녔던 것이 이 때 쯤이었지 싶다.

비로소 혼자만의 '나'를 만나가기 시작하는 이 때,
소희는 '나'를 숨기고 포장하게 되어버린다.
나쁜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문을 닫아버린 것 뿐.
그저 보고 싶은 대로 보도록 놔두었던 것 뿐.

설레임으로 들어섰던,
그녀에게 자신이 '원해온 존재' '기다려진 존재'임을 인식시켜주었던 그 방에서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침범을 당하고,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현실과 맞닥뜨린다.

15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자신을 찾은 엄마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단란한 가정의 불청객이 된 듯한 소외감과 미안함,
아이들에게 '불쌍한 애'라는 낙인이 찍히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숨기게 된 진실들...

따뜻한 위로와 포옹을 소망하면서도, 동정받기는 싫은 소희...
자신을 숨김으로써, '나'로서만 보이고 싶었던 소희.

대견하고 안쓰러운 소희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한숨이나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시작하고 했었던 '요즘 애들은...'이란 말을 멈추게 한다.

그래, 그 때처럼 '내 방'만이 나의 안식처였던 적이 있었지...
거친 말투와 행동도,
부모님 마음 아플 거 알면서도, 다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내뱉던 비난들도,
사실은 그저 '방어막'이었던 때가 있었지...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상처받지 않도록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마음을 열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고
상처 또한 그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감내하게 되는 것.

책을 덮을 때,
굳게 닫혀 있던 소희의 방문이 천천히 열리는 것이 보였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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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리스 - 거울 저편의 세계
코넬리아 푼케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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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란 사물 자체가 인간에게 주는 상징은 참으로 다양하다.
스스로를 보기 위한 도구이면서도 실체가 아닌 허상을 꿈꾸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가끔은 왠지 들여보기 두려운 '심연'의 느낌으로 섬뜩하게도 다가온다.
실체가 아닌 '이미지의 구조물'이기 때문일까? 
'거울 저편의 세계'에 대한 환타지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 또한 이 동경과 공포에 연유할 것이다.

거울 저편엔 새로운 세상이 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롭다' 하기엔 자꾸 낯익은 느낌이 든다.
결국은 '이 세계의 변주곡'이랄까...

답답한 현실을 회피하고 점점 거울 저편 세계의 사람이 되어가는 주인공 제이콥의 모습은
컴퓨터 모니터 안에 펼쳐지는 환상과 이미지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위협이 우글거리는 전설과 동화의 세계에서는 유명한 보물사냥꾼인 제이콥은
이 세상에선 존재하는지 않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찾아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제이콥은 정작 '자신'은 잊고 산다.
거울 저편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열쇠였던 아버지의 메세지..
'거울은 오직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는 자에게만 열린다'는
결국 제이콥의 삶을 요약하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현실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동생 빌이 받은 저주로 족쇄가 채워진다.
고일족에게서 입은 상처로 돌인간이 되어가는 빌......
현실로 돌아올 때마다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형이 지어내는 동화라고 믿던 여린 동생 빌이
그 동화 속 저주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돌이 되어가는 저주,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이 되는 저주는 
오로지 '진정한 사랑의 힘'만이 풀 수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든, 저 다른 세상에서든 마찬가지......

변해가는 빌을 두려워하면서도 지키는 클라라의 사랑,
'진짜 자신'이라는 '인간'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제이콥을 지키는 여우의 사랑.

인간의 모습보다 여우의 털가죽에 편안함을 느끼는 여우소녀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
같은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것이 인간이니까.
인간에게 가장 두렵고 혐오스러운 것은 바로 인간 자신이므로...
차라리 다른 존재를 입고 살아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우는
제이콥의, 어쩌면 대다수 인간들의 또다른 변주이다.

말하는 거울, 황금실을 잣는 물레, 시간을 멈추는 모래시계, 문지르면 금화를 내놓는 손수건, 공주의 황금공, 라푼젤의 머리카락 등 동화 속의 보물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힘을 발휘하는 모습들도 이 소설의 또다른 흥미거리를 제공한다.
 
마지막까지,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 제이콥은 거울 저편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그에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거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는 자'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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