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창작동화 나는 1학년 1
이금이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임수진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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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엔 똘망똘망하고 틀림없이 개구쟁이 일 것 같은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조금 작은 여자아이에게

"나는 일학년, 너는 빵학년!"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죠.

 

지금 우리 아이는 빵학년이예요.

그리고 1년 후면 무시무시한 '학년'의 세계로 입장, '1학년'이 되지요.

기껏해야 한 살 차이지만, 학교라는 제도에 속하게 되는 여덟 살은 오만가지 걱정거리의 온상이지 싶어요.

엄마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 1년 앞에 와 있습니다.

갈수록 흉흉해지는 '아이들의 사회'를 비추는 뉴스들을 보고 경악하며 시름은 깊어져 갈 뿐...

가능만 하다면 들쳐업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아마, 고 3을 앞둔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싶을 정도네요.

 

어떤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훑다 보면

앞으로 읽어주어야 할 책들도 달리 보여요.

지금껏 읽었던 예쁜 그림책들도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과 함께 우리 집 책장을 졸업시켜야 할 듯한 것이요.

이 때, 나에게 온 이 책...

우리 집 책장에 입학할 첫번째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처음 학교 갈 때 설레는 아이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요.

 

'세상엔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요.

여러분은 그 일들이 무척 궁금하고 얼른 알고 싶어지지요?'

<마술연필>이 쓴 머리글을 읽으며, 마음 속의 불안이 호기심과 기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역시, '입학식'.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 이야기. 잘못을 저지른 벌로 꽃샘바람 노릇을 하게 된 아이바람이 백 년도 넘게 산 소나무 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진짜 입학식'을 치르며 따뜻한 봄바람이 될 날을 기대하게 되지요.

"나무에 새순이 틀 때,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그리고 학교 입학식에 어김없이 꽃샘바람이 찾아오는 건, 꽃이나 나무나 아이들이나 모두 단단하게 잘 자라게 하려는 뜻인 게지."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꽃샘바람이 벌을 받게 된 이유, 시험에 썼던 엉뚱한 답은 너무 엉뚱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타당한' 이유가 있어 푹 웃게 되네요. 아마 아이들은 "왜 이게 틀려요? 맞는 것 같은데.."할지도 모르겠어요.

 

 

<거울공주 미단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비춰주는 이야기예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불안해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죠.

자기가 정말 거울 공주병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거울을 벗어날 수 없는 미단이, 거울을 두고 온 날 아침 만난 친구 담이의 "거울 안 봐도 돼. 오늘이 가장 예뻐 보여."라는 한 마디 칭찬에 불안감을 벗어납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예쁘게 보아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스스로도 모든 이들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친구가 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동화예요.

 

 

<특별 초대>는 예전에 '상상력 천재 기찬이' 책에서 만났던 이야기라 더 반가웠어요. 그 때도 기찬이가 참 멋지다 했는데... 여전히 멋진 친구네요.

조금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싶으면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이루어지게 하는 기찬이. 자신을 오해해 선생님께 같이 벌받은 지원이에게 용감하게 찾아가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기찬이. 자신이 받고 싶은 초대를 다른 친구에게 '특별 초대'로 돌려주는 기찬이에게서 진정한 '엄친아'의 모습을 보게 되네요.

겁내고 걱정하기보단 조금 용기를 내어 부딪히면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얻게 되고, 특별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역시 '멋진' 이야기예요.

 

 

<버들치는 내 친구>는 열대어를 키우는 재용이에게 자랑하고 싶어 키우게 된 버들치에게서 진짜 '친구'란 어떤 것인지 느끼며 자연을 만나는 한울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는 버들치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짓는 한울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호랑이 형님>은  어릴 때 처음 알았을 땐 그저 재미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어째 읽을 때마다 더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호랑이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꾀를 낸 나무꾼의 담력은 지금도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재치 속에 담아낸 이야기죠.

한편, 기억나지도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눈물 흘리고 목숨과 마음을 다한 호랑이를 보면서 함께 울게 됩니다.

 

 

<늙은 밤나무>는 겉모습만으로 너무도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버리곤 하는 요즘 우리들을 타이르며 꾸짖는 이야기 같아요. 어른들이 그러니, 요즘은 네살배기 애들도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이 선생님은 예뻐요, 저 선생님은 못생겼어요."하며 그것이 호불호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에만 가도, 부모가 가진 차와 집을 기준으로 파를 나누고 말이죠.

잘 들여다 보면, 세상에 정말 따뜻한 온기를 주고 더 약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봄가을 무성한 잎과 열매를 자랑하던 늠름한 나무들이 추운 겨울 짐승들이 들어갈 구멍 한 개 열어 놓지 않고 너무나 딴딴하게 서 있을 때, 온 몸 여기저기 난 구멍마다 따뜻하게 짐승들을 맞아들이는 늙은 밤나무처럼요.

맵고 사나운 눈보라 속에서 동물들은 꼭 품은 채

"내 비록 썩어 가는 몸뚱이나마 이들을 지키게 하소서.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힘임을 깨닫고,

이런 나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우리 모두가 닮고 싶다 소망하게 되기를...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길목에 서는 우리 '1학년' 아이들.

지금이 어떤 세상이든, 어떤 누구를 만나든,

그 안에서 스스로 굳세어지고 따뜻하게 성장하도록 '건강한 마음과 좋은 눈'을 지니게 해 준다면

마음속 가득한 근심을 접어두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건강한 마음의 양식인 이 책 한 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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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창작동화 나는 1학년 1
이금이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임수진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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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엔 똘망똘망하고 틀림없이 개구쟁이 일 것 같은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조금 작은 여자아이에게

"나는 일학년, 너는 빵학년!"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죠.

 

지금 우리 아이는 빵학년이예요.

그리고 1년 후면 무시무시한 '학년'의 세계로 입장, '1학년'이 되지요.

기껏해야 한 살 차이지만, 학교라는 제도에 속하게 되는 여덟 살은 오만가지 걱정거리의 온상이지 싶어요.

엄마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 1년 앞에 와 있습니다.

갈수록 흉흉해지는 '아이들의 사회'를 비추는 뉴스들을 보고 경악하며 시름은 깊어져 갈 뿐...

가능만 하다면 들쳐업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아마, 고 3을 앞둔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싶을 정도네요.

 

어떤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훑다 보면

앞으로 읽어주어야 할 책들도 달리 보여요.

지금껏 읽었던 예쁜 그림책들도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과 함께 우리 집 책장을 졸업시켜야 할 듯한 것이요.

이 때, 나에게 온 이 책...

우리 집 책장에 입학할 첫번째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처음 학교 갈 때 설레는 아이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요.

 

'세상엔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요.

여러분은 그 일들이 무척 궁금하고 얼른 알고 싶어지지요?'

<마술연필>이 쓴 머리글을 읽으며, 마음 속의 불안이 호기심과 기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역시, '입학식'.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 이야기. 잘못을 저지른 벌로 꽃샘바람 노릇을 하게 된 아이바람이 백 년도 넘게 산 소나무 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진짜 입학식'을 치르며 따뜻한 봄바람이 될 날을 기대하게 되지요.

"나무에 새순이 틀 때,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그리고 학교 입학식에 어김없이 꽃샘바람이 찾아오는 건, 꽃이나 나무나 아이들이나 모두 단단하게 잘 자라게 하려는 뜻인 게지."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꽃샘바람이 벌을 받게 된 이유, 시험에 썼던 엉뚱한 답은 너무 엉뚱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타당한' 이유가 있어 푹 웃게 되네요. 아마 아이들은 "왜 이게 틀려요? 맞는 것 같은데.."할지도 모르겠어요.

 

 

<거울공주 미단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비춰주는 이야기예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불안해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죠.

자기가 정말 거울 공주병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거울을 벗어날 수 없는 미단이, 거울을 두고 온 날 아침 만난 친구 담이의 "거울 안 봐도 돼. 오늘이 가장 예뻐 보여."라는 한 마디 칭찬에 불안감을 벗어납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예쁘게 보아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스스로도 모든 이들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친구가 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동화예요.

 

 

<특별 초대>는 예전에 '상상력 천재 기찬이' 책에서 만났던 이야기라 더 반가웠어요. 그 때도 기찬이가 참 멋지다 했는데... 여전히 멋진 친구네요.

조금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싶으면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이루어지게 하는 기찬이. 자신을 오해해 선생님께 같이 벌받은 지원이에게 용감하게 찾아가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기찬이. 자신이 받고 싶은 초대를 다른 친구에게 '특별 초대'로 돌려주는 기찬이에게서 진정한 '엄친아'의 모습을 보게 되네요.

겁내고 걱정하기보단 조금 용기를 내어 부딪히면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얻게 되고, 특별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역시 '멋진' 이야기예요.

 

 

<버들치는 내 친구>는 열대어를 키우는 재용이에게 자랑하고 싶어 키우게 된 버들치에게서 진짜 '친구'란 어떤 것인지 느끼며 자연을 만나는 한울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는 버들치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짓는 한울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호랑이 형님>은  어릴 때 처음 알았을 땐 그저 재미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어째 읽을 때마다 더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호랑이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꾀를 낸 나무꾼의 담력은 지금도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재치 속에 담아낸 이야기죠.

한편, 기억나지도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눈물 흘리고 목숨과 마음을 다한 호랑이를 보면서 함께 울게 됩니다.

 

 

<늙은 밤나무>는 겉모습만으로 너무도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버리곤 하는 요즘 우리들을 타이르며 꾸짖는 이야기 같아요. 어른들이 그러니, 요즘은 네살배기 애들도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이 선생님은 예뻐요, 저 선생님은 못생겼어요."하며 그것이 호불호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에만 가도, 부모가 가진 차와 집을 기준으로 파를 나누고 말이죠.

잘 들여다 보면, 세상에 정말 따뜻한 온기를 주고 더 약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봄가을 무성한 잎과 열매를 자랑하던 늠름한 나무들이 추운 겨울 짐승들이 들어갈 구멍 한 개 열어 놓지 않고 너무나 딴딴하게 서 있을 때, 온 몸 여기저기 난 구멍마다 따뜻하게 짐승들을 맞아들이는 늙은 밤나무처럼요.

맵고 사나운 눈보라 속에서 동물들은 꼭 품은 채

"내 비록 썩어 가는 몸뚱이나마 이들을 지키게 하소서.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힘임을 깨닫고,

이런 나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우리 모두가 닮고 싶다 소망하게 되기를...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길목에 서는 우리 '1학년' 아이들.

지금이 어떤 세상이든, 어떤 누구를 만나든,

그 안에서 스스로 굳세어지고 따뜻하게 성장하도록 '건강한 마음과 좋은 눈'을 지니게 해 준다면

마음속 가득한 근심을 접어두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건강한 마음의 양식인 이 책 한 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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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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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페이지 남짓한 작고 얇은 예쁜 책을 덮으며,

다섯 이야기의 여운에 왠지 모를 한숨이 가슴에 돕니다.

누구에게든, 마음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새로이 발견한 기분.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고 마는 조폭 엄마(('조폭 모녀')에게도

사사건건 참섭하는 얄미운 잔소리쟁이 친구('건조 주의보')에게도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바보('이상한 숙제')에게도

소중한 개를 맡기며 보내준 개 사료까지 팔아먹는,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들('사료를 드립니다')에게도

신의 존재를 실감케 하는 선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에서 나온 빛이지요.

우리의 눈이 그것을 발견한 순간, 왠지 모를 따스함에 마음이 울컥해지곤 하죠.
 

 

이야기들 모두 특별한 사랑, 특별한 모험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도 이랬었지.' '나라도 이럴 것 겉아.'라는 맘으로 따라가게 되죠.

'정말 딱 요즘 아이들 같아.'라고 늘 웃음 머금게 되는

이금이 작가님의 1인칭 시점 화자들의 말투와 생각들......

겉으로는 삐딱한 모습들  속에 숨겨진 여린 감성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더 안타까워 보듬어 주고 싶어집니다.
 

신문과 뉴스엔 무서운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실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이렇게 맑고 착하고 당차지 않을까 하며

안도하게 됩니다.

무서운 현실의 주인공들인 아이들도 사실은 그 여림 때문에 더 센 척 하는 것 아닌가 싶구요.
 

 

책 속 선생님이 내 주신 이상한 숙제 - '아름다운 사람 찾기'는

바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평생의 과제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 아이들에게 찾아지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만한 가르침은 없을 겁니다.
 

 

다정하고 온화한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찾고 기다리다

스스로 그 모습을 담게 된 어니스트의 이야기에서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닌가 생각해 보았어요.

우리 스스로 아이들이 닮아갈 수 있는 '큰바위얼굴'이 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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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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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읽기 시작하니, 20년도 더 전에 읽었었던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밀폐된 방, 침대 위로 늘어져 있는 끈, 의문의 죽음...

어린 내가 처음 만나는 탐정이었던 셜록 홈스의 사연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2년 전, 결혼 2주일 전에 "얼룩무늬 끈!"이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갑작스레 죽은 언니......

결혼을 앞두고 언니가 죽기 전에 쓰던 방을 쓰게 되면서 언니가 들었었던 한밤중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공포에 휩싸여 홈스에게 달려온 헬렌.

그녀의 "제게 이 사건을 맡겨 주신 것 자제가 보답"이라며 떨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고 이 기이한 이야기 속에 뛰어들고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범인의 잔혹함과 탐욕 탓에 '인과응보'의 결말에 더욱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국 전체를 뒤흔드는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홈스.

큰 경마대회의 우승 후보인 경주마 '실버 브레이즈'의 실종 사건은 독특하게도, 홈스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군더더기없으면서도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 하나 빠트린 것 없이 명료하게 정리된 이야기는

그야말로 홈스답다.

사건을 해결하고서도 자신을 깔보는 로스 대령에게 작은 복수를 하기 위해 끝까지 마음졸이게 하는 홈스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사실 큰 사건은 일어날 대로 다 일어났어."하며 한탄하는 셜록 홈스에게

이상한 조건을 단, 엄청난 보수가 제공되는 가정교사 자리에 불안함을 느끼고 찾아온 바이올렛.

"내 동생이었음 절대로 보내지 않았어."라고 홈스도 생각하는 그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속으로 그녀가 떠난 지 2주일 만에

도움을 청하는 전보를 받고 달려간 홈스와 왓슨.

상쾌하고 아름다운 전원 마을을 두고 "은밀한 범죄가 일어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직업병적인 평가'를 내리는 홈스는

역시 '뼛속까지 탐정이며 범죄전문가'이다.

당차고 바이올렛은 사건에서 탐정 못지 않게 위험에 맞서는 용기를 보이는 매력을 보인다.

이야기 말미에 홈스가 바이올렛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실망감을 느끼는 왓슨에게 공감하며 웃음짓게 된다.
 

 

침착의 대명사인 홈스조차 15분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든 전보.

다급함과 흥분을 가득 담은, 도대체가 알아들 수 없는 내용.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럭비 선수인 고드프리 스탠턴이 사라졌다고, 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의뢰인에게

도대체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셜록 홈스.

'외곩수에 일중독자'인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또한, 이 단편 초반에 왓슨이 '사건이 없으면 약물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심한 정신적 폐해를 겪는' 홈스를 걱정하는 장면은

천하무적에 가까운 이 완벽주의자 탐정의 어두운 일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런 홈스에게 유일한 치료제인 '불가사의'

사라진 스포츠 스타를 찾아야 하는, 이 손도 어디서부터 대야 할지 모르는 사건을

끈질기고 의욕적으로 찾는 홈스의 발걸음을 쫓는 우리 또한 스릴이 넘친다.

 

 

 

원리와 결말을 알고 나면 시시해지는 현대의 많은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이미 사건의 추이를 다 알고 나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읽게 되는 홈스의 이야기들.

비밀을 밝히긴 전 "알고 나면 시시해질 거야."라고 홈스는 단언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너무 유명하기에 식상하다 여겨졌던 그의 매력을 새로이 발견하며, 아무리 복잡하고 미묘해 보이는 사건도 순식간에 명쾌하게 풀어내는 그에게 거듭 감탄하게 된다.

어린 시절 이성적이고 냉정하기만 한, 전형적인 '영국 신사'였던 그에게서 유머와 온기를 순간순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은

내가 어른이 되어 그의 속내를 읽게 된 까닭일까?

아니면, 그 시절엔 차갑던 사람도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각박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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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동화 보물창고 4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민예령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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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하면 셜록 홈스, '셜록 홈스'하면 '탐정'이 등식처럼 떠오르는 건  1900년대 이후 문명인들의 공통점 아닐까 싶네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가장 팬이 많은 탐정 홈스.
역사에 대한 취미 이상의 관심, 잡다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출판에 대한 열정을 지녔으며, 냉엄함을 존중하고 자신 또한 내정한 '영국 사람의 전형' 과도 같은 홈스는 살짝 매정한 것 빼고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인간입니다.
통찰력과 관찰력이 대단해 사람의 외관만으로도 출생지나, 했던 일이나, 직업을 추리해내는 그는 '소거법적 추리'의 일인자로 아직도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명탐정의 아버지' 홈스를 다시 만나는 일,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죠.

 

제목부터 호기심을 잡아끄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요.
짧게는 400페이지, 길게는 700페이지...2권이나 3권까지도 이어지는 요즘의 추리소설에 비하면, 각각 50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먼지 냄새 풀풀 날 듯한 옛날 탐정 이야기'는 너무도 간소하죠.
그러나, 얕잡아 보아선 안 될 일!
여기 이 분은 그야말로 '나는 탐정이다.'라고 맨 먼저 말할 수 있을, 단 한 사람...
셜록 홈스 옹이시니까요!

 

머리카락이 붉은색이기만 하면 짧은 시간에 쉬운 일을 하고도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붉은머리협회> 뒤에 숨겨진 비밀.
세상의 모든 불그스름한 색은 다 모여든 듯한 그 협회 사무실 앞 풍경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어이없는 이유더라도 경제적 보상이 따르면 이성을 상실하는 인간의 우매함을 상징하는 듯해, 쓸쓸하기도 합니다.
현행범으로 잡혀 수갑이 채워지는 그 순간에도 왕실의 피가 흐름을 강조하며 예를 갖출 것을 호령하는 침착하고 고상한 '영국 귀족 범인'의 모습 또한 아서 코난 도일의 풍자를 띈 유머 감각이 발현되는 장면이죠.

<해군 조약문>과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에서는 홈스가 특유의 통찰력과 재빠른 두뇌회전, 추진력으로 조국 영국을 국가적인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사건 자체의 중대함 때문에 몇 년 동안은 대중들에게 홈스의 활약을 밝힐 수 없음을 애석해하는 왓슨의 조용한 한숨에 우리 역시 공감하게 되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실존하는 듯 느껴지는 홈스의 존재감은 아마, 냉엄한 그를 마음 깊이 지지하고 돕는, 따뜻하고 다정하며 어찌 보면 '평범한' 우리 같은 왓슨이 그의 이야기를 서술해 왔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해군 조약문>의 의뢰인 퍼시는 선량하고 책임감 강한 인물이라, 사건이 해결되어 실추된 그의 명예를 복원시키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서 그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더 열심히 홈스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유난히 홈스는 딴청 피우는 듯 이해못할 행동들을 해서 사람 애를 태우지요. 그 이상, 멋진 결말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지만요.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에서는 홈스의 혈육,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출연하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셜록 홈스 스토리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곧 '셜록 홈스'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사생활과 성장 배경은 비밀에 가려져 있으니까요. 이름부터 대단한 이 분, 역시 홈스의 형답게 숫자의 천재인 그는 '영국 정부 그 자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합니다.

홈스 시리즈 중에서 독특하게 그의 암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고 있는 <춤추는 인형>은, 심지가 곧고 다부지며 정직하고 다정한 멋진 영국 신사 큐빗이 아내에게 닥쳐온 위험을 감지하고 홈스에게 추리를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이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빠른 사건의 흐름과 암호 자체도 흥미로왔지만, 간발의 차이로 의뢰인을 보호하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홈스의 인간적인 면모에 크게 공감이 갔어요.

 
이 모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 없는 사건들에 연인을 만난 듯 기뻐하며
"사건이 이상해 보일수록 실체는 별것 아닌 경우가 많아."하고 말하는 홈스.
그리고,  "담배를 한 세 번만 피우면 해결될 문제일 것 같아." 하고선
정말로 그 시간 안에 해결해 버리는 홈스.

 그는 아마 영원히 우리 마음 속 '탐정'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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