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동화 보물창고 4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민예령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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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하면 셜록 홈스, '셜록 홈스'하면 '탐정'이 등식처럼 떠오르는 건  1900년대 이후 문명인들의 공통점 아닐까 싶네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가장 팬이 많은 탐정 홈스.
역사에 대한 취미 이상의 관심, 잡다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출판에 대한 열정을 지녔으며, 냉엄함을 존중하고 자신 또한 내정한 '영국 사람의 전형' 과도 같은 홈스는 살짝 매정한 것 빼고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인간입니다.
통찰력과 관찰력이 대단해 사람의 외관만으로도 출생지나, 했던 일이나, 직업을 추리해내는 그는 '소거법적 추리'의 일인자로 아직도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명탐정의 아버지' 홈스를 다시 만나는 일,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죠.

 

제목부터 호기심을 잡아끄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요.
짧게는 400페이지, 길게는 700페이지...2권이나 3권까지도 이어지는 요즘의 추리소설에 비하면, 각각 50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먼지 냄새 풀풀 날 듯한 옛날 탐정 이야기'는 너무도 간소하죠.
그러나, 얕잡아 보아선 안 될 일!
여기 이 분은 그야말로 '나는 탐정이다.'라고 맨 먼저 말할 수 있을, 단 한 사람...
셜록 홈스 옹이시니까요!

 

머리카락이 붉은색이기만 하면 짧은 시간에 쉬운 일을 하고도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붉은머리협회> 뒤에 숨겨진 비밀.
세상의 모든 불그스름한 색은 다 모여든 듯한 그 협회 사무실 앞 풍경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어이없는 이유더라도 경제적 보상이 따르면 이성을 상실하는 인간의 우매함을 상징하는 듯해, 쓸쓸하기도 합니다.
현행범으로 잡혀 수갑이 채워지는 그 순간에도 왕실의 피가 흐름을 강조하며 예를 갖출 것을 호령하는 침착하고 고상한 '영국 귀족 범인'의 모습 또한 아서 코난 도일의 풍자를 띈 유머 감각이 발현되는 장면이죠.

<해군 조약문>과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에서는 홈스가 특유의 통찰력과 재빠른 두뇌회전, 추진력으로 조국 영국을 국가적인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사건 자체의 중대함 때문에 몇 년 동안은 대중들에게 홈스의 활약을 밝힐 수 없음을 애석해하는 왓슨의 조용한 한숨에 우리 역시 공감하게 되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실존하는 듯 느껴지는 홈스의 존재감은 아마, 냉엄한 그를 마음 깊이 지지하고 돕는, 따뜻하고 다정하며 어찌 보면 '평범한' 우리 같은 왓슨이 그의 이야기를 서술해 왔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해군 조약문>의 의뢰인 퍼시는 선량하고 책임감 강한 인물이라, 사건이 해결되어 실추된 그의 명예를 복원시키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서 그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더 열심히 홈스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유난히 홈스는 딴청 피우는 듯 이해못할 행동들을 해서 사람 애를 태우지요. 그 이상, 멋진 결말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지만요.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에서는 홈스의 혈육,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출연하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셜록 홈스 스토리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곧 '셜록 홈스'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사생활과 성장 배경은 비밀에 가려져 있으니까요. 이름부터 대단한 이 분, 역시 홈스의 형답게 숫자의 천재인 그는 '영국 정부 그 자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합니다.

홈스 시리즈 중에서 독특하게 그의 암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고 있는 <춤추는 인형>은, 심지가 곧고 다부지며 정직하고 다정한 멋진 영국 신사 큐빗이 아내에게 닥쳐온 위험을 감지하고 홈스에게 추리를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이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빠른 사건의 흐름과 암호 자체도 흥미로왔지만, 간발의 차이로 의뢰인을 보호하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홈스의 인간적인 면모에 크게 공감이 갔어요.

 
이 모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 없는 사건들에 연인을 만난 듯 기뻐하며
"사건이 이상해 보일수록 실체는 별것 아닌 경우가 많아."하고 말하는 홈스.
그리고,  "담배를 한 세 번만 피우면 해결될 문제일 것 같아." 하고선
정말로 그 시간 안에 해결해 버리는 홈스.

 그는 아마 영원히 우리 마음 속 '탐정'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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