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창작동화 나는 1학년 1
이금이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임수진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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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엔 똘망똘망하고 틀림없이 개구쟁이 일 것 같은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조금 작은 여자아이에게

"나는 일학년, 너는 빵학년!"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죠.

 

지금 우리 아이는 빵학년이예요.

그리고 1년 후면 무시무시한 '학년'의 세계로 입장, '1학년'이 되지요.

기껏해야 한 살 차이지만, 학교라는 제도에 속하게 되는 여덟 살은 오만가지 걱정거리의 온상이지 싶어요.

엄마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 1년 앞에 와 있습니다.

갈수록 흉흉해지는 '아이들의 사회'를 비추는 뉴스들을 보고 경악하며 시름은 깊어져 갈 뿐...

가능만 하다면 들쳐업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아마, 고 3을 앞둔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싶을 정도네요.

 

어떤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훑다 보면

앞으로 읽어주어야 할 책들도 달리 보여요.

지금껏 읽었던 예쁜 그림책들도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과 함께 우리 집 책장을 졸업시켜야 할 듯한 것이요.

이 때, 나에게 온 이 책...

우리 집 책장에 입학할 첫번째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처음 학교 갈 때 설레는 아이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요.

 

'세상엔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요.

여러분은 그 일들이 무척 궁금하고 얼른 알고 싶어지지요?'

<마술연필>이 쓴 머리글을 읽으며, 마음 속의 불안이 호기심과 기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역시, '입학식'.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 이야기. 잘못을 저지른 벌로 꽃샘바람 노릇을 하게 된 아이바람이 백 년도 넘게 산 소나무 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진짜 입학식'을 치르며 따뜻한 봄바람이 될 날을 기대하게 되지요.

"나무에 새순이 틀 때,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그리고 학교 입학식에 어김없이 꽃샘바람이 찾아오는 건, 꽃이나 나무나 아이들이나 모두 단단하게 잘 자라게 하려는 뜻인 게지."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꽃샘바람이 벌을 받게 된 이유, 시험에 썼던 엉뚱한 답은 너무 엉뚱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타당한' 이유가 있어 푹 웃게 되네요. 아마 아이들은 "왜 이게 틀려요? 맞는 것 같은데.."할지도 모르겠어요.

 

 

<거울공주 미단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비춰주는 이야기예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불안해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죠.

자기가 정말 거울 공주병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거울을 벗어날 수 없는 미단이, 거울을 두고 온 날 아침 만난 친구 담이의 "거울 안 봐도 돼. 오늘이 가장 예뻐 보여."라는 한 마디 칭찬에 불안감을 벗어납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예쁘게 보아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스스로도 모든 이들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친구가 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동화예요.

 

 

<특별 초대>는 예전에 '상상력 천재 기찬이' 책에서 만났던 이야기라 더 반가웠어요. 그 때도 기찬이가 참 멋지다 했는데... 여전히 멋진 친구네요.

조금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싶으면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이루어지게 하는 기찬이. 자신을 오해해 선생님께 같이 벌받은 지원이에게 용감하게 찾아가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기찬이. 자신이 받고 싶은 초대를 다른 친구에게 '특별 초대'로 돌려주는 기찬이에게서 진정한 '엄친아'의 모습을 보게 되네요.

겁내고 걱정하기보단 조금 용기를 내어 부딪히면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얻게 되고, 특별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역시 '멋진' 이야기예요.

 

 

<버들치는 내 친구>는 열대어를 키우는 재용이에게 자랑하고 싶어 키우게 된 버들치에게서 진짜 '친구'란 어떤 것인지 느끼며 자연을 만나는 한울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는 버들치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짓는 한울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호랑이 형님>은  어릴 때 처음 알았을 땐 그저 재미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어째 읽을 때마다 더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호랑이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꾀를 낸 나무꾼의 담력은 지금도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재치 속에 담아낸 이야기죠.

한편, 기억나지도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눈물 흘리고 목숨과 마음을 다한 호랑이를 보면서 함께 울게 됩니다.

 

 

<늙은 밤나무>는 겉모습만으로 너무도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버리곤 하는 요즘 우리들을 타이르며 꾸짖는 이야기 같아요. 어른들이 그러니, 요즘은 네살배기 애들도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이 선생님은 예뻐요, 저 선생님은 못생겼어요."하며 그것이 호불호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에만 가도, 부모가 가진 차와 집을 기준으로 파를 나누고 말이죠.

잘 들여다 보면, 세상에 정말 따뜻한 온기를 주고 더 약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봄가을 무성한 잎과 열매를 자랑하던 늠름한 나무들이 추운 겨울 짐승들이 들어갈 구멍 한 개 열어 놓지 않고 너무나 딴딴하게 서 있을 때, 온 몸 여기저기 난 구멍마다 따뜻하게 짐승들을 맞아들이는 늙은 밤나무처럼요.

맵고 사나운 눈보라 속에서 동물들은 꼭 품은 채

"내 비록 썩어 가는 몸뚱이나마 이들을 지키게 하소서.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힘임을 깨닫고,

이런 나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우리 모두가 닮고 싶다 소망하게 되기를...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길목에 서는 우리 '1학년' 아이들.

지금이 어떤 세상이든, 어떤 누구를 만나든,

그 안에서 스스로 굳세어지고 따뜻하게 성장하도록 '건강한 마음과 좋은 눈'을 지니게 해 준다면

마음속 가득한 근심을 접어두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건강한 마음의 양식인 이 책 한 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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