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폴 인그램 지음, 홍성녕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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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하는 뉴스들을

너무나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도 마음 한 켠 아직도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용기를 내고 희망을 걸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티베트 문제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우리와는 먼 곳의 정치적인 분쟁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아

마음 한 켠에 있던 그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한 민족의 종교, 문화, 국가적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목적 아래

몇십년간 자행된 중국의 폭력이 너무나 소름끼친다.

1백만 명 이상 티베트인들의 희생,

중국인 의사들이 자행하는 여성들의 강제 불임화와 낙태, 인체실험,

태아는 물론 진료 받으러 온 아이들 대부분이 생존하지 못하는 병원, 

신장 기능 파괴와 정신적 몰락에 일조하는 싸구려 알코올의 유입,

그 잔악함은 2차 세계대전 때의 나치를,

또 우리에겐 일제시대 일본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진실은

중국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참혹하다.

그리고, 우리의 바로 이웃인 중국이라는 나라의 속성을 재고하게 한다.

중국은 대국을 통일, 유지할 수 있는 사상적 도구로 공산주의를 선택했다는

저자 폴 인그램의 말은

우리도 알고 있는 그 수천년 침략과 민족 말살 역사를 지닌 저 한족의 정신이

 이 시대에도 변함없음을 상기시킨다.

지금 중국은 그 무서운 규모와 인구로 세계의 초강국으로 우뚝 서 있다.

그들이 열광하는 이 '제2의 부흥기'가

인류에겐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것이 될지 소름이 끼친다.

어느 민족이든  티베트인들처럼 희생당할 수 있다.

 

이것을 누가 막을 것인가...

 

이 책이 담고 있는 진실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나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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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 러시아와 싸운 조선군 사령관 신류가 남긴 병영 일기 샘깊은 오늘고전 7
이윤엽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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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청나라의 요구로 

그 소굴이 어딘지도 알 수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북쪽 오랑캐와 싸우러 가는

265병의 우리나라 포수들과 그 수장 신류 장군.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맺은 조약에는 분명

'청나라가 명나라와 싸울 때는 조선 군대가 청나라를 도와 싸워야 한다.'

고 명시되어 있건만, 명나라와 붙은 싸움이 아니었는데도

억지로 이 조약을 끌어대 조선 군대의 출동을 요구하는 뻔뻔스런 청나라.

강대국의 몰염치함과

약소국의 통치자가 강대국 눈치만 보면서 국민들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것은

그 옛날이나 현재나 변함없는 역사인가 보다.

 

함경도 포수 가운데서 가려 뽑은 포수들을 훈련시키고 부대를 정비하며

청나라 통역관을 기다리기를 한 달.

한참 늦게 와 정해진 날짜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는 통역관 탓에

240km나 되는 먼 길을 쉬지도 못하고 9일 동안 걸어가야 하는 군사들.

거기다, 도착하자마자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청나라 예법을 행하게 하고

밤새도록 군량을 수레에 싣는 중노동을 지시한 후,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조선군을 아침 일찍부터 출동시킨다.

거기다, 청나라 지휘관 사르후다는 싸움 정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으며

큰 물고기를 잡았다고 장군을 자기 천막으로 불러 구경하라고 하는가 하면,

사격에 서툰 자기 나라 포수들의 탄약이 부족하다며 꾸어 달라고까지 한다.

 

조선을 떠난 지 40일, 마침내 헤이룽 강에서 벌어진 적과의 전투.

조선 포수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지만,

사르후다가 전리품에 욕심을 내 적의 배를 불태우는 것을 저지하는 바람에

8명의 병사들을 잃고 도망치는 적병들을 잡지도 못한다.

적의 배에 실린 재물들 뿐 아니라,  병사들이 얻은 물건이나 적의 총까지 모두

빼앗아가는 사르후다의 탐욕은 감복스러울 정도다.

거기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도적이 남아 있으니 계속 남아 있으라는 데다,

군량마저 조선에서 실어 오라는 횡포를 부린다.

그렇게 한 달여를 붙잡고 있는 중 추워진 날씨에 아픈 병사들은 늘어가고

귀국길엔 배를 3척 밖에 내어주지 않아, 대부분의 병사들이 걷게 되고

거의 한 달의 행군 끝에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짧고 간결하게 냉철한 필치로 기록된 신류 장군의 병영 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눈물이 솟아나는 순간들이 많았다.

약소국의 서러움과 일언반구 못하고 당해야만 하는 강대국의 횡포,

우리나라를 위한 것도 아닌 싸움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묻힌 병사들,

강대국에 아부하며 자기 나라 사람들을 홀대하는 매국노 통역관들.

몇 백 년 전의 현실이 옛날 일 같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신류 장군의 병영일기를 보며 다시금 일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매일매일 성장해 가리라.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들은

절대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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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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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읽은 소설 중에

가장 흥미로우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치기어린 필체와 적당한 로맨스, 식상한 유행이 되어버린 반전..

처음엔 흥미롭다가 책장이 넘어갈수록 실망감만 더해가던 요즘 화제작 목록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의 불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미래를 빨리 들여다보고픈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라는 느닷없는 선언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누구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인간'의 조건조차 갖지 못한 채 삶을 시작한

남자의 이야기.

사랑 때문에 불행하고도 행복한-그것만은 평범한- 이 남자의 고백록은

현재와 과거를 숨가쁘게 오가면서,

이 고백이 언제 어떤 상황으로 끝날지에 대한 불안감과

그의 뒤틀린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

독자를 한시도 편안히 놓아주지 않는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을 평생 뒤쫓는 사람,

사랑에게도 자신의 본질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

그 사랑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 -

막스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 그저 우리 누구나와 똑같은 '사람'이다.

또한 ...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모습은 어려져가는 그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과연 우리의 내면은 

우리에게서 보이는 시간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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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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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으며 '칼에 지다'를 읽은 후 아사다 지로의 팬이 되어버린 나..

마음이 만드는 환상 속에 귀신마저도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아사다 지로는

내겐 늘 하얀 수염이 수북한,

동화에 나오는 옛날 이야기 잘해 주는 다정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갑자기 부는 찬 바람에 스산한 요즘..

오랫만에 아사다 지로의 책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집어왔다.

 

'사고루 기담'

'사고루'는 모래로 쌓은 높은 누각을 뜻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널리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고급 빌딩의 꼭대기 층 공중정원에 모여

자신의 명예를 위해, 또한 하나뿐인 목숨을 위해,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절대로 발설할 수 없었던 귀중한 체험을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모임의 이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들은 사람은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는 규칙대로

다섯 사람의 기괴한 체험담이 펼쳐진다.

 

한 자루의 일본도를 만들기 위해 신을 불러오는 한맺힌 대장장이의 이야기

한 남자를 평생 쫓는 한 여자의 이야기

사무라이 영화 촬영장에 나타난 막부 시대 사무라이의 혼령 이야기

정원의 일부로 평생을 살아온 정원지기의 이야기

원하지도 뜻하지도 않은 우연으로 야쿠자 계의 전설이 된 사나이 이야기...

 

각각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다섯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 있다.

'사고루'에 앉은 위인이라 한다면 위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엔

망설임과 두려움, 어리석음과 욕심이 함께 하기에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약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임을 생각하게 한다.

 

아사다 지로는 늘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사람'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기괴하지만,

그 어떤 인간의 기괴함도 속을 들여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듯...

그는 무르고 위험한 '모래 누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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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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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말았다.
눈물을 쏟고 말았다.

너무도 선한 주인공, 시대의 부조리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 모든 것을 버린 그조차도 자신의 뼛속 깊이 박힌 '무사'로서의 정신에게만은 저항할 수 없었다.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그것이 사는 것인' 한 남자.
사랑을, 행복을 보고도- '자신의 길'을 지키는 남자.


얼마나 사람을 많이 베었는지 완전히 휘어지고 이가 빠진 칼을 들고, 반주검으로 친구의 성으로 찾아와 생명을 구걸하는 요시무라.
'주군'이라는 위치 때문에 최고의 명검을 주며 할복을 명하는 오노.
요시무라는 아들에게 피가 묻지 않은 명검을 물려주고자
다 닳아빠진 칼로 자신의 온 몸을 찔러 온 몸의 피를 다 쏟고 죽는다. 다음날 아침, 요시무라의 시신을 안고
자신의 입으로 밥을 씹어 이미 죽은 그의 입에 넣어주며 우는 오노.


자신의 번을 지키기 위해 친구의 목숨은 버려야 했던,
세상 모두가 이해못한 차가운 남자의 뜨거운 눈물과
그런 친구를 이해하고 후회없이 죽어간 따뜻한 남자.

한참은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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