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정록 - 러시아와 싸운 조선군 사령관 신류가 남긴 병영 일기 샘깊은 오늘고전 7
이윤엽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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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청나라의 요구로 

그 소굴이 어딘지도 알 수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북쪽 오랑캐와 싸우러 가는

265병의 우리나라 포수들과 그 수장 신류 장군.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맺은 조약에는 분명

'청나라가 명나라와 싸울 때는 조선 군대가 청나라를 도와 싸워야 한다.'

고 명시되어 있건만, 명나라와 붙은 싸움이 아니었는데도

억지로 이 조약을 끌어대 조선 군대의 출동을 요구하는 뻔뻔스런 청나라.

강대국의 몰염치함과

약소국의 통치자가 강대국 눈치만 보면서 국민들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것은

그 옛날이나 현재나 변함없는 역사인가 보다.

 

함경도 포수 가운데서 가려 뽑은 포수들을 훈련시키고 부대를 정비하며

청나라 통역관을 기다리기를 한 달.

한참 늦게 와 정해진 날짜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는 통역관 탓에

240km나 되는 먼 길을 쉬지도 못하고 9일 동안 걸어가야 하는 군사들.

거기다, 도착하자마자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청나라 예법을 행하게 하고

밤새도록 군량을 수레에 싣는 중노동을 지시한 후,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조선군을 아침 일찍부터 출동시킨다.

거기다, 청나라 지휘관 사르후다는 싸움 정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으며

큰 물고기를 잡았다고 장군을 자기 천막으로 불러 구경하라고 하는가 하면,

사격에 서툰 자기 나라 포수들의 탄약이 부족하다며 꾸어 달라고까지 한다.

 

조선을 떠난 지 40일, 마침내 헤이룽 강에서 벌어진 적과의 전투.

조선 포수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지만,

사르후다가 전리품에 욕심을 내 적의 배를 불태우는 것을 저지하는 바람에

8명의 병사들을 잃고 도망치는 적병들을 잡지도 못한다.

적의 배에 실린 재물들 뿐 아니라,  병사들이 얻은 물건이나 적의 총까지 모두

빼앗아가는 사르후다의 탐욕은 감복스러울 정도다.

거기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도적이 남아 있으니 계속 남아 있으라는 데다,

군량마저 조선에서 실어 오라는 횡포를 부린다.

그렇게 한 달여를 붙잡고 있는 중 추워진 날씨에 아픈 병사들은 늘어가고

귀국길엔 배를 3척 밖에 내어주지 않아, 대부분의 병사들이 걷게 되고

거의 한 달의 행군 끝에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짧고 간결하게 냉철한 필치로 기록된 신류 장군의 병영 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눈물이 솟아나는 순간들이 많았다.

약소국의 서러움과 일언반구 못하고 당해야만 하는 강대국의 횡포,

우리나라를 위한 것도 아닌 싸움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묻힌 병사들,

강대국에 아부하며 자기 나라 사람들을 홀대하는 매국노 통역관들.

몇 백 년 전의 현실이 옛날 일 같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신류 장군의 병영일기를 보며 다시금 일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매일매일 성장해 가리라.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들은

절대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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