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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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으며 '칼에 지다'를 읽은 후 아사다 지로의 팬이 되어버린 나..

마음이 만드는 환상 속에 귀신마저도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아사다 지로는

내겐 늘 하얀 수염이 수북한,

동화에 나오는 옛날 이야기 잘해 주는 다정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갑자기 부는 찬 바람에 스산한 요즘..

오랫만에 아사다 지로의 책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집어왔다.

 

'사고루 기담'

'사고루'는 모래로 쌓은 높은 누각을 뜻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널리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고급 빌딩의 꼭대기 층 공중정원에 모여

자신의 명예를 위해, 또한 하나뿐인 목숨을 위해,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절대로 발설할 수 없었던 귀중한 체험을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모임의 이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들은 사람은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는 규칙대로

다섯 사람의 기괴한 체험담이 펼쳐진다.

 

한 자루의 일본도를 만들기 위해 신을 불러오는 한맺힌 대장장이의 이야기

한 남자를 평생 쫓는 한 여자의 이야기

사무라이 영화 촬영장에 나타난 막부 시대 사무라이의 혼령 이야기

정원의 일부로 평생을 살아온 정원지기의 이야기

원하지도 뜻하지도 않은 우연으로 야쿠자 계의 전설이 된 사나이 이야기...

 

각각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다섯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 있다.

'사고루'에 앉은 위인이라 한다면 위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엔

망설임과 두려움, 어리석음과 욕심이 함께 하기에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약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임을 생각하게 한다.

 

아사다 지로는 늘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사람'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기괴하지만,

그 어떤 인간의 기괴함도 속을 들여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듯...

그는 무르고 위험한 '모래 누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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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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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말았다.
눈물을 쏟고 말았다.

너무도 선한 주인공, 시대의 부조리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 모든 것을 버린 그조차도 자신의 뼛속 깊이 박힌 '무사'로서의 정신에게만은 저항할 수 없었다.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그것이 사는 것인' 한 남자.
사랑을, 행복을 보고도- '자신의 길'을 지키는 남자.


얼마나 사람을 많이 베었는지 완전히 휘어지고 이가 빠진 칼을 들고, 반주검으로 친구의 성으로 찾아와 생명을 구걸하는 요시무라.
'주군'이라는 위치 때문에 최고의 명검을 주며 할복을 명하는 오노.
요시무라는 아들에게 피가 묻지 않은 명검을 물려주고자
다 닳아빠진 칼로 자신의 온 몸을 찔러 온 몸의 피를 다 쏟고 죽는다. 다음날 아침, 요시무라의 시신을 안고
자신의 입으로 밥을 씹어 이미 죽은 그의 입에 넣어주며 우는 오노.


자신의 번을 지키기 위해 친구의 목숨은 버려야 했던,
세상 모두가 이해못한 차가운 남자의 뜨거운 눈물과
그런 친구를 이해하고 후회없이 죽어간 따뜻한 남자.

한참은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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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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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는 역시..

젊었다.

이제 서른을 앞두었다니.. 너무 젊다.

 

신기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매사 초긍정적인 여대생과

그녀에게 천눈에 반해 그녀의 행적을 쫓아다니는 선배의 이야기..

이 둘은 번갈아 자신의 입장에서 둘이 함께 거니는 밤들을 이야기한다.

온갖 술이 넘쳐나는 봄의 밤거리,

희귀고서들에 집착하는 수집가들의 잔혹한 경매가 열리는 여름의 헌책시장,

한껏 시끌벅적한 무르익은 젊음이 넘치는 가을의 대학축제...

3층 개인전차를 타고 다니는 고리대금업자 이백 옹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라는 말에

주문이라도 걸린 듯 신나게 새상을 활보하는 이 아가씨.

그 행보 속에 등장하는 기묘하고도 유쾌한 인물들.

정신없는 그 밤들 속에,

그리도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주인공의 거리는 차츰차츰 가까워져 간다.

남자 주인공의 '최눈알 작전',

이른바, '최대한 그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기 작전'이 성공해간 것일까?

 

이 소설의 첫번째 밤에 등장하는

입에 머금을 때마다 꽃이 피어 그대로 뱃속으로 미끌어져 들어가

작은 따스함으로 바뀌어 뱃속이 꽃밭이 되어가는 기분이라는

전설의 술 '가짜 전기부랑' 처럼

풋풋한 첫사랑과 달콤하고 오색찬란한 몽환들이 어우러진 이 소설은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리고, 이 밤..

무엇을, 누구를 만날 지 모르는 이 신비로운 세상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걷고 싶게 만든다.

 

올해 내가 읽은 소설 중에 단연 가장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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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 모두가 친구 7
코키루니카 글.그림, 김은진 옮김 / 고래이야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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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울어대는 동생도, 동생 괴롭힌다고 야단치는 엄마도,

잔소리하는 선생님과 놀리는 친구들도

다 싫어진 아이는

그 모든 걸 상자가 삼켜버리게 합니다.

하지만, 곧 외로움을 느끼죠.

그렇게 만든 자기가 싫어지자, 마법상자 속으로 들어가 모두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도 이런 상자가 있다면..

 

뭘 삼켜버리게 할까요...? ^^;;

 

참 많이 생각을 하게 하는 동화책들이 많아요..

동화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더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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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야 힘내!
제라르 니꼴라 글 그림, 이윤옥 옮김 / 두레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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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언제부턴가 저도 이런 기분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그저 한 마리 오소리이기 때문이야.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어. "

꿈과 함께, 꿈과는 먼 삶이 보이기 시작하죠.

꿈은 당연히 이루어지는 거라 믿었던 어린 시절이 끝나면서요...

 

두더쥐 부인의 멋진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것을 살아보고픈 오소리는

자신의 대단치 않은 삶에 슬퍼지고 말지요.

그러자, 까치와 여우와 족제비는 두더쥐 부인을 찾아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될 이야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하죠.

그 때부터 숲 속엔 연극 무대가 세워지고,

배우와 기술자를 구하는 알림장이 수십 장 붙고

많은 동물들이 거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죠.

두더쥐 부인의 작품은 우리가 잘 아는 셰잌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이에요.

오소리 씨는 요정들의 왕 오베롱 역할을 맡아 꿈 속에 젖어들기 시작하죠.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끝에 숲 속 무대의 공연은 성공리에 끝나고

모두들 감동의 눈물과 웃음 속에 자랑스러움과 행복을 느낍니다.

 

소박하면서도 표정이 풍부한 그림과 재치 있고 사실감 넘치는 이야기는

아이들도 폭 빠지게 만들 명작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멋진 신화의 주인공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나 역시 삶의 주인공임을 잊지 말고 살라는...

매일매일, 한 순간 한 순간을 무대의 첫공연 날처럼 가슴 벅차게 만끽하라는...

어릴 때엔 너무도 자연스레 살았던 그 마음을 다시 찾아주네요.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자존감을 잃을 때 읽어보라고

책장 한 켠에 꽂아 놓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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