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수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1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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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에는 확실히 으스스한 기담이 많다.

그것은 일본의 현대소설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

일본 소설 중에도 기담들이 유난히 많은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원래 유머소설로 이름난 작가이다.

그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이 소설엔

그 작풍이 군데군데 묻어나와서

심각한 상황에서도 왠지 웃음이 배어나오는 장면들이 있어,

독자들에게 긴장의 이완 기회를 주며,

오히려 소설의 완급을 조절해주는 연할을 한다.

악인도 아주 밉거나 무섭지 않은,  인간으로서의 측은한 면면을 느끼게 한다.

 

천년이 넘은 녹나무,

보기에도 기괴스럽고 경외감을 주는 이 나무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슬프고 잔혹한 역사들의 뿌리는

결국은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

자기 아이를 위해 타인의 자식은 아무렇지 않게 해칠 수 있는 핏빛 모정 같은

그 잔인한 본성들에 있다.

그 모든 것을 '아이를 훔치는 나무'의 탓으로 돌린 천년의 역사는

아마도 그런 인간의 어두움을 회피하고픈 나약한 양심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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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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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사다 지로'는 나에게 처음 눈물로 기억되었던 작가였다.

'칼에 지다'가 너무나 가슴 깊이 그어대는 슬픔을 남겼기에

나는 그의 다음 작품들에서 놀라고 말았다.

밝고 따뜻하고......

이제 나는 '아사다 지로'라는 이름만 보이면 냉큼 서가에서 집어드는

지로 아저씨의 왕팬이다.

아직도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쓰바키야마 과장'의 사후 7일간을 그린 이 소설 또한 그렇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처럼 반색을 하며 들고 왔다.

 

깜짝 놀랐다.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어버리다니..

어이없이...

그리고 시작된 사후의 세계 또한 너무나 의외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와 저 세상에서나 똑같은 공무원들의 행태(습성?)들이라니...

생전의 자신의 죄에 대한 강습을 듣고

'반성'이라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극락왕생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입사할 때의 면접시험 같은 분위기로 재심사를 치르는 하늘나라의 공무원들.

주인공은 자신이 18년간 친구로 지내온 도모코가 사실은 자신을 사랑했으며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음행'의 죄를 낙인찍히자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를 확인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죽음으로부터 7일간.

 

아사다 지로는 역시 '긍정'의 작가이다.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인간의 선에 대한 믿음은

독자들에게 따스함을 전해 주며, 꿈꾸게 한다.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세상의 꿈...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믿고 사랑하는 옛 세상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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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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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들 결혼과 행복을 연관시키려 하는지."
 등장인물 중 한 여자의 이 짧은 한 마디가 이 소설의 주제가 아닐까?

 그리고, 결혼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아닐까?

 결혼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열릴 거라는 착각은 가지지 마라는.

 

 결혼하는 여자들은 모두 꿈을 꾼다.

 결혼과 사랑이 함께하는 꿈.

 하지만, 삶은 - 생활은 우리를 끝없는 공허감 속으로 몰아넣으며,

'부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의미한 부부관계라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양 만든다.

결혼생활만큼 무서운 습관도 없는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우리를 흔드는 것은 다른 세계, 다른 삶에 대한 갈망......

 

완벽한 듯 보이는 부부들이 겪는 갈등과 소외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인생의 안식처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그 불행한 결혼의 당사자들.

열세명의 등장인물들이 부지불식간에 묘한 관계로 얽히며

그들 결혼의 와해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불온하지만, 또 현실이고, 그렇기에 씁쓸하다.

그러나, 배울 것은 있다.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결혼은 또다른 연애의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다른 연애를 꿈꾸는 한, 어떤 연인도 머무를 수 없다.

어떤 믿음도 존재할 수 없다.

유독  '부부'는 인간 관계의 모든 법칙과 예의와는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기에 

결혼과 행복은 함께 있을 수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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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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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여고생 시절이 있었다.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어른이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그 사고방식까지 흡수해버렸던 걸까..
그 다짐을 잊고 무슨 숙제라도 해 치우듯 결혼해 버렸다.

물론, 행복하다..
안정된 가정과 친밀함, 아기가 주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데 없다.
하지만, 결혼 3년...
서서히 '아내'이며 '어머니'라는 이름 안에 죽어가는 나를 본다.
가끔은 그것이 나를 미치게 한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의 첫 에피소드에서 "남자는 다 살인자다."라는 문장을 읽고, 순식간에 거기 공감하는 나 자신에게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남편에 대한, 자식에 대한 깊고 진한 애증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동감하게 된 소설.
그러나, 그렇기에
"여기 대한민국에서 뿐이 아니라, 어느 엄마든..어느 아내든 겪는 고통이고 상실이구나..."하면서 오히려 위로를 받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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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찾아서 2 - S. 모건스턴의 진정한 사랑과 놀라운 모험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
윌리엄 골드만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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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보았던 <프린세스 브라이드>

황당하면서도 낭만적인 이야기 진행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공주를 찾아서>란 책이 눈에 띄어 책장을 펼쳤다가

'버터컵 공주'라는 여주인공 이름에 그 옛날의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들뜬 마음으로 책을 빌려와 신나게 읽었다.

너무나 재미있는 책...

책의 구성 또한 아주 독특하다.

다 읽고 나서 완전히 작가에게 농락(?)당한 배신감마저 느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반전...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이야기이다.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우울하실 때나 의기소침하실 때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어도 재미있어 할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와 그 공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꾼(영화에선 '머슴'으로 번역했었다..^^:),
공주와 약혼했으면서도 목숨을 노리는 악랄한 왕자와
세살에서 가장 고통스런 고문기계를 발명하는 잔인한 백작,
왕실에서 파문당해 마법의 힘을 잊어가는 전설의 마법사와 그 아내 마녀,
세상에서 가장 힘센 거인과 가장 훌륭한 검객, 가장 명민한 책략가로 이루어진 3인조,
무시무시한 해적, 검은 마법의 숲 등...
동화가 가진 모든 환상적인 요소가 총망라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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