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결혼과 행복을 연관시키려 하는지." 등장인물 중 한 여자의 이 짧은 한 마디가 이 소설의 주제가 아닐까? 그리고, 결혼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아닐까? 결혼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열릴 거라는 착각은 가지지 마라는. 결혼하는 여자들은 모두 꿈을 꾼다. 결혼과 사랑이 함께하는 꿈. 하지만, 삶은 - 생활은 우리를 끝없는 공허감 속으로 몰아넣으며, '부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의미한 부부관계라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양 만든다. 결혼생활만큼 무서운 습관도 없는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우리를 흔드는 것은 다른 세계, 다른 삶에 대한 갈망...... 완벽한 듯 보이는 부부들이 겪는 갈등과 소외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인생의 안식처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그 불행한 결혼의 당사자들. 열세명의 등장인물들이 부지불식간에 묘한 관계로 얽히며 그들 결혼의 와해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불온하지만, 또 현실이고, 그렇기에 씁쓸하다. 그러나, 배울 것은 있다.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결혼은 또다른 연애의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다른 연애를 꿈꾸는 한, 어떤 연인도 머무를 수 없다. 어떤 믿음도 존재할 수 없다. 유독 '부부'는 인간 관계의 모든 법칙과 예의와는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기에 결혼과 행복은 함께 있을 수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