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삼국유사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6
강숙인 지음, 일연 원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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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내가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아마 '수업용 필독서'로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읽으라는 책 중에 이렇게 재미난 책도 있어?'하고...

그 때, 나의 첫감상은 "이거, 완전히 전설의 고향이잖아."였다.

선한 자의 마음은 하늘이 듣고, 땅이 움직이며,
짐승과 귀신도 사람의 부름에 답한다.

부모에 대한 효심, 제 짝에 대한 믿음과 절개,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까워 하지 않는 충절,
인연 맺은 이를 향한 연모의 마음......
이 모든 '인간의 진정한 마음'을 하늘은 외면하지 않는다.

진실의 힘이 믿어지지 않는 현대에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은 '진실'하다.

이 생에서는 내쳐졌어도 다음 생에선 보답받고,
슬픈 이별로 애끓였어도 죽음을 넘어 서로를 찾는,
육신은 썩어 없어졌어도 혼은 남아 나라를 지키는...

소망 가득한 겨레의 이야기.
대나무처럼 곧고,
난처럼 향기로운 
마음의 이야기...

책을 덮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그 아름다운 사람들의 선한 눈매와 나즈막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인간의 영혼을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만들어주는 작품,
수없이 반복해서 읽어도 그 때마다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는 작품을
'불멸의 고전'이라고 한다.

그 어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삼국시대 사람들의 꿈과 소망, 기쁨과 슬픔이 빚어낸
이 '겨레의 마음'이야말로
이 '영원한 고전'에 딱 들어맞는 것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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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 동심원 8
민현숙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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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일을 하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켰죠.
"가서 저기 불 좀 꺼 줘."
하던 놀이 멈추고 쪼르르 달려가 불을 끄고,
제 옆에 와 눈을 맞추고선
"왜 고맙다고 안 해요?"
합니다.
그렇게도 "미안해." "고마워."란 말들 꼭꼭 잊지 말고 하라고
가끔은 야단치듯 가르쳐 놓고선 정작 제가 할 때가 되어선 잊어버렸네요.
그 다음부터 잊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참 고맙다는 말 많이 하게 되더군요.
말이 마음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그런 마음도 더 새록새록 생기는 것 같구요.

<고마워 고마워>라는 제목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져 왔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들이 가득하기에, 두 번이나 고맙다고 할까요?

이 시집을 읽으며 제 마음에 떠오른 말들은
"아름답다, 아름다워." "정겹다, 정겨워."였어요.
옛날 저 어릴 적, 가끔 놀러가던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시들.
그 풀내음이, 그 개울물 소리가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 듯 했어요.
나를 둘러싼 모든 자연이 참으로 크고, 포근했던.......


            단지의 꿀 날마다 퍼 가도 
            꽃은 벌에게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중에서-


그렇게 한없이 주면서도 그저 빙긋이 웃는 듯한 자연은
그 말 그대로 어머니, 엄마인데......
욕심쟁이 인간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뭐라도 더 가져갈 수 없을까 궁리만 하죠.
저 맑은 자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세상은 이렇게 황폐하지 않겠죠.
서로에게 '고마워' '고마워'라고 말할 줄 안다면......


             고마움을 알면서도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고마운 것들아, 너희들도 고마워.

                                               - '고마워 고마워' 중에서 -

자신도 모르게 혀끝으로 굴려 봅니다.
"고마워, 고마워."

그렇게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살아 있는 것이,
이 아름다운 것들 속에 놓여 살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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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5
방정환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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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방정환 지음'이라는 글귀를 보고
'방정환? 그 방정환 선생님?'했어요.
생각해 보니, '어린이를 무척 사랑하셨고, 어린이날을 제정하신 분'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고
어려서부터 위인전에서 많이 뵈었건만.......
그 분의 작품을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살짝 송구스러우면서도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고.......

언젠가 보았던 허허 소탈하고 따뜻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아주 옛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처음 알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그 분 발치에 앉아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어린 아이가 된 듯한 느낌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게 되었죠.

서울 명동의 진고개는 어디 쯤일까요?
지금의 명동처럼 그 때도 분명히 북적거리는 서울의 중심이었을 것 같아요.
고리타분하고 무겁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찰라로 사라지고,
일본인 곡마단이 부리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재주에 환호하는 구경꾼들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그 떠들썩하고 흥이 넘치는 명동 거리로 빨려들어갑니다.

아슬아슬한 곡예로 갈채를 받는 어여쁜 소년과 소녀는 
사실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단장 내외에게서 학대받으며 밤바다 울며 서로를 의지해온 가엾은 아이들입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자신이 외삼촌이라는 노인을 만나
자신들이 조선인이며, 상호, 순자라는 이름의 남매라는 걸 알게 됩니다.
탈출을 시도하는 둘 남매.
상호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외삼촌을 만나지만,
순자는 악랄한 단장 내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국까지 끌려가고,
뒤를 쫓는 상호와 그를 돕는 기호는 '칠칠단'이라는 거대범죄조직을 상대하게 됩니다.

옛스러운 말투와 군더더기 없는 문체,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은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어리고 기댈 곳도 없는, 아직 어린 소년인 상호가
두려움에 맞서 놀라운 기개와 기지를 보이며
누이를 구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위험한 여정에
마음 속으로 끝없이 '힘내! 넌 해낼 거야!'하는 응원으로 동참하게 되죠.
상호의 의지는 그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힘과 용기를 줍니다.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성장의 씨앗일 거예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순자가  여리고 약하기만 한 수동적 역할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까지 한번쯤 오빠를 도와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길 기대했었거든요.
아마,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들 중 어딘가엔 용감하고 지혜로운 소녀도 나오겠지요?

시대를 넘어 빛나는 가치를 지니는 것을 고전이라 하지요.
방정환 선생님의 글이 바로 고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계속 계속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담긴 방정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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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양장) 클래식 보물창고 6
김유정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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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민족만이 지닌 단어가 있다 한다.

'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모든 조건을 상쇄시키는 근거가 되는 것이 있다.

그 이름은 '정'

또, 한민족에게 세상 어느 민족보다 탁월하게 발휘되는 정서가  있으니

그것은 '흥'이다.

 

마음 속 깊이 한을 묻고 살면서도, 정으로 서로를 보듬고, 슬픔 또한 웃음으로 풀어내던 그 모습들을

김유정의 소설들 속에서 다시 찾았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삶이 녹록하지 않다.

도대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

삶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들인데,

이상하게도 슬프지가 않다.

"에고...어떡해..."하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배시시 삐져나온다.

미안하게도......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자기 이득에 눈이 어두워 남의 뒷통수도 치며,  

노름에 정신이 팔려 전재산이며 아내까지 잃고,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봐 대책없이 거짓말만 늘어놓기까지......

온갖 '진상'들의 집합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건만,

그들은 또 신기하게 밉지 않다.

그저 가엾고 안쓰러울 뿐.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라는 속박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습들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들에게 진정한 악의나 계산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만무방'이었는데,

'예의나 염치없는 잡놈의 무리'라는 제목 그대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응칠에게

거친 삶과 성정 안에서도 솟구치는 정과 의리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김유정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고독과 빈곤 속에서 우울하게 자라
평생을 가난과 병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한때 금광에 손대기도 하고 떠돌며 무질서한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작품이 이렇게도 생생한 까닭을 짚어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

우리에게 영원한 유산으로 남긴 것이다.

 

지금 우리의 문학은 참 슬프다.

한국 문학인데,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다.

특별히 '우리 것'이라는 느낌이 오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반가움을, 정을

현대의 우리 작품들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던 그 곤혹스러움을...

자주 겪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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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절판


"난 말이지, 오래전부터 내가 매일 죽는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한텐 하루하루가 상자나 마찬가지야. 번호를 붙여서 가지런히 정리해 둔 상자들. 하지만 돌아서서 뚜껑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 왜냐하면 난 이때껏 살아오면서 수천 번이 넘게 죽고 또 죽었으니까. 매번 다른 방식으로, 매번 더 지독하게 죽었으니까. 그 상자 하나하나가 다 나야. 저마다 다른 사람이자 내가 모르는 사람, 내가 이해 못 하는 사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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