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지, 오래전부터 내가 매일 죽는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한텐 하루하루가 상자나 마찬가지야. 번호를 붙여서 가지런히 정리해 둔 상자들. 하지만 돌아서서 뚜껑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 왜냐하면 난 이때껏 살아오면서 수천 번이 넘게 죽고 또 죽었으니까. 매번 다른 방식으로, 매번 더 지독하게 죽었으니까. 그 상자 하나하나가 다 나야. 저마다 다른 사람이자 내가 모르는 사람, 내가 이해 못 하는 사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