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동백꽃 (양장) 클래식 보물창고 6
김유정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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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민족만이 지닌 단어가 있다 한다.

'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모든 조건을 상쇄시키는 근거가 되는 것이 있다.

그 이름은 '정'

또, 한민족에게 세상 어느 민족보다 탁월하게 발휘되는 정서가  있으니

그것은 '흥'이다.

 

마음 속 깊이 한을 묻고 살면서도, 정으로 서로를 보듬고, 슬픔 또한 웃음으로 풀어내던 그 모습들을

김유정의 소설들 속에서 다시 찾았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삶이 녹록하지 않다.

도대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

삶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들인데,

이상하게도 슬프지가 않다.

"에고...어떡해..."하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배시시 삐져나온다.

미안하게도......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자기 이득에 눈이 어두워 남의 뒷통수도 치며,  

노름에 정신이 팔려 전재산이며 아내까지 잃고,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봐 대책없이 거짓말만 늘어놓기까지......

온갖 '진상'들의 집합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건만,

그들은 또 신기하게 밉지 않다.

그저 가엾고 안쓰러울 뿐.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라는 속박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습들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들에게 진정한 악의나 계산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만무방'이었는데,

'예의나 염치없는 잡놈의 무리'라는 제목 그대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응칠에게

거친 삶과 성정 안에서도 솟구치는 정과 의리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김유정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고독과 빈곤 속에서 우울하게 자라
평생을 가난과 병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한때 금광에 손대기도 하고 떠돌며 무질서한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작품이 이렇게도 생생한 까닭을 짚어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

우리에게 영원한 유산으로 남긴 것이다.

 

지금 우리의 문학은 참 슬프다.

한국 문학인데,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다.

특별히 '우리 것'이라는 느낌이 오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반가움을, 정을

현대의 우리 작품들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던 그 곤혹스러움을...

자주 겪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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