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5
방정환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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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방정환 지음'이라는 글귀를 보고
'방정환? 그 방정환 선생님?'했어요.
생각해 보니, '어린이를 무척 사랑하셨고, 어린이날을 제정하신 분'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고
어려서부터 위인전에서 많이 뵈었건만.......
그 분의 작품을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살짝 송구스러우면서도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고.......

언젠가 보았던 허허 소탈하고 따뜻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아주 옛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처음 알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그 분 발치에 앉아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어린 아이가 된 듯한 느낌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게 되었죠.

서울 명동의 진고개는 어디 쯤일까요?
지금의 명동처럼 그 때도 분명히 북적거리는 서울의 중심이었을 것 같아요.
고리타분하고 무겁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찰라로 사라지고,
일본인 곡마단이 부리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재주에 환호하는 구경꾼들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그 떠들썩하고 흥이 넘치는 명동 거리로 빨려들어갑니다.

아슬아슬한 곡예로 갈채를 받는 어여쁜 소년과 소녀는 
사실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단장 내외에게서 학대받으며 밤바다 울며 서로를 의지해온 가엾은 아이들입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자신이 외삼촌이라는 노인을 만나
자신들이 조선인이며, 상호, 순자라는 이름의 남매라는 걸 알게 됩니다.
탈출을 시도하는 둘 남매.
상호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외삼촌을 만나지만,
순자는 악랄한 단장 내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국까지 끌려가고,
뒤를 쫓는 상호와 그를 돕는 기호는 '칠칠단'이라는 거대범죄조직을 상대하게 됩니다.

옛스러운 말투와 군더더기 없는 문체,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은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어리고 기댈 곳도 없는, 아직 어린 소년인 상호가
두려움에 맞서 놀라운 기개와 기지를 보이며
누이를 구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위험한 여정에
마음 속으로 끝없이 '힘내! 넌 해낼 거야!'하는 응원으로 동참하게 되죠.
상호의 의지는 그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힘과 용기를 줍니다.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성장의 씨앗일 거예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순자가  여리고 약하기만 한 수동적 역할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까지 한번쯤 오빠를 도와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길 기대했었거든요.
아마,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들 중 어딘가엔 용감하고 지혜로운 소녀도 나오겠지요?

시대를 넘어 빛나는 가치를 지니는 것을 고전이라 하지요.
방정환 선생님의 글이 바로 고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계속 계속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담긴 방정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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