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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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페이지 남짓한 작고 얇은 예쁜 책을 덮으며,

다섯 이야기의 여운에 왠지 모를 한숨이 가슴에 돕니다.

누구에게든, 마음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새로이 발견한 기분.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고 마는 조폭 엄마(('조폭 모녀')에게도

사사건건 참섭하는 얄미운 잔소리쟁이 친구('건조 주의보')에게도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바보('이상한 숙제')에게도

소중한 개를 맡기며 보내준 개 사료까지 팔아먹는,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들('사료를 드립니다')에게도

신의 존재를 실감케 하는 선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에서 나온 빛이지요.

우리의 눈이 그것을 발견한 순간, 왠지 모를 따스함에 마음이 울컥해지곤 하죠.
 

 

이야기들 모두 특별한 사랑, 특별한 모험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도 이랬었지.' '나라도 이럴 것 겉아.'라는 맘으로 따라가게 되죠.

'정말 딱 요즘 아이들 같아.'라고 늘 웃음 머금게 되는

이금이 작가님의 1인칭 시점 화자들의 말투와 생각들......

겉으로는 삐딱한 모습들  속에 숨겨진 여린 감성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더 안타까워 보듬어 주고 싶어집니다.
 

신문과 뉴스엔 무서운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실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이렇게 맑고 착하고 당차지 않을까 하며

안도하게 됩니다.

무서운 현실의 주인공들인 아이들도 사실은 그 여림 때문에 더 센 척 하는 것 아닌가 싶구요.
 

 

책 속 선생님이 내 주신 이상한 숙제 - '아름다운 사람 찾기'는

바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평생의 과제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 아이들에게 찾아지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만한 가르침은 없을 겁니다.
 

 

다정하고 온화한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찾고 기다리다

스스로 그 모습을 담게 된 어니스트의 이야기에서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닌가 생각해 보았어요.

우리 스스로 아이들이 닮아갈 수 있는 '큰바위얼굴'이 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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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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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읽기 시작하니, 20년도 더 전에 읽었었던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밀폐된 방, 침대 위로 늘어져 있는 끈, 의문의 죽음...

어린 내가 처음 만나는 탐정이었던 셜록 홈스의 사연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2년 전, 결혼 2주일 전에 "얼룩무늬 끈!"이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갑작스레 죽은 언니......

결혼을 앞두고 언니가 죽기 전에 쓰던 방을 쓰게 되면서 언니가 들었었던 한밤중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공포에 휩싸여 홈스에게 달려온 헬렌.

그녀의 "제게 이 사건을 맡겨 주신 것 자제가 보답"이라며 떨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고 이 기이한 이야기 속에 뛰어들고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범인의 잔혹함과 탐욕 탓에 '인과응보'의 결말에 더욱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국 전체를 뒤흔드는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홈스.

큰 경마대회의 우승 후보인 경주마 '실버 브레이즈'의 실종 사건은 독특하게도, 홈스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군더더기없으면서도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 하나 빠트린 것 없이 명료하게 정리된 이야기는

그야말로 홈스답다.

사건을 해결하고서도 자신을 깔보는 로스 대령에게 작은 복수를 하기 위해 끝까지 마음졸이게 하는 홈스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사실 큰 사건은 일어날 대로 다 일어났어."하며 한탄하는 셜록 홈스에게

이상한 조건을 단, 엄청난 보수가 제공되는 가정교사 자리에 불안함을 느끼고 찾아온 바이올렛.

"내 동생이었음 절대로 보내지 않았어."라고 홈스도 생각하는 그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속으로 그녀가 떠난 지 2주일 만에

도움을 청하는 전보를 받고 달려간 홈스와 왓슨.

상쾌하고 아름다운 전원 마을을 두고 "은밀한 범죄가 일어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직업병적인 평가'를 내리는 홈스는

역시 '뼛속까지 탐정이며 범죄전문가'이다.

당차고 바이올렛은 사건에서 탐정 못지 않게 위험에 맞서는 용기를 보이는 매력을 보인다.

이야기 말미에 홈스가 바이올렛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실망감을 느끼는 왓슨에게 공감하며 웃음짓게 된다.
 

 

침착의 대명사인 홈스조차 15분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든 전보.

다급함과 흥분을 가득 담은, 도대체가 알아들 수 없는 내용.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럭비 선수인 고드프리 스탠턴이 사라졌다고, 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의뢰인에게

도대체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셜록 홈스.

'외곩수에 일중독자'인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또한, 이 단편 초반에 왓슨이 '사건이 없으면 약물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심한 정신적 폐해를 겪는' 홈스를 걱정하는 장면은

천하무적에 가까운 이 완벽주의자 탐정의 어두운 일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런 홈스에게 유일한 치료제인 '불가사의'

사라진 스포츠 스타를 찾아야 하는, 이 손도 어디서부터 대야 할지 모르는 사건을

끈질기고 의욕적으로 찾는 홈스의 발걸음을 쫓는 우리 또한 스릴이 넘친다.

 

 

 

원리와 결말을 알고 나면 시시해지는 현대의 많은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이미 사건의 추이를 다 알고 나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읽게 되는 홈스의 이야기들.

비밀을 밝히긴 전 "알고 나면 시시해질 거야."라고 홈스는 단언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너무 유명하기에 식상하다 여겨졌던 그의 매력을 새로이 발견하며, 아무리 복잡하고 미묘해 보이는 사건도 순식간에 명쾌하게 풀어내는 그에게 거듭 감탄하게 된다.

어린 시절 이성적이고 냉정하기만 한, 전형적인 '영국 신사'였던 그에게서 유머와 온기를 순간순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은

내가 어른이 되어 그의 속내를 읽게 된 까닭일까?

아니면, 그 시절엔 차갑던 사람도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각박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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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동화 보물창고 4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민예령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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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하면 셜록 홈스, '셜록 홈스'하면 '탐정'이 등식처럼 떠오르는 건  1900년대 이후 문명인들의 공통점 아닐까 싶네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가장 팬이 많은 탐정 홈스.
역사에 대한 취미 이상의 관심, 잡다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출판에 대한 열정을 지녔으며, 냉엄함을 존중하고 자신 또한 내정한 '영국 사람의 전형' 과도 같은 홈스는 살짝 매정한 것 빼고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인간입니다.
통찰력과 관찰력이 대단해 사람의 외관만으로도 출생지나, 했던 일이나, 직업을 추리해내는 그는 '소거법적 추리'의 일인자로 아직도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명탐정의 아버지' 홈스를 다시 만나는 일,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죠.

 

제목부터 호기심을 잡아끄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요.
짧게는 400페이지, 길게는 700페이지...2권이나 3권까지도 이어지는 요즘의 추리소설에 비하면, 각각 50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먼지 냄새 풀풀 날 듯한 옛날 탐정 이야기'는 너무도 간소하죠.
그러나, 얕잡아 보아선 안 될 일!
여기 이 분은 그야말로 '나는 탐정이다.'라고 맨 먼저 말할 수 있을, 단 한 사람...
셜록 홈스 옹이시니까요!

 

머리카락이 붉은색이기만 하면 짧은 시간에 쉬운 일을 하고도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붉은머리협회> 뒤에 숨겨진 비밀.
세상의 모든 불그스름한 색은 다 모여든 듯한 그 협회 사무실 앞 풍경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어이없는 이유더라도 경제적 보상이 따르면 이성을 상실하는 인간의 우매함을 상징하는 듯해, 쓸쓸하기도 합니다.
현행범으로 잡혀 수갑이 채워지는 그 순간에도 왕실의 피가 흐름을 강조하며 예를 갖출 것을 호령하는 침착하고 고상한 '영국 귀족 범인'의 모습 또한 아서 코난 도일의 풍자를 띈 유머 감각이 발현되는 장면이죠.

<해군 조약문>과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에서는 홈스가 특유의 통찰력과 재빠른 두뇌회전, 추진력으로 조국 영국을 국가적인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사건 자체의 중대함 때문에 몇 년 동안은 대중들에게 홈스의 활약을 밝힐 수 없음을 애석해하는 왓슨의 조용한 한숨에 우리 역시 공감하게 되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실존하는 듯 느껴지는 홈스의 존재감은 아마, 냉엄한 그를 마음 깊이 지지하고 돕는, 따뜻하고 다정하며 어찌 보면 '평범한' 우리 같은 왓슨이 그의 이야기를 서술해 왔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해군 조약문>의 의뢰인 퍼시는 선량하고 책임감 강한 인물이라, 사건이 해결되어 실추된 그의 명예를 복원시키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서 그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더 열심히 홈스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유난히 홈스는 딴청 피우는 듯 이해못할 행동들을 해서 사람 애를 태우지요. 그 이상, 멋진 결말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지만요.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에서는 홈스의 혈육,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출연하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셜록 홈스 스토리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곧 '셜록 홈스'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사생활과 성장 배경은 비밀에 가려져 있으니까요. 이름부터 대단한 이 분, 역시 홈스의 형답게 숫자의 천재인 그는 '영국 정부 그 자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합니다.

홈스 시리즈 중에서 독특하게 그의 암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고 있는 <춤추는 인형>은, 심지가 곧고 다부지며 정직하고 다정한 멋진 영국 신사 큐빗이 아내에게 닥쳐온 위험을 감지하고 홈스에게 추리를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이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빠른 사건의 흐름과 암호 자체도 흥미로왔지만, 간발의 차이로 의뢰인을 보호하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홈스의 인간적인 면모에 크게 공감이 갔어요.

 
이 모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 없는 사건들에 연인을 만난 듯 기뻐하며
"사건이 이상해 보일수록 실체는 별것 아닌 경우가 많아."하고 말하는 홈스.
그리고,  "담배를 한 세 번만 피우면 해결될 문제일 것 같아." 하고선
정말로 그 시간 안에 해결해 버리는 홈스.

 그는 아마 영원히 우리 마음 속 '탐정'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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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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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색채의 커버가 멀리서 눈에 띄었는데,

가까이 보니... 섬뜩한 느낌의 인형 팔들...



이탈리아의 유명한 범죄학자 도나토 카리시가

실제 연쇄살인범 '루이지 키아티'에서 모티브를 얻어 썼다는 이 소설은

치밀하고도 긴박감이 넘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느 평화로운 중소도시.

학교에서, 놀이동산에서, 심지어 자기 집 침대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다섯 명의 소녀들.

그리고 곧 발견된 아이들의 왼쪽 팔 여섯 개...

팔 하나의 주인은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종 신고도 되어있지 않아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여러 명의 용의자들이 나타나지만, 범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죽음보다 더 참혹한 모습들로 발견되는 소녀들.



소녀들은 하나 같이 가임기를 지난 부부들의 외동딸,

유일한 딸을 영원히 잃은 부모들이 진정한 피해자인 이 살인들.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잔혹한 짓을 저지르는지

끝없는 의구심을 마지막까지 내려놓을 수 없다.



'악은 항상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지만, 선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는

작품 속 범죄학자의 절망은

어쩌면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지만 실화라는 이 소설과, 소설에서 언급되는 인간의 악마적인 면들은

이러한 절망에 힘을 실어주지만,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지키는 늙은 수녀 니클라의 한 마디 말은

남아 있는 희망을 일깨운다.







'속삭이는 자'는 한편으로 참으로 크나큰 두려움을 주는 소설이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인간 속의 악을 움직일 수 있다는 그런 자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를 늘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들은 많다.

'가져라.' '누려라.''지배하라.'고......

나에게 속삭이는 그 자,

그 유혹을 물리치며 선을 행하는 것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계속될 인간의 고행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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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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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만 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까?

'철부지'란 단어와 '아빠'가 완전히 찰떡궁합이다.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벌써 공감이 간다.

완전히 순진할 수만은 없는 시대, 어른들의 아픔과 고민까지도 조금은 알게 되는 시기의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긴 이 작은 동화집.

어른인 내가 너무 신나게 읽었다.

 

첫번째 이야기 <환승입니다!>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갖게 한다.

'환승?환승이 무슨 이야깃거리가 되지?'하는 의아함.

그런데 한 페이지 읽고 나면 '아하!'하게 된다.

조금 특이하거나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이름 때문에 가지게 된 말도 안 되는 별명이나, 어린 시절 뿐 아니라 커서도 치르게 된 곤혹스런 경험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요즘엔 적지 않다. 평생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로 우리는 '이름'에 초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님들도 고심고심하며 숙고 끝에 아이의 이름을 지으시건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그 이름의 주인이 흡족해 하는 경우는 잘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이름이 흔하다-어찌 생각하면 참 호강에 겨운 고민이었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늘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여기 이 친구, 이름이 '환승'이다. 몇 년 전만 했더라도 아무 문제없었을 이름.

그러나, 대한민국 교통제도의 변화가 가져온 고난은 주인공을 하루에도 몇십번 괴롭힌다.

참 속태우는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지은 원망스런 아빠. 하지만, 바로 그 이름이, 버스에서 늘 자신을 놀릿감으로 만들며 울려퍼졌던 그 이름이 절망에 빠졌던 아빠에게 힘을 준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어쩌면 이럴 것이다. '방해물'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뜻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우리는 좀더 너그러워지고 굳세어지며 진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 제목이 아이들보다 엄마들의 열광적인 공감을 얻을 것이 분명한 '나의 철부지 아빠'

그런데, 주인공 경태에겐 엄마가 없다.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

하지만,할머니와 아빠의 사랑 속에 자라서인지 그렇게 의젓하고 똘똘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하나 밖에 없는 아빠...오히려 아들의 걱정거리다.

밥만 해 놓고도 밥 하나는 기막히게 잘한다면서 스스로 정말 뿌듯해하고, 준비물도 안 챙겨주고,
밤에 친구 전화만 오면 의리를 지킨다며 뛰어나가서 친구들을 몰고 집에 오기까지 한다.
아들 생일도 그냥 넘어가고, 가끔은 아들보다 오토바이를 더 아끼는 듯 보인다.

그치만, '역시 철부자 아빠다워'하고 형 같이 편하게 생각하며 사랑했던 아빠가
미혼부였고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도 숨겼다는 것을 안 경태는 아빠를 원망하지만,

친구 민지 또한 부모님이 어릴 때 이혼해 엄마랑만 사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아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슬픔을 생각하는 경태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그리우면서도 자신을 버린 아빠가 미워서 만나지 않는 민지를 보며.....

어른들이 아이에게 주는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경태가 아빠가 어떻게 행동하든 '그냥 그런 아빠려니'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은

요즘처럼 아이도 부모도 서로에게 원하는 게 많고 남이랑 비교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인 이 시대에,

'진짜 가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기억하게 한다.

'그냥 그런 그대로' 마음 깊이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우린 모두 가족에겐 마음껏 '철부지'처럼 굴 수 있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는 믿음과 편안함, 그것을 또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랑이,
이 차갑고 냉정한 세상에서 우리가 온기를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아홉 편의 이야기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인 어른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각각 다른 눈으로, 다른 필체로 담아낸 이야기들이

이 시대의 아이들의 마음,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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