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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2 ㅣ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화사한 색채의 커버가 멀리서 눈에 띄었는데,
가까이 보니... 섬뜩한 느낌의 인형 팔들...
이탈리아의 유명한 범죄학자 도나토 카리시가
실제 연쇄살인범 '루이지 키아티'에서 모티브를 얻어 썼다는 이 소설은
치밀하고도 긴박감이 넘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느 평화로운 중소도시.
학교에서, 놀이동산에서, 심지어 자기 집 침대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다섯 명의 소녀들.
그리고 곧 발견된 아이들의 왼쪽 팔 여섯 개...
팔 하나의 주인은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종 신고도 되어있지 않아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여러 명의 용의자들이 나타나지만, 범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죽음보다 더 참혹한 모습들로 발견되는 소녀들.
소녀들은 하나 같이 가임기를 지난 부부들의 외동딸,
유일한 딸을 영원히 잃은 부모들이 진정한 피해자인 이 살인들.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잔혹한 짓을 저지르는지
끝없는 의구심을 마지막까지 내려놓을 수 없다.
'악은 항상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지만, 선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는
작품 속 범죄학자의 절망은
어쩌면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지만 실화라는 이 소설과, 소설에서 언급되는 인간의 악마적인 면들은
이러한 절망에 힘을 실어주지만,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지키는 늙은 수녀 니클라의 한 마디 말은
남아 있는 희망을 일깨운다.
'속삭이는 자'는 한편으로 참으로 크나큰 두려움을 주는 소설이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인간 속의 악을 움직일 수 있다는 그런 자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를 늘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들은 많다.
'가져라.' '누려라.''지배하라.'고......
나에게 속삭이는 그 자,
그 유혹을 물리치며 선을 행하는 것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계속될 인간의 고행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