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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루엔자 (양장)
올리버 제임스 지음, 윤정숙 옮김 / 알마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새로 짓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다.
'서울도 아닌 이 땅에서도, 저 고층 건물들에 들어가 있는 집 한 채 한 채가
시가 10억에 육박하는 가치들을 지녔는데,
그 엄청난 부를 깔고 사는 사람들이 저렇게도 많은데......
왜 모두들 힘들어만 하는 걸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 중 대부분이 먹고 살기 힘든 것도 아니며, 정말 '가난'하지는 않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모두 '부족'하다.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부족한 것들은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영혼의 거식증.......
욕망이 이끄는 대로, 아니 그 욕망을 넘어서서
허기진 사람처럼 마구 집어삼키다가,
그 순간만 지나면 모든 것을 게워낸다.
그리고, 또다시 되풀이한다...
이것이 현대의 가장 무서운 병, '어플루엔자'다.
그리고, 이 병은 이것이 병이라는 인식도 불가능할 만큼 만연해 있고
온세계의 공기가 이 바이러스로 채워져 있기에
치유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하게도 보여진다.
자신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소유했는가,
다시 말해 존재보다는 소유로 서로를 구분하는 사람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류층, 기업과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많은 사람들이지만
종종 삶의 가장 중요한 면인 내적이고 정서적인 실존에는 완전히 무지하다.
그들은 단지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시장형 인간'으로
자기 자신조차 하나의 상품으로 가치화하기 때문에
아름다움, 자유, 평등, 내적 조화와 인간적 친밀감엔 가치를 두지 않는다.
사회적인 인정, 위안, 짜릿한 삶을 좇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이렇듯 대단한 사람이다'는 선전이며,
그 매개체는 자신을 치장한, 자신의 소유물인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보통 사람들이 거기에 환멸과 동시에 느끼는 동경이다.
우리는 부자들을 '부도덕'하다고 욕하지만,
한번이라도 그런 '부도덕'에 동참하고 누리고픈 욕망에 사로잡힌다.
권력과 부에 대한 무절제하고 덧없는 갈망......
그것이 결코 행복이 아님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과대포장에 속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무서운 바이러스에 대한 8가지 백신을 제시한다.
그야말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백신인 셈이다.
첫번째는 자신의 실체와 선택에 대해 긍정하라는 것,
두번째는 바이러스 동기를 내적 동기로 바꾸라는 것,
세번째는 '아이들처럼' 아름다워지라는 것,
네번째, 광고가 권하는 것이 아닌, 진정 필요한 것을 소비하라는 것,
다섯째, 어른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필요'에 맞춘 양육을 하라는 것,
여섯째, 진정한 가치와 관심을 갖고 자녀들을 교육하라는 것,
일곱째, 어머니로서 느낄 수 있는 내적인 즐거움을 인지하고 즐기라는 것,
여덟번째, 진정성, 생동감, 놀이성을 찾아서 '진짜 삶'을 살라는 것.
3년간 18개국을 여행하고 240명의 사람들과 인터뷰한 노력의 산물인 이 책은
실제적이고 다양한 인물들과 사례들로
자칫 딱딱하고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몰아내고
삶의 본질을 직시하고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예방책'이자 '치료약'으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