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2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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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탕에 서로를 탐색하는 듯 마주보고 있는 두 마리 병아리의 보송보송한 솜털이 만져질 듯한

사랑스런 표지의 이 이야기는

'줄리가 첫키스를 할 뻔한 날'부터 '브라이스가 첫키스를 할 뻔한 날'까지의 연대기이다.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브라이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에 마음을 온통 빼앗긴 줄리.

멋대로에, 조금도 여성스럽거나 상냥한 면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줄리에게 시달린 6년이라는 세월 때문에

'줄리아나 베이커 공포증'에 걸린 브라이스.

이제 막 어린아이의 껍질을 깨기 시작한 열세살 그들이

각각의 시점에서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웃음을 주는

새로이 서로를, 아니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인 줄리를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못하는 것이 없는 우등생에, 용감하고, 계산이 없는 솔직함을 지닌 줄리지만,

브라이스에겐 곤란하고 이상한 아이일 뿐.

그에 반해 소심하고, 소심함 때문에 비겁하기까지 한 브라이스는

뛰어난 외모만으로, 학교의 최고 인기소녀들이 쟁탈전을 벌일 정도이다.

 

세상 모두가 너무나 당연히 보이는 것만을 보고 있는 가운데,

'겉모습 너머를 보라'는 던컨할아버지의 충고는

인생의 어떤 시점에 있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지혜일 것이다.

줄리가 '적절한 조명' 아래서 보게 된 브라이스는 더이상 완벽한 왕자님은 아니지만,

브라이스의 표현대로  '구제불능 재수대가리'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 '부분들'은 분명 '그 이상의 전체'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브라이스가 마음을 전하기 위해 뜰에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는 장면에선

줄리보다 먼저 내가 목이 메어왔다.

아직 작고 여린 그 생명에서 하늘 높이 뻗은 놀랍고 장엄한 나무를 보는 줄리.

그 나무는 비로소 줄리를 알기 시작한 브라이스가 그녀에게 건네는

첫번째 '진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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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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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춥고 힘들었던 유배 시절도 옛일,

조용한 고을 현감으로 늦은 봄날의 햇살을 즐기고 있던 '나', 김려의 일상을 뒤흔드는

낯선 청년.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벗 이옥의 문장에 김려는 현깃증을 느낀다.

무례하고 거친 그 청년은 바로 이옥의 아들.

그가 던져놓고 간 벗의 글들을 뒤적이며,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를 기억하는 려.

 

그 누구보다 글을 사랑하였고 뛰어난 문장가로, 둘도 없는 벗이었던 두 사람.

그러나, 고문의 신봉자로 패관소품의 해악이 요상한 학문의 해악보다 더 심하다 믿었던 정조의 견책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불운은 서로의 연을 끊어놓는다.

어색하고 거리감만 가득하였던 몇 년 만의 해후를 끝으로

이옥은 죽었으며, 그 소식을 전해들은 김려는 오히려 마음속 깊이 안도감을 느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밤....

그의 글들과 함께 젊은 날 함께했던 모습 그대로, 소리없는 웃음을 대동하고 이옥이 나타난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려를 지나온 시간 속으로 이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하나도 잊지를 못했던 오랜 고통들이 되살아난다.

하지만, 글을 잃고, 벗을 잃었다고 생각한 날들,

수치심과 허망함에 떨었던 그 날들도 삶이었음을

책장 깊숙이 보관해두었던 그 때 자신의 글들을 읽어나가며 깨닫는다.

또, 아버지의 뒤를 따라 글을 쓰고 전해온 그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옥이 평생동안 자신을 마음깊이 문우로 간직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의 삶, 참으로 기구하다.

그토록 재주가 있었던 두 젊음이, 글쓰기가 전부였던 두 사람이 글로 인해 유린당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삶을 글에 담았다.

결국 그들의 삶은 그들의 재료가 되었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이렇게 멋진 것이 없었다면 이렇게 와 보지도 않았을 거야."

라는 이옥의 글은

천상병시인의 <귀천>과 그대로 겹쳐진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그렇지.

슬퍼도, 아파도, 이 순간들은 다 멋지다.

아름답다.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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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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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것만으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어떤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에는...

그것이 동화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어린 시절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수많은 동화들은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 자연스러운 암시를 걸어온다.

'이건, 그 이야기랑 똑같잖아?'

'아, 시작은 비슷했는데 끝은 역시 다르네...'

완성된 문장으로 생각하든 어렴풋이 느끼든,

이미 동화들은 '집단 무의식'처럼 우리 인생의 견본품이 되어 있다.

특히, 인간이 일생이란 긴 시간을 거쳐도 절대 알 수 없는 하나의 명제,

'이성'과 '사랑'에 있어선

그 불안과 기대에 맞먹는 다양한 샘플들로

우리를 착각과 오해에 빠져들게 한다.

(음, 그러고 보니...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명제'다...^^:)

 

설레는 스물, 왕자와 공주 같은 서정우와 한서영에게 각각 첫눈에 빠져든 두 사람.

당연한 결말인 것처럼, 명제와 장미의 설렘은 그저 동경으로 끝나고

'역시 동화는 내 것이 아니야.'란 씁쓸함만 남긴다.

그리고, 그 한참 후...

동화였다면 삽화의 한 구석에나 그려져 있었을 평범한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둘은 매순간 각자 다른 동화를 써가고 읽어내려간다.

한 순간에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 다른 진실을 느끼고 아파한다.

 

두 사람은 이미 쓰여진 동화들을 되뇌었기에 어쩌면 서로를 찾지 못했던 것일까?

몇 번을 죽을 만큼 상처입히고 슬프게 한 다음

둘은 자신들의 동화를 찾는다.

어느 이야기 속에도 없었던 '눈물 공주와 침묵 왕자'라는 동화.

 

세상에는 없는 동화를 찾는 것,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사랑이 아니잖아.'라고 수없이 되뇌었던 그 자리에

나의, 우리의 사랑이 있는 걸지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
라이프니츠는 말했다. 이 우주는 선택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신이 고른 최선의 세계다. 라이프니츠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순간을 명제는 이제 하나 더 갖게 되었다. 라이프니츠는 연인과 키스를 하고 나서 그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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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민승남 옮김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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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가까운 한 가족...

웃음과 따스함과 풍요가 넘치던 이 가족이

한 순간, 어느 한 사건으로 무참하게 파괴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돌변해

여섯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다.

눈부시게 빛나는 시절로 시작해,

가느다란 빛 한 줄기도 찾을 수 없는 절망의 끝까지......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없어 뿔뿔히 흩어져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견디어 내며 성장해

다시 만날 때까지......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멀베이니 가족'이 되어

그들과 함께 웃고, 아파하고, 두려워했다.

마지막 장면이 펼쳐질 때까지

제발 다시 만나기를.....

서로를 용서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사랑하는 이가 있는 한,

우리는 절망할 수 없다.

절망해선 안 된다.

그건, 그에 대한 사랑을 배신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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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는 속상해 - 제8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3-2(가)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9
한상순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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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에 실린 몇 편의 시를 읽고선 책을 요리조리 뒤집어 보았다.
'이거, 정말 어른이 쓴 시야?'하고..
너무나 '아이스럽다.'
아이들이랑 장시간의 인터뷰를 하고 그 소재를 시발점으로 표현한 거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다.

동시가 이런 것이었던가?
마치 무엇이든지 무엇으로든 변신시키는 마법 상자 같다.

싹난 감자가 도깨비가 되고,
입 벌린 굴비들은 노래하다 잡혀온 것이 되고,
빨래집게는 배울 게 많은 믿음직한 친구가 되고,
오색딱따구리는 숲 속의 외과 의사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이 친구가 되고,
세상 모든 엄마가 내 엄마가 되고,
그렇게 사랑할 것들로 세상을 채워가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 속에서 본 풍경이다.
아마도 아이들의 마음이겠지...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따스하고 맑은 마음.


"왜 내 이름을 갖다 아무 데나 쓰는 거죠?"하고 뻥튀기는 속상해 한다.
그건 아름다움을 지닌 모든 것을 몰라주는 사람들에 대한 우주의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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