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천재 기찬이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3
김은의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찬이의 꿈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는 거예요.
 박사나 탐정이 되어서요.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때까지 열심히 실험을 하다
 밑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쓱 밀어 올리면서 실험 결과를 지켜볼 생각이었지요. '

언제나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는 데에 열심인 - 아니, 세상 모든 것이 놀이인 기찬이의 장래희망은
뜻밖에도 땀을 쏟으며 열심히 일하는 박사나 탐정입니다.
아마, 무엇인가에 몰두해 시간도 수고도 잊고 매진하는 것이
기찬이에겐 가장 멋진 '어른의 놀이'로 비춰진 까닭일 것입니다.

아무리 재미없는 일도 재미있게 만드는 기찬이의 비결은 바로 '열심'이에요.
정말 최선을 다해 노는 기찬이.
오로지 잠만 자는 잠만보가 될 때도,
잠에서 깨어나 지구에서 제일 빠른 제트기로 변신할 때도,
뭐든지 거꾸로 하는 '이놀 로꾸거'를 하거나
친구와 싸우며 끊임없는 '반사'를 쏟아낼 때도,
집에 친구를 초대할 때도......
기찬이는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요.
누구하고도 경쟁하지 않지만
누구든 자신과 함께 놀이를 하게 만드는 흡입력도 거기서 나오죠.

정말 멋진 '놀이쟁이' 기찬이!
어른인 저에게 경외감이 우러나게 만드는......
그 노하우와 열심을 배우고픈 '놀이전문가'님이예요. 

기찬이가 쑥쑥 자라서 그 꿈대로 박사님인 탐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히, 정말 가치있고 신비한 세상의 비밀을 풀어내줄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수많은 잣대와 굴레로 옭아매는 우리의 사회.
아이들이 진정 열정적이고 지혜로우며 속깊은 어른으로 커가기 위해선
지금 가진 상상력과 에너지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지게 하는 동화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 좀 내버려 둬 - 제7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5-1(가) 수록 미래의 고전 12
양인자 외 7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그림에 마음이 '흠칫!' 놀란다.
얼굴을 가리고 혼자 책상 앞에 앉은 아이가 마치 울고 있는 것 같다.
예전 나의 사춘기가 떠오르며,
거기에 또 내 아이의 미래가 겹쳐진다.
하지만, 잘 보니 아이는 "헤~ 헤~"하고 손 뒤에서 웃고 있다.
곁엔 젖은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발이 보이고.
"날 좀 내버려 둬"라는 가슴 아픈 제목에 그림 속 아이의 웃음을 보지 못했다.


<벌레>는 어느 날부터 말을 못하게 된 아이 재원이와 말동무를 해 주게 된 동식이의 이야기다.
아이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죽음,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다는 슬픔과 자책감을 함께 하며 마음을 열게 하는 동식이가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꼬마 괴물 푸슝>은 새엄마와 새 동생을 얼음 마녀와 꼬마 괴물이라고 부르며 미워하던 승미의 화해기이다.
싸울 상대였던 못된 새엄마와 골칫거리 괴물이었던 두 사람이 승미의 가족이 되는 순간에
재결합을 이룬 그 다정이 행복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지폐, 수의를 입다>는 할머니가 돈을 숨겨두었던 고장난 전기장판을 엄마가 갖다 버렸다가 벌어지는 소동 이야기다.
가족이 함께, 하지만 각기 다른 욕심으로 전기장판을 찾으러 나섰다가, 마음을 나누게 되는 이 이야기는 웃음이 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동생 만들기 대작전>은 텔레비젼에서 본 해외 어린이들 후원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한 윤지의 후원 실행기이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외로움을 타고 학교 생활도 잘 못하는 지우에게 요즘 아이들이 모습이 겹쳐지면서 안타까
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윤지와 지우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날 좀 내버려 둬>의 채민이는 엄마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들과 소문에 더 괴로워 한다. 문제 집안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답답한 현실 속에서 힘껏 달리는 채민이의 모습 속에 마음이 아파오면서,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의 선입견이 세상을 더 각박하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다미의 굿 샷> 또한 아빠도 모르고, 캐디 일을 해서 자신을 키우는 엄마 아래 자란 다미의 이야기다. '점수가 나빠지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점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사히 끝낸 것과 그 과정 하나하나, 그 느낌 하나하나를 즐기기로 했다.'는 다미의 마음이 너무나 의젓하다. 골프를 소재로 한 동화는 처음이라 신선했고, 골프 용어로 된 은유들이 또 재미를 준다.

<초원을 찾아서>는 요즘 우리나라에 급속도로 늘어난 다국적가정에 대한 이야기다. 성연이가 새엄마로 몽골에서 온 아줌마를 미워하고 촌스럽다고 면박을 주며 '꼴불견'이라고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어가는 모습에 웃음도 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족이 기다려주는 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느끼게도 한다.

<푸른 목각 인형>은 자신의 성적에 모든 것을 거는 엄마 때문에 자유를 잃은 유진이의 이야기다. 대학교 수험생과 다름없는 초등학생의 일상에 나까지 숨이 막혀온다.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을 이 땅의 교육현실에 한숨이 나오는 동화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한 아파트 안에 살면서도 각자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잘 그려진 동화다. 혼자 살아가는 욕쟁이 할아버지, 온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지수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역시 홀로 버려진 강아지 뭉치이다. 역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함께 먹는 자장면'인데...... 시간도 믿음도 마음도 나누고 살지 못하는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요즘 새로이 동화들을 읽으며 어릴 적 읽었던 동화들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세상을 담아내는 것이 문학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 시대의 아이들이 살고 느끼고 공감하는 현실이 이렇게 차갑고 답답하고 외롭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씩씩하다.
어른들이 절망하고 자책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답을 찾는다. 
어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열어 다가와 안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렇게 세상의 희망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죽박죽 이야기꾼 파울리네 우수문학상 수상 작가선 4
제임스 크뤼스 글, 레나테 하빙거 그림, 박종대 옮김 / 주니어중앙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아직 글을 모르기에

대부분의 책처럼 지루하지 않고,

살아 있는 느낌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4차원 수다쟁이 파울리네의 아홉 가지(글쎄, 정말 아홉 가지 밖에 안 될까?) 이야기들.

정말, 어른이 쓴 것 같지 않다.

실제 이 작가의 마을에 파울리네 같은 꼬마가 살고 있어서 그 아이의 이야길 갖고 쓴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만큼, 언어와 논리의 세계에 들어서지 않은 행복하고 맑은 소녀가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 이야기들이다.

 

'동심이 만든 환타지'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천국에 들어간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린이의 마음은 아예 천국을 창조할 수도 있다.

 

나에게도 '뒤죽박죽 이야기꾼'이 있다.

사랑스런 네 살배기 딸...

아이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뒤죽박죽, 알아들을 수 없지만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과 맑은 믿음 탓일까?

 

마지막에 이젠 글을 배운 파울리네가 더 이상 재미난 이야기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결말에

많이 서운해졌다.

어른이 되는 대가로 어쩌면 가장 소중한 보물들을 잃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서운함을 위로하고 상상력을 찾아주기 위해 작가들이 있다.

아이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가들...

 

그 행복을 가져다주는 '이야기꾼'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이 천천히 흐를 때 아빠랑 소리 내어 읽는 동화책 3
기젤라 쾰레 지음, 최용주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이 그림책 제목이라기엔 철학적이고 상징적으로 느껴져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를 때'는 어떤 때일까?

이 제목이 일종의 암시를 건 듯 '천천히 시간을 흐르게 하며' 이 책을 읽게 되는 듯 했다. 
아주아주 큰 성에서 매일 금으로 된 접시와 금 숟가락으로 식사를 하며,
날마다 금으로 된 새로운 왕관을 바꿔 쓰는 왕자 모리츠는
심심함을 견디다 못해 왕관을 모두 가방에 넣고 장난감 비행기에 올라타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막, 북극, 남쪽 바다, 인디언 마을, 알프스 등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친구들과 헤어질 때마다 왕자는 요일 왕관을 하나씩 선물하고,
그들에게서 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선물들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왕자는 더이상 무료함을 느끼지 않는다.
온 세상에 많은 친구들이 있고,
그들에게서 선물받은 사자의 용맹함과 사막의 고요함, 겨울 햇빛, 파도의 반짝거림, 불의 따뜻함, 밤 꾀꼬리의 노랫소리와 알프스 산의 메아리가 곁에 있으므로.
왕자가 받은 일곱 가지 선물들은 가만히 입술을 달짝거리며 읽어보기만 해도 황홀할 정도의 행복감을 준다.


이 이야기는 '책읽기'의 축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 누구이든 혼자만의 성에 갇혀 있는 어린 왕자의 영혼이며,
'책'이라는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며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의 분홍 이불 - 아서 밀러의 성장 동화
아서 밀러 지음, 알 파커 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몸에 꼭 맞춘 것 같던 -  아기 새털처럼 보드랍고, 엄마 품처럼 따뜻한 분홍 이불.

아주 작은 아기였을 때의 그 이불과 제인을 헤어지질 못한다.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고 자전거도 탈 수 있게 되었지만,

제인을 너덜거리는 행주처럼 되어버린 분홍 이불을 기어이 찾아와

자신의 방 창틀 위에 올려둔 채 잠이 든다.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제인은 자신의 보물을 필요로 하는 뜻밖의 존재와 마주친다.

그리고, 분홍 이불을 가슴 속에만 간직하기로 결심한다.

 

우리에겐 누구나 '자기만의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놓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떨 땐 정말 이제 쓸 수 없는 것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에게 소중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더 도움이 될 누군가에게 기쁜 마음으로 베풀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할 것이다.

 

제인은 분홍 이불을 보냈지만,

그 이불의 포근함과 보드라움은 마음 깊이 간직했다.

나아가, 제인 자신이 그 포근함과 보드라운 존재가 되어준 것이다.

 

사랑스러운 그림과 간결한 서체에 담긴 공감가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안겨다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