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귀신나무 (문고판) - 개정판 네버엔딩스토리 11
오미경 지음, 원유미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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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많이 늙었어.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 바람이라도 불면 뼈 마디마디가 시리지.
그런데도 동네 개구쟁이 녀석들은 내 몸에 구멍이 생긴 뒤로 날 더 좋아했어....
이젠 동네에 신발을 빠뜨리며 놀아 줄 개구쟁이 녀석들도 없으니......"

자기 몸에 난 구멍에 신발을 빠뜨리며 놀던 개구쟁이들이 그리운 신발귀신나무.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다.
혼자만의 삶은 의미가 없다.
늘 우리의 삶은 사람과 사람 사이, 또는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숨쉬고 성장한다.
끊임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슬픔과 고통을 우리는 다른 존재와 교감하면서 이겨낸다.

늙은 느티나무조차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웃음소리에 시린 바람을 잊었을 것이다.
괴로움을 주는 큰 구멍 또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 속에 실린 동화들은
'우리'라는 이름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손 한 번 내미는 순간, 나의 세계가 얼마나 확장되고 나의 마음이 얼마나 따스해지는지
조용히 깨우쳐준다.
또, 진정한 '우리'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도.

'돼지꼬리 일기장'에선 거짓 없는 솔직함을,
'경비 서장 아저씨'에서는 용기와 관심을,
'기름병 소동'에서는 이해와 관용을,
'신발귀신나무'에서는 편견 없이 열린 마음을,
'젓가락과 숟가락'에서는 믿음을......

우리 주변, 어느 삶의 한 켠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듯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새삼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많은 편견과 이기심, 거짓으로 물들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착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지 않는 부모가 많다.
세상이 무서운 곳이기에.

하지만, '착한 세상'은 그냥 오지 않는다.
착한 사람들이 부르지 않는 한. 

이제 불러보자.
바람 속에도 꿋꿋이 선 느티나무처럼...
햇살과 비만 있으면 그 생을 지속하는 그 나무처럼...
함께 기다리고, 소망하자.

따뜻한 '우리'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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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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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간결하고도 짧은 동화들이지만, 그 여운은 묵직하다.

따스함이 배어있는 이야기들 속에 때로는 상처입고,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밉살스럽지만...
변함없이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눈망울들이 반짝이고 있다.

책 한 권 속에 어린 날을 다시 살고 나온 기분이 든다.

내게 날개를 달아주는 이야기들이다.

 

<겨드랑이 속 날개>

도시의 큰 학교에서 전교생이 스무 명도 안 되는 분교로 전학 온 첫날부터 모든 것이 '이상한' 욱삼이. 아이들이 겁내던 이마 위 흉터에 힘을 주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도
"형, 이마에 애벌레가 구겨졌어."라는 한 마디에 흉터는 귀여운 애완동물이 되고......

속으로 '유치해, 유치해.'를 되뇌이면서도 어느새 열리고 만 마음.

"시는 이렇게 당연한 걸 노래하는데 우리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 시시하게 보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야."

'시 같은 세상' -  있는 그대로 '시 자체인 세상' 속에 살면서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

그렇게 차갑고 비뚤어진 욱삼이도, 순수하고 따뜻한 선생님과 아이들을 통해 변화되어간다.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욱삼이는 이제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읽으면서 어느새 동화 '눈의 여왕'이 생각났다.
심장에 거울조각이 박혀 모든 것을 미워하게 되었던 카이를 구해낸 것은 겔다의 눈물이었다.

우리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어쩌면 그 뿐일지도 모르겠다.

 

<일곱 발, 열아홉 발>

완벽한 '중간'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니...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들 사이에 '중간'은 있을 수 없다.

그 마음들 때문에 세상에는 쓰레기 수거장이 늘어간다.

냄새 나는 쓰레기장이 싫어 서로 멀리 두려는 사람들 -  그들의 말에서, 행동에서, 마음에서 풍기는 악취는 더 지독하다. 아무리 달아나도 떨쳐낼 수 없다.

양보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세상,

지지 않으려다 결국 점점 더 어리석은 욕심의 노예가 되는

정말 바보 같은 만물의 영장,  인간 세상의 모습이다.

 

<도서관 길고양이>

다미는 엄마와의 내기 때문에 하루종일 도서관에 갇혀 있어야 한다.

책 읽기 싫어하는 다미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엄마가 짜낸 책략이다.

다미는 마음대로 밖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게 매료되고, 열린 창문 사이로 도서관에 들어온 악취의 주인이 길고양이일 거라고 확신한다.

길고양이를 만나고 싶어 밤늦게 도서관으로 달려가지만, 정작 만난 건 그 곳에서 책을 손전등으로 비춰 가면서 읽고 있는 노숙 아저씨다.

그리고, 다미는 아저씨가 떨어뜨린 책을 읽으며 그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엄마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 다미.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서 다미가 만난 건 분명 '마법사'였던 것 같다.

앞으로 수많은 세계를 다미에게 열어줄 테니 말이다.

 

<대장이 되고 싶어>

종유의 심통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대장만 하는 성민이 형, 하지만 형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혼자 탐험 놀이를 하면 재미가 없고 성민이 형이랑 하면 또 부하만 해야 하기에 고민하다, 결국 여동생 지유를 대원으로 삼고 보물 원정대의 대장이 되어 신이 난다.

하지만, 자꾸 공주로 변신하고 마는 지유에 속이 상한다. 거기다 그 자리에 나타난 성민이 형은 또 대장을 하겠다고 하고. 그런데, 너무도 당연하게 오빠가 대장이라고 하는 지유를 보고 종유는 놀란다.

놀이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들의 심리와 관계,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빙긋이 미소짓게 된다. 더불어, 오빠 대장을 지키는 '샬랄라 얼음 공주' 지유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엘리베이터 괴물>

무서운 걸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들 중엔 어른들 자신도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쫓는 것은 혼자서는 어렵다.

영민이는 솔직하게 준호에게 두려움을 털어놓고 함께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 엘리베이터 괴물을 쫓아낸다.

우리 마음 속의 괴물을 쫓는 마법은, 다른 이의 마음을 향해 마음을 여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아빠의 죽음으로 바스라져버린 행복...

슬픔을 가눌 수 없는 정민이는 천방지축 같은 동생 정우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엄마의 장사를 돕겠다고 가게 앞에서 종이 상자를 머리에 쓰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정우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봄이 다가옴을 느끼는 정민이가 용기를 내길 간절히 빌어본다.

아무리 추울지라도 겨울은 간다는 것을, 그리고 봄이 온다는 것을 기억해내기를.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

'미스 박 아줌마'가 '미스 박 엄마'가 되기까지의 나날들.

언니처럼 잘 따르던 아줌마지만, 정작 새엄마가 되자 미워하게 된 민주.

그 복잡한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다.

자기 편을 만들겠다고 데려온 고양이 백설이가 아줌마의 개돌이 젖을 물고 빠는 것을 보고 서러워 우는 민주......

백설이와 개돌이를 통해 자신을 보고 아줌마를 보며, 민주는 차츰 자신의 마음과 화해하게 된다.

현대의 많은 아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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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옥, 가야를 품다 푸른도서관 38
김정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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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나에겐 자부심이 있었다.
왕족이라는 자부심...
'김수로왕의 자손'이라는 자부심 말이다...
'공주'를 한참 좋아하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시조가 왕이니, 나 역시 왕족이라고 너무도 확실하고 단순하게 믿어버렸다.

여기, 진짜 공주가 있다.
아유타의 공주 라뜨나.
그러나, 이 공주의 삶은 열 살의 어린 나이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약소국의 공주였기에, 시커먼 속내를 감춘 적국의 정략결혼 요구에
나라와 부모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잃어버린 삶을 그리워 하며 눈물만 흘리던 어린 라뜨나는
배를 집어삼키려 하는 폭풍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공주로 다시 태어난다.

'어떤 일이건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거야, 두려워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

어머니의 말씀이 삶의 버팀목이 된 것이다.

한나라 변방 어촌으로, 사막을 건너 사천성 안악현으로, 거기서 또 쫓기며 떠돌아야 했던 라뜨나.
그러나, 그 모든 시간 동안 아유타를 강한 나라가 되도록 모든 힘을 다해 도우며
굳은 믿음과 용기, 지혜, 사려깊은 마음을 성장시켜 나간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정착한 가야에서
생심새부터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낯선 사람들'로
심지어는 '역병을 몰고 온 이방인들'로
가야 사람들의 경계와 미움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모든 순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한 발 먼저 다가서서 돌보는 라뜨나는
계산보다 앞선 온정으로, 진정으로 
왕후가 되기에 앞서 이미 스스로 '가야의 어머니'가 된다.

나에게도 수로왕후는
용기와 굳셈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러면서도 한없는 따스함으로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나도, 내 딸도 닮았으면 간절히 바라게 되는
저 높은 선조 할머니, 
'진짜' 공주를 드디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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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5
방정환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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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방정환 지음'이라는 글귀를 보고
'방정환? 그 방정환 선생님?'했어요.
생각해 보니, '어린이를 무척 사랑하셨고, 어린이날을 제정하신 분'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고
어려서부터 위인전에서 많이 뵈었건만.......
그 분의 작품을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살짝 송구스러우면서도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고.......

언젠가 보았던 허허 소탈하고 따뜻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아주 옛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처음 알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그 분 발치에 앉아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어린 아이가 된 듯한 느낌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게 되었죠.

서울 명동의 진고개는 어디 쯤일까요?
지금의 명동처럼 그 때도 분명히 북적거리는 서울의 중심이었을 것 같아요.
고리타분하고 무겁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찰라로 사라지고,
일본인 곡마단이 부리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재주에 환호하는 구경꾼들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그 떠들썩하고 흥이 넘치는 명동 거리로 빨려들어갑니다.

아슬아슬한 곡예로 갈채를 받는 어여쁜 소년과 소녀는 
사실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단장 내외에게서 학대받으며 밤바다 울며 서로를 의지해온 가엾은 아이들입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자신이 외삼촌이라는 노인을 만나
자신들이 조선인이며, 상호, 순자라는 이름의 남매라는 걸 알게 됩니다.
탈출을 시도하는 둘 남매.
상호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외삼촌을 만나지만,
순자는 악랄한 단장 내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국까지 끌려가고,
뒤를 쫓는 상호와 그를 돕는 기호는 '칠칠단'이라는 거대범죄조직을 상대하게 됩니다.

옛스러운 말투와 군더더기 없는 문체,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은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어리고 기댈 곳도 없는, 아직 어린 소년인 상호가
두려움에 맞서 놀라운 기개와 기지를 보이며
누이를 구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위험한 여정에
마음 속으로 끝없이 '힘내! 넌 해낼 거야!'하는 응원으로 동참하게 되죠.
상호의 의지는 그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힘과 용기를 줍니다.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성장의 씨앗일 거예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순자가  여리고 약하기만 한 수동적 역할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까지 한번쯤 오빠를 도와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길 기대했었거든요.
아마,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들 중 어딘가엔 용감하고 지혜로운 소녀도 나오겠지요?

시대를 넘어 빛나는 가치를 지니는 것을 고전이라 하지요.
방정환 선생님의 글이 바로 고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계속 계속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담긴 방정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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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6
사라 페니패커 지음, 최지현 옮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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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발표회라...
제가 다니던 학교에 그런 게 없었던 게 정말 다행이예요!!
저도 클레멘타인처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순간,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질렀을 거예요.
근데, 잠깐만!!
이 책 제목은 '예능 천재 클레멘타인'이잖아요?
근데, 왜 클레멘타인은 장기가 하나도 없다고 하는 거죠?
하지만, 분명히 뭔가 대단한 걸 할 것이 틀림없어요.
제목 좀 보세요!

과연 어떤 장기를 발표하게 될까 호기심과 기대로 클레멘타인을 따라다녀보아요.
어떻게든 재능발표회를 피해 보려고
아빠가 피라미드 관리를 하게 되어 이집트로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지어내는 클레멘타인.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기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는
하지만, 자기 장기 하나는 생각해내질 못해요.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해야 할 만큼 장기가 너무 많아 뭘 해야 할지 결정 못하는
마거릿 같은 친구도 있는데 말이에요.
아빠가 클레멘타인의 장점들을 이야기해 주어도 소용이 없어요.
그런 일들은 '무대 위에서' 할 수가 없으니까요.

결국, 클레멘타인은 자신이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장기를 발견해 내게 되죠.
그건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에서 무대를 존재케 하는 것이었어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자기만의 역할을 클레멘타인은 해내죠.
놀라운 통찰력과 관찰력, 집중력, 유연성을 발휘해서요.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큰 박수를 받게 되어요.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가 클레멘타인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죠.
이건 틀린 생각이죠.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다웠으면, 그런 자신을 사랑했으면......
책 속 재능발표회의 제목 '별들의 밤'처럼
세상은 각각 다르고 아름다운 별들의 빛으로 가득 차 있는데 말이에요.
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그 빛들을 소중하게 키워주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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