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곱 편의 간결하고도 짧은 동화들이지만, 그 여운은 묵직하다.

따스함이 배어있는 이야기들 속에 때로는 상처입고,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밉살스럽지만...
변함없이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눈망울들이 반짝이고 있다.

책 한 권 속에 어린 날을 다시 살고 나온 기분이 든다.

내게 날개를 달아주는 이야기들이다.

 

<겨드랑이 속 날개>

도시의 큰 학교에서 전교생이 스무 명도 안 되는 분교로 전학 온 첫날부터 모든 것이 '이상한' 욱삼이. 아이들이 겁내던 이마 위 흉터에 힘을 주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도
"형, 이마에 애벌레가 구겨졌어."라는 한 마디에 흉터는 귀여운 애완동물이 되고......

속으로 '유치해, 유치해.'를 되뇌이면서도 어느새 열리고 만 마음.

"시는 이렇게 당연한 걸 노래하는데 우리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 시시하게 보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야."

'시 같은 세상' -  있는 그대로 '시 자체인 세상' 속에 살면서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

그렇게 차갑고 비뚤어진 욱삼이도, 순수하고 따뜻한 선생님과 아이들을 통해 변화되어간다.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욱삼이는 이제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읽으면서 어느새 동화 '눈의 여왕'이 생각났다.
심장에 거울조각이 박혀 모든 것을 미워하게 되었던 카이를 구해낸 것은 겔다의 눈물이었다.

우리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어쩌면 그 뿐일지도 모르겠다.

 

<일곱 발, 열아홉 발>

완벽한 '중간'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니...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들 사이에 '중간'은 있을 수 없다.

그 마음들 때문에 세상에는 쓰레기 수거장이 늘어간다.

냄새 나는 쓰레기장이 싫어 서로 멀리 두려는 사람들 -  그들의 말에서, 행동에서, 마음에서 풍기는 악취는 더 지독하다. 아무리 달아나도 떨쳐낼 수 없다.

양보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세상,

지지 않으려다 결국 점점 더 어리석은 욕심의 노예가 되는

정말 바보 같은 만물의 영장,  인간 세상의 모습이다.

 

<도서관 길고양이>

다미는 엄마와의 내기 때문에 하루종일 도서관에 갇혀 있어야 한다.

책 읽기 싫어하는 다미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엄마가 짜낸 책략이다.

다미는 마음대로 밖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게 매료되고, 열린 창문 사이로 도서관에 들어온 악취의 주인이 길고양이일 거라고 확신한다.

길고양이를 만나고 싶어 밤늦게 도서관으로 달려가지만, 정작 만난 건 그 곳에서 책을 손전등으로 비춰 가면서 읽고 있는 노숙 아저씨다.

그리고, 다미는 아저씨가 떨어뜨린 책을 읽으며 그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엄마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 다미.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서 다미가 만난 건 분명 '마법사'였던 것 같다.

앞으로 수많은 세계를 다미에게 열어줄 테니 말이다.

 

<대장이 되고 싶어>

종유의 심통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대장만 하는 성민이 형, 하지만 형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혼자 탐험 놀이를 하면 재미가 없고 성민이 형이랑 하면 또 부하만 해야 하기에 고민하다, 결국 여동생 지유를 대원으로 삼고 보물 원정대의 대장이 되어 신이 난다.

하지만, 자꾸 공주로 변신하고 마는 지유에 속이 상한다. 거기다 그 자리에 나타난 성민이 형은 또 대장을 하겠다고 하고. 그런데, 너무도 당연하게 오빠가 대장이라고 하는 지유를 보고 종유는 놀란다.

놀이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들의 심리와 관계,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빙긋이 미소짓게 된다. 더불어, 오빠 대장을 지키는 '샬랄라 얼음 공주' 지유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엘리베이터 괴물>

무서운 걸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들 중엔 어른들 자신도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쫓는 것은 혼자서는 어렵다.

영민이는 솔직하게 준호에게 두려움을 털어놓고 함께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 엘리베이터 괴물을 쫓아낸다.

우리 마음 속의 괴물을 쫓는 마법은, 다른 이의 마음을 향해 마음을 여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아빠의 죽음으로 바스라져버린 행복...

슬픔을 가눌 수 없는 정민이는 천방지축 같은 동생 정우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엄마의 장사를 돕겠다고 가게 앞에서 종이 상자를 머리에 쓰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정우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봄이 다가옴을 느끼는 정민이가 용기를 내길 간절히 빌어본다.

아무리 추울지라도 겨울은 간다는 것을, 그리고 봄이 온다는 것을 기억해내기를.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

'미스 박 아줌마'가 '미스 박 엄마'가 되기까지의 나날들.

언니처럼 잘 따르던 아줌마지만, 정작 새엄마가 되자 미워하게 된 민주.

그 복잡한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다.

자기 편을 만들겠다고 데려온 고양이 백설이가 아줌마의 개돌이 젖을 물고 빠는 것을 보고 서러워 우는 민주......

백설이와 개돌이를 통해 자신을 보고 아줌마를 보며, 민주는 차츰 자신의 마음과 화해하게 된다.

현대의 많은 아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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