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옥, 가야를 품다 푸른도서관 38
김정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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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나에겐 자부심이 있었다.
왕족이라는 자부심...
'김수로왕의 자손'이라는 자부심 말이다...
'공주'를 한참 좋아하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시조가 왕이니, 나 역시 왕족이라고 너무도 확실하고 단순하게 믿어버렸다.

여기, 진짜 공주가 있다.
아유타의 공주 라뜨나.
그러나, 이 공주의 삶은 열 살의 어린 나이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약소국의 공주였기에, 시커먼 속내를 감춘 적국의 정략결혼 요구에
나라와 부모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잃어버린 삶을 그리워 하며 눈물만 흘리던 어린 라뜨나는
배를 집어삼키려 하는 폭풍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공주로 다시 태어난다.

'어떤 일이건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거야, 두려워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

어머니의 말씀이 삶의 버팀목이 된 것이다.

한나라 변방 어촌으로, 사막을 건너 사천성 안악현으로, 거기서 또 쫓기며 떠돌아야 했던 라뜨나.
그러나, 그 모든 시간 동안 아유타를 강한 나라가 되도록 모든 힘을 다해 도우며
굳은 믿음과 용기, 지혜, 사려깊은 마음을 성장시켜 나간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정착한 가야에서
생심새부터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낯선 사람들'로
심지어는 '역병을 몰고 온 이방인들'로
가야 사람들의 경계와 미움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모든 순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한 발 먼저 다가서서 돌보는 라뜨나는
계산보다 앞선 온정으로, 진정으로 
왕후가 되기에 앞서 이미 스스로 '가야의 어머니'가 된다.

나에게도 수로왕후는
용기와 굳셈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러면서도 한없는 따스함으로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나도, 내 딸도 닮았으면 간절히 바라게 되는
저 높은 선조 할머니, 
'진짜' 공주를 드디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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