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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지키는 카메라 ㅣ 소설의 첫 만남 3
김중미 지음, 이지희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단발머리 소녀가 렌즈에 세상의 풍경을 담는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눈길을 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프레임에 세상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이는 오늘도 현장을 누비며 공감할 내용을 피사체에 담아낸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 촬영한 사진 한 장은 새로운 관심을 일으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때가 있다. 기억하고 싶은 인상적인 풍경을 피사체에 담은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아람은 지금껏 살아왔던 터전의 소식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 열중한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성적이 나오면 석차 순으로 서열화하여 보충 수업 반 편성을 새롭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습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성적에 따라 분반하여 수업을 진행하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학생들을 우열반으로 나눠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방학을 앞두고 보충수업 수요 조사를 벌이지만 형식으로 흐르기 십상이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충수업에 동참하기를 권유받는다. 하반에서 수업해야 할 아람은 담임에게 보충수업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하였지만 관리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담임은 보충수업 동참인원을 늘리기 위해 반 학생들과 면담하는 등 갖은 애를 써야 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은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아?’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해 시행할 보충수업을 둘러싸고 명품반에서 수업하게 될 단짝 연서와 불편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도 아람은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지켜갔다. 명품 도시·뉴타운 건설이라는 명목 아래 명성 시장 상인들을 몰아내는 당국의 일방적인 조처에 항거하던 아버지가 수감된 뒤 낡은 카메라로 시장 상인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아 블로그에 올리며 아버지 빈자리를 채워갔다. 아람은 50년 전통 시장이 굴착기에 무너지는 광경과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철거 용역에 맞선 시장 상인들의 현장의 소리를 담아 블로그에 올려 신문에 나오지 않는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렸다.
학창 시절 맛보았던 만두 맛을 추억하는 동창 모임이 열리던 때, 40년 전통의 만두 가게에서 일손을 거들며 특별한 맛을 이어 가업으로 삼고 싶은 꿈은 뉴타운 건설로 무너져 버렸다. 가진 게 없는 이들은 공부라도 잘해야 자신의 꿈을 지켜갈 수 있다고 여긴 아람의 언니는 공부의 신으로 자존심을 지키는 게 학생으로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여기며 동생을 질책하지만 아람은 언니의 생각과는 달랐다. 생업의 터전으로 삼았던 시장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에 맞서 임시 상가 마련을 위해 옥상 위로 오른 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아람은 눈물로 얼룩진 카메라 렌즈에 담아 기록하였다.
거대 자본에 밀린 영세 상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에 구두점을 운영하던 아저씨를 찾아 그를 인터뷰하고 가게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겨 아람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 사실을 널리 알렸다. 그동안의 행적에 담긴 아람의 생각을 읽으며 선생님 역시 그녀의 꿈을 지지하며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작가·촬영 감독·기자 등의 멀티 방송인으로 VJ 아람이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블로그에 올려 사진 한 장이 주는 메시지가 갖는 강한 울림을 떠올리며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로 이끄는 일로 모아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창비 출판사 <소설의 첫 만남>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